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친구 생겼어!
10월의 주말은 잔인하다. 왜냐하면 주말마다 내가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자처한 일이다. 식물로 밥 먹고 사는 고생길을 택한 사람은 주말에 일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수확도 있었다는 점! 지난 주말 3일 연속으로 강서구 서울 식물원 인근에서 하는 '노을장'에 나갔다가 재밌는 분들을 정말 열 손가락 가까이 만나서 일하는 동안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작가로서 홍보도 하고 식물 매출도 괜찮았고 식물 나눔으로 내 유튜브 채널 구독자도 거의 100명이 늘었다.
'주여, 내 잔이 넘치나이다!'
여러모로 흡족한 마켓 활동이었는지만 그중에도 새로운 '식물인'들을 만나 요즘 명함 교환인 '인스타 맞팔'을 한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서울 식물원 앞에서 하는 식물을 주제로 한 마켓이어서인지 지나가던 분들 중에는 식물, 조경 일을 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었다. 누가 봐도 조경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한 젊은 남성분이 미소를 띄고 내 부스에 오셔서 인사를 하셨다. 식물 관련 일을 하실 것 같아서 신상을 좀 더 추궁했더니 역시나였다.
'서울 식물원에서 일합니다. 지금도 물 주다가 한 번 와 봤어요.'
'우와, 멋진 일을 하시네요. 서울 식물원 가드너시라니. 너무 반갑습니다!'
'아니에요, 작가님이 더 멋지시죠.'
식물 하는 사람을 만나면 수다는 멈출 줄을 모른다. 특히 혼자 일하는 나같은 1인 기업가는 네트워크에 늘 목말라 있다. 상대를 만난 지 5분 안에 나는 '이 사람이랑은 뭘 협업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10여 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각자 식물로 하고 싶은 일을 털어놓기 바빴다. 서로가 하는 일을 부러워하는 조금은 이상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협업해 볼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았다. 마켓에 참여한 순간 중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었다.
'선생님, 혹시 제 다음 책에 나와주실 수 있나요? 우리나라 식물원과 또 멋진 가드너 선생님을 소개하고 싶어요.
'저야, 영광이죠.'
'아니에요, 제가 영광입니다. 제가 실은 서울 식물원에 한 번도 안 가봤는데 혹시 투어 해주실 수 있나요? 전문가가 해설을 해주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아서요.'
'너무 좋죠. 연락주세요.'
식물원 가드너 선생님과의 수다는 서로의 마음에 잠자고 있던 식물에 대한 열정에 더 불을 지폈다. 식물 세밀화를 그리는 작가님까지 서로 알게 되면서 우리 셋은 11월에 식물원 투어를 함께 하기로 했다.
나에게 새로운 식물 친구가 생겼다. 어릴 때 학교에서 새 친구를 사귀어서 들뜬 채로 그림일기를 그렸던 날처럼 설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켓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연결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마켓 주최측에서도 이번 마켓에서 제일 많이 얻어 간 셀러인 것 같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에도 이토록 설렐 수 있게 해주는 식물은 나에게 둘도 없이 고맙고 소중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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