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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kyinBath Sep 03. 2023

안녕하세요, 웨스트우드 펍입니다.

9. 샤도네이 Chardonnay를 어떻게 쓰더라?

펍 pub에서 일을 시작한 후 내가 얼마나 술에 관심이 없고 크게 즐기지 않는지를 알게 됐다. 내가 알고 있는 술의 종류는 소주, 맥주, 와인과 위스키가 전부고 그것들을 세세하게 나누는 이름들 중 처음 들어본 것들이 수두룩이다. 거기에 브랜드 이름까지 더하면 난 정말로 일자무식인 셈.


그래도 영국에 산지 8년이 지나가고 있고 그동안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며 얼떨결에 이런저런 술을 접해본 결과 좋아하는 술들도 생겼고 어디 가서 대충 주문 정도는 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맥주를 말할 땐 에일과 라거가 다르다는 걸 알고 화이트 와인을 마실 땐 쇼비뇽 블랑 Sauvignon Blanc, 샤도네이 Chardonnay, 피노 그리 Pino Gris 중 무엇이 좋을지 생각하는 사람이 됐다.


영어 밖에 못하는 영국사람을 만나 연애 후 결혼도 했으니 영어로 일상의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고 이해하는 것에 크게 어려움이 없고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글로 된 영어를 읽고 이해하는 것에도 무리가 없다. 


그런데...

얼마 전 펍에서 주문을 받던 중, 난 샤도네이를 쓸 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설악산 울산바위가 내 머리 위에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이걸 못쓴다고? 스스로에게 되묻고 주문지에 몇 번이고 다시 써봤지만 어느 것 하나 '이거다!'싶은 게 없었다. 아쉬운 대로 주문지에 한글로 샤도네이라 적고 바 bar로 돌아와 다른 직원에게 샤도네이 철자가 어떻게 되냐고 물어봤다. c h a r d o n n a y! 


마침 바 bar로 들어온 캐롤라인과 눈이 마주쳤고 내가 말했다. 'Who knew I can't spell Chardonnay?(내가 샤도네이를 못쓴다는 걸 누가 알았겠어?)' 펍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나의 첫 번째 음료 선택은 늘 샤도네이였다. 그걸 알고 있는 캐롤라인과 나는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고 설명을 들은 바에 앉아 있던 손님들까지도 미친 듯이 한동안 웃어젖혔다. 


영어가 내 나라 말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말하고 읽고 쓰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나 새끼 그동안 오만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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