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쭈구리 식물 좀 하네
내 책과 식물을 알리겠다고 이번 가을은 식물 마켓에 호기롭게 도전 중이다. 내 식물과 책이 팔리는 것만큼이나 재밌는 순간은 일상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부류의 사람들이 내 부스에 흥미를 느끼는 모습을 포착했을 때다. 반백발에 뒷짐 지신 어르신, 순수한 영혼의 아이들, 등산복 차림의 어머니들이다.
아버지 연배쯤 되시는 어르신들은 대화를 시작하면 5분은 기본이었다. 처음에는 내 부스에 있는 목부작을 유심히 바라보며 어르신들이 다가오시면 의아했다.
'음? MZ들을 겨냥해서 만든 힙한 목부작인데 어르신들이 왜 관심을 보이시지?'
이런 의문은 어르신들이 건네는 첫 문장에서 해결됐다.
'나두 집에서 목부작 해. 석부작도 하고.'
'어머, 아버님 난초 키우세요?'
'그럼, 좋아하지. 취미로 오랫동안 했어. 사진 보여줄까? 난 인스타그램도 해.'
'오, 보여주세요!'
이렇게 만난 우리 아버지 연배인 손님들은 직업도 다양했다. 식물 배양 조직을 하시는 교수님, 나무 공예품을 만드는 사장님, 젊을 때 많이 봤던 난초 생각이 나서 보신다는 아버님들도 계셨다.
'요즘은 석부작, 목부작 이런 거 잘 안 하잖아. 그런데 젊은 사람이 이런 거 하길래 신기해서 봤어.'
'아니에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런 거 좋아하기 시작해서 재유행이에요.'
'아, 그래? 재밌네.'
얼굴에 난초 박사라고 쓰여 있는 교수님은 마켓에 자기 제자들도 이 마켓에 셀러로 나왔다며 소개하시며 미니 식물 강연을 펼치시는 바람에 연구실로 한 번 찾아뵙겠다며 명함을 받아냈다. 공예품 사장님은 나무 창고가 있으시다길래 역시나 명함을 받아냈다. 수십 년 난초 덕질을 하신 분들이신대 얼마나 배울 게 많을까 싶어 당장이라도 방문해 보고 싶었다.
어르신들 눈에는 좀 어설퍼 보이기도 하고 이상해 보기이도 했을 것 같다. 난초로 부작을 하지 않고 관엽 식물로 키우는 식물들로 부작을 했으니 말이다. 간섭을 하고 가신 어르신도 있었다. 뭐 무관심보다는 반갑다.
내 목부작을 팔아준 고객들은 MZ세대였음에도 오랫동안 내 부스에 머물러 핸드폰 사진첩을 더듬거리며 난초 사진들을 보여주신 아버지 같은(우리 아빠는 식물에 관심 없으심) 분들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연구실로, 나무 창고로 초대받았으니 가서 인터뷰도 하고 유튜브도 찍어와야지! 아 오늘도 식물 생활 신나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