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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규 Jun 24. 2021

잘될 거야!

근거 없는 낙관론의 힘

무거운 고민을 달고 다닌다. 여러 변수가 얽혀 있는 고민이고 내가 주체가 되어 변수를 삭제하거나 제어할 수 없는 고민이다. 여러 나쁜 가능성이 불안을 만들고 무기력이 발목과 어깨를 아래로 끌어내린다. 혼자 고민하다가 몇 명에게 각각 털어놓았는데, 다들 잘 들어주었고 나름의 해결방안도 생각해주었으며, 나의 우울과 답답함과 불안함과 무기력에 공감해주었다. 통화가 끝날 때, 카톡을 마무리할 때, 그들은 모두 “다 잘될 거야”라고 했다.

근거를 명시하지 않은 낙관론을 싫어하는 나지만, 오늘은 이 문장이 오래 마음을 데웠다. 근거가 있든 없든 지금 누군가가 내 고민을 주의 깊게 들었고 나를 걱정하고 내가 잘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리고 내가 너무 힘들어져서 무너지려 할 때 나를 받쳐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운동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큰 장바구니를 사이에 두고 한쪽 팔씩 들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 고민도 장바구니처럼 나눠 들 수 있을까. 통화하는 핸드폰과 핸드폰 사이 중앙에 내 고민이 매달려 있다. 카톡 하는 핸드폰과 핸드폰 사이, 카페에 앉아 이야기하는 얼굴과 얼굴 사이에도.

대화가 끝나면 다시 고민을 혼자 짊어져야 하겠지만, 힘에 부칠 때 같이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없던 힘이 생긴다. 운동하고 돌아오는 길이라 운동과 연결 지어 생각해보게 됐는데, 벤치프레스를 할 때, 내 머리맡에 서서 나를 지켜보다가 내가 힘이 빠질 때 바벨을 같이 들어주는, 보조 역할을 해주는 친구 생각이 났다.

보조가 있으면 혼자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무게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못 들어도 친구가 받쳐줄 수 있다는 든든함 덕분에 불가능했던 무게를 뚫어내게 된다. 내가 무너지려 할 때 기꺼이 지탱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최악의 상황을 견디게도 해주지만, 두려운 목표에 도전할 용기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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