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나는 2023년 7월 말에 '어쭈구리 식물 좀 하네'라는 책을 출간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내 책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유명하지 않은 일반인이 책을 냈으니 당연한 일이다. 책을 출간하기 전까지는 책만 내면 내가 하는 식물 일이 한결 수월해질 줄 알았다. 아마 브런치에 부지런히 글을 쓰며 언젠가는 작가가 되겠다는 기대를 품고 있는 당신도 그럴 것이다.
자, 그래서 냉혹한 현실에서 무명작가가 어떻게 겨우 생존해 가는지 처참한 현실을 계속 이야기해 보겠다. 좋아하는 일로 잘 먹고 잘 살아보려고 하지만 내 삶은 '나는 솔로'를 보는 것만큼이나 처절한 현실을 매 순간 마주한다. 구름이 말랑말랑할 거라고 믿고 싶었는데 아니었다.
책 출간 후 내돈내산으로 출간 기념 팝업전시를 셀프로 장소 섭외부터 마지막 청소까지 마무리를 다 해야 했다. 행사 준비 때부터 쌓인 피로가 풀리기도 전에 바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사실상 도피에 가까웠다. 올해 내 식물 비즈니스는 내가 계획하고 원했던 방향과 정 반대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로 잘해 보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도전했지만 보이는 결과물이 없는 상반기였다. 당연히 돈도 못 벌었다. 뭔가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은 우울한 기분이 계속됐다.
도피자의 마음으로 현실을 떠나 해외에 있는 동안 잘 풀리지 않는 현실을 외면하려 노력했다. 물론 잘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답답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는 순간들이 있었다. 즐거운 도피 생활이 슬슬 끝나가는 싱가포르 공항에서 환승 시간이 남아 메일함을 열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네?'
뜻밖이었다. 제목만 봐도 설레는 문장 아닌가. 얼른 본문을 클릭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브런치스토리를 통하여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검토 후 제안하신 분과 메일로 직접 의사소통 부탁드립니다.'
너무 신기했다. 브런치에 글을 꽤 많이 쓰긴 했지만 처음으로 받아 보는 제안이었다. 그것도 책을 출간하고 나서 처음으로 받아 보는 제안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 본문을 읽어보니 한 플랫폼에 식물 관련 글을 연재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오! 이게 되네. 역시 책을 쓴 보람이 있긴 있구나! 나도 이제 작가로 밥 먹고 살 수 있는 건가?'
너무 신기했다. 순간 긍정적인 감정이 샘솟았다. 잠시 멍하니 이 기쁜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역시 사람이 굶어 죽진 않는다니까. 그래, 이렇게 하나씩 하면 되는 거야.'
누가 보면 대단한 원고료와 일을 제안받은 건가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금액과 일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준 게 감동이었다. 그래서 건물이라도 한 채 산 것처럼 기뻤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