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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완 May 25. 2017

지하차도를 지나 새로운 세상,
용현 1,4동의 재발견

지하차도를 지나서



우리는 판타지 혹은 S/F영화에서 종종 주인공이 특정한 문을 열고 나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장면들을 목격할 수 있다. 그런 장면들은 늘 시청자와 관람객들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하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렇다면, 현실 속에서도 그러한 느낌을 받는다면 어떠한 기분이 들까?


인천광역시 남구 용현 1,4동에서는 판타지/SF영화의 극적인 장면은 아니더라도 특이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상권과 유흥가들을 지나면 나타나는 토끼굴(지하차도).

바로 이 토끼굴이 '다른 세상으로 가는 통로'라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 그 통로를 지나 함께 걸어 볼까 한다.






인하대 후문 거리

젊은이들이 즐겨 노는 곳, 유흥의 거리로 유명한 '인하대 후문'

인하대 후문 거리는 행정적 위치로 용현 1,4동에 속한다.

거리 곳곳에는 유행하는 상권들과 프랜차이즈 상권들이 들어서 있으며, 대학가답게 젊은 사람들이 즐비한다. 


특히, 인하대 후문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는 '고민 사거리'를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많아, 한때는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획일화된 상권 위에는 '문화의 거리'라는 큰 배너가 설치되어 있다.
 

왜, 어째서 문화의 거리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는지, 실질적으로 이 거리에 문화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몇 가지 의문점이 있었지만, 어찌 되었던 '행정의 시선에서는 이 거리에 문화적 요소가 있나 보다.'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차원의 문 같은 존재
후문 상권 끝에 마주한 토끼굴(지하차도)

인하대 상권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경인고속도로 아래 설치된 높이 4m, 폭 7m의 토끼굴(지하차도)을 볼 수 있다. 인하대 후문 상권과 토끼굴(지하차도)까지의 거리는 약 200m.

복잡하고 어지러운 상권과 달리, 한적한 분위기와 많지 않은 유동인구, 180 º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로 이 지하차도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통로라고 할 수 있겠다.



지하차도를 건너자 보이는 새로운 풍경
눈 앞에 펼쳐지는 다른 세상, 용현 1,4동

불과 5분 전만 해도 시끌벅적하던 곳이 지하차도를 경계로 전혀 새로운 분위기의 동네로 바뀌었다. 오래된 집과 오래된 점포, 시간이 멈춘듯한 간판 그리고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오래된 시장.


용현 1,4동

과연 이 곳에는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까?


용현 1,4동은 70~90년대 초반 남구 용현동의 핵심 상권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의 인하대 후문 상권의 분위기가 이곳에서부터 출발했다고 생각하면 쉽다. 그 당시에 지하차도를 지나는 길은 인하대로 가는 유일한 진입 통로였고, 자연스럽게 상권이 부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지역은 90년대 중반 급격하게 쇠퇴를 맞이 하게 된다. 가장 큰 이유로는 '교통로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굴다리를 경계로 나뉘는 옛 상권과 현재의 상권의 모습

인하대 안 쪽으로 향하지 않았던 기존 대중교통 노선이 개편되고, 새로운 버스가 증설되면서 인하대로 향하는 진입통로가 바뀌게 되었다. 그 결과 기존에 학생들이 다니던 길은 자연스럽게 쇠퇴하였고, 유동인구가 줄자 상권 또한 그렇게 자연스럽게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또한, 인근에 새로운 시장들이 조성되고 성장하면서 쇠퇴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자 재개발, 재건축 바람이 불었고, 용현 1,4동 역시 재개발을 추진하였지만 2014년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투기 매입 등으로 인한 공실 문제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유동인구 감소 및 시장기능 정지로 인해 지역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었고, 고령화 문제, 재개발 추진과정 중 지역기반시설들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노후화 문제 등이 발생되었다. 또한 십수 년 넘게 비워진 상가와 폐허가 즐비하게 되면서 공가 문제도 발생하였다.



소박한 동네, 그리고 골목길

옛 인하대 학생들의 통학을 담당하고 즐길거리를 제공했던 동네는 이제 조용하고 묵묵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하차도를 경계로 뚜렷하게 다른 분위기를 나타난다는 게 너무 신기하지 않은가? 

누군가는 지하차도가 기존 인하대 상권과 한물 간(?) 상권을 단절시키는 요소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을 해 보자. 

어쩌면 이 지하차도는 앞서 이야기했 듯, 새로운 세상(자꾸 '새로운 세상'이라고 언급해서 뭔가 대단해 보이지만, '새로운 분위기를 제시한다.'라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새로운 세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으로 연결해주는 통로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획일화된 인하대 후문 상권의 지루함을 달래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90년대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간판들, 한산한 분위기의 골목길, 그리고 기능을 상실한 상가형 시장. 

이 곳을 거닐다 보면 마치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곤 한다. 




용일 자유 시장 입구의 모습
용일 자유시장

동네 중심에는 앵커시설 역할을 하고 있는 시장이 하나 있다. 이름은 '용일 자유시장'이라고 한다. 이 시장은 1972년에 조성, 이 지역의 부흥과 쇠퇴를 경험한 시장으로 지금은 안타깝게도 시장의 기능을 상실하였다. 독특한 점은 70년대 전형적인 복층형, 상가형 시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 


매력적인 높은 천장, 미로처럼 얽히고설켜있는 내부 모습은 새로운 것들을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대부분의 상가는 재개발 이슈가 불었을 때 투기 매입되어 공실로 방치되어있지만, 오래된 통닭집, 방앗간 등이 아직까지 운영이 되고 있고,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대략 보증금 100, 월세 10) 덕분에 몇몇 상가는 개인 스튜디오/작업실로 운영되고 있으며,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청년들이 몇몇 모여 있었다.


용일 자유시장의 모습


오래되고 낙후된 시장 속의 카페, 작업실/스튜디오. 이질감 속에서 오는 동질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할지 모르겠다.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것이 그 자리에 있었을 때 주는 느낌들은 때로는 재미와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왼 편에는 오래된 방앗간,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젊은이가 운영하는 작업실이 존재한다. 


어쩌면 기존 인하대 상권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제공하기 위한 '변화의 모습'이 시작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Epilogue 1 지하차도를 지나서 마무리



Epilogue 2 돌아와요 용자씨에서는 용일 자유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모습과 인터뷰에 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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