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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kyinBath Apr 10. 2017

A Cup of Tea

아침을 깨우는 마술

'Would you like a cup of tea, darling?'


모든 이들이 자기만의 방법으로 아침을 열고 정신을 깨우며 하루를 시작한다. 나 또한 매일 아침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침대에 기대어 앉아 남편이 가져다준 잉글리시 블랙퍼스트(Englsih breakfast) 티(tea)를 마시는 것이다. 여유롭게 티팟(tea pot)을 데워 입차(loose tea)를 넣고 타이머(timer)를 맞추고 기다릴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 아침은 늘 간단하게 티백(tea bags)을 머그잔에 던져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화장실을 다녀올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티백을 건져내고 우유를 아주 조금만 넣어 강하게 모닝티를 만든다. 전형적인 빌더 티(builder tea)가 우리의 아침을 깨운다.


우리 집에서 모닝 티 듀티(morning tea duty)는 남편이 맡고 있다. 한국에 사는 동안 난 단 한 번도 영국식으로 유유가 들어간 티를 마셔본 적이 없다. 그러니 영국으로 시집을 온 후, 자연스레 남편이 아침마다 티를 만들어 침대로 가져오게 된 것이다. 내가 영국식 티 문화에 익숙해진 지금에도 아침의 첫 티를 만드는 것은 남편의 여전히 남편의 몫이다.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영국의 직장문화 때문에 남편의 아침은 늘 출근 준비로 바쁘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모닝 티를 침대로 가져다주는 남편이 있어 나의 아침은 늘 여유롭다.


영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꼭 잊지 않고 사가는 것이 티(tea)다. 티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인 만큼 다양한 종류의 티들이 있다. 백차에서부터 홍차, 다양한 향이 추가된 혼합차에 이르기까지 이름을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티들이 존재한다. 티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는 나도 몇 종류의 유명한 브랜드 입차(loose tea)들과 보관용기에 담겨 있는 잉글리시 블랙퍼스트(English breakfast), 얼그레이(earl grey)와 페퍼민트(peppermint) 티백들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적지 않은 티들이 찬장 한편을 가득 채우고 있어도 늘 맨 먼저 손이 가는 것은 잉글리시 블랙퍼스트(English breakfast) 티(tea)이다. 특히 아침 첫 티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우유를 넣은 정통 잉글리시 블랙퍼스트가 아니면 안 된다. 더운 나라에 휴가를 가있는 상황에서도 이 규칙에 예외는 없다. 40도를 웃도는 한여름의 시실리에서도, 신선한 과일주스의 천국인 캐리비안의 섬들에서도 우리 부부는 늘 침대에서 마시는 'a cup of tea'로 아침을 시작한다.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마셔보지 않았던 이 음료가 영국 생활을 시작하고 어느새 나에게 아침을 여는 루틴(routine)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웃기다. 부스스한 얼굴에 눈도 제대로 뜨지 않고 남편이 가져다준 모닝티를 마시며 'OMG! The tea is SO good.'이라 울부짖는 영국 생활 3년 차 한국인 부인을 보고, 우리 남편은 'You've finally become one of us, which is probably not a good thing.'라고 농을 한다.


아침에 마시는 머그컵에 투박하게 남겨 있는 잉글리시 블랙퍼스트(English breakfast) 티(tea)처럼, 남아 있는 인생을 기교 부리지 않고 허세 부리지 않고 담백하고 정식하게 살고 싶다. 남편과 오붓하게 침대에 기대어 앉아 특별할 것 없는 우리의 모닝티를 함께 마시며 서로에게 시답지 않은 농을 던지며 그 순간을 사랑하며 그렇게 가볍게 살고 싶다.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감을 갖는 그들의 'cup of tea'가 되어 살고 싶다.


#life_in_england #micky_ordinary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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