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arnus High Jun 30. 2023

왜 이렇게 다들 데이터에 목을 맬까?

데이터 리터러시에 대해서

데이터, 왜 이렇게 다들 중요하다고 말해요?


"선배, 지난번에 저희 지표와 데이터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멈췄는데요. 그리고 나서 집에가서 데이터에 대해서 좀 찾아봤거든요? 데이터 분석 수업도 굉장히 많고, 잘하신다는 분도 많더라고요. 이게 강의가 팔린다는 건 그만큼 데이터에 관심갖고 돈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건데, 왜 이렇게 데이터 데이터 하는거에요?"


"데이터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회사 내에서 통용되는 숫자들을 의미해요.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하는 건 단순히 '숫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넘어서서 '정량화된 숫자에 기반해 경영을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죠."


"아하 그래요? 그럼 저희 회사에서 제가 매일 검토하는 대시보드도, 데이터의 일종이에요?"


"네 맞아요. H가 아침마다 검토하고 의견을 덧붙이는 대시보드도 데이터이구요. 매일 발생하는 주문 건들을 모아놓으면 그것도 데이터에요. 사실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많은 것들은 데이터의 일종이죠.

데이터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이런 애매한 내용들을 조금 더 명확하게 정의하는게 중요할 것 같아요."



데이터는 왜 중요할까?


데이터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단에서 수강생들을 만나보면, 데이터에 대해 관심갖게 된 계기는 여러가지다. 회사의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 데이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대표님부터, 이직을 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강의를 듣게 된 대리님까지 다양하다. 


이유는 다르지만,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를 크게 묶어보면 하나다. 


"성장의 기회를 찾기 위해서."


이 '성장'이라는 단어를 한걸음 더 들어가보면 "왜 중요한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구체화된다. 개인의 관점에서는 데이터를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업무능력이 상승해서, 결과적으로 커리어의 점핑 (이직에 성공하건, 회사 내에서 더 인정을 받건)을 하게 된다. 조직의 관점에서는 데이터를 배우고, 이를 기반으로 직원들의 업무능력이 상승하거나 주요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비즈니스 성장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을 잘 살펴보면, 데이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대부분은 "데이터를 배우면 개인과 조직의 업무능력이 상승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믿음의 저변에는 숫자라는 '객관적 사실'에 기반해서 일할 수 있다면 업무능력이 상승한다는 생각 혹은 유니콘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 대부분이 '데이터에 기반해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데이터에 대한 우리의 믿음



데이터를 배우기만 하면 개인과 조직의 업무능력이 정말 상승할까?


만약 실제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하고 있는 분이라면, (데이터 분석가이거나, 혹은 데이터를 많이 활용하는 회사에 재직중인 분이라면) 단순히 데이터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데이터 관리능력 상승 프로젝트 (데이터 리터러시 상승, 데이터 관리체계 도입, 데이터 스터디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프로젝트)의 실패는 생각보다 현장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실패의 원인은, "목적의 불분명함" 이다. 데이터를 도입해서 조직에서 어떻게 사용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지 않고, "데이터 리터러시가 높아지면, 우리 조직이 성장할거야" 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케이스에서 발생한다. 

이렇게 데이터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경우, 데이터 엔지니어는 데이터 활용 방향성을 고려하지 않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 분석가는 본인이 익숙한 분석방법을 적용할 뿐이다.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는데, 분석 팀 내부에서만 데이터분석이 이루어지는 경우 보통 '데이터 분석' 그 자체가 프로젝트의 목적인 경우다.


두번째로 발생하는 원인은 "부서간 Silo"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이 잘 이루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조직이 숫자를 다루는 것을 넘어선다. 부서별 세부성과와 행동이 데이터를 통해 측정되고 관리된다는 의미이다. 개별 부서에서는 '내가 컨트롤 하지 못하는 곳에서 나의 성과를 측정한다'고 받아들이기 쉽다. 

반대로, 조직의 데이터 문해력(데이터 리터러시)을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서의 협조가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엔지니어 부서에서는 평소에 잘 하지않던 데이터 인프라와 관련된 업무가 추가되고, 마케팅에서는 성과측정을 고려해서 액션을 설계해야 한다. 서비스에서는 고객 실험을 시도해야하고, 사업부서에서는 다양한 대시보드와 분석을 수행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데이터 분석을 잘 하기 위해서는 본능을 이겨내는 행동들이 필요하다. 우리 부서를 생각하는 마음보다 전사 발전을 고려해야하고, 나 하나의 수고스러움보다 전체의 효율성을 생각해야 한다. 쉽지않은 변화다.


마지막으로 꼽는 원인은, "기술부재" 때문이다. 조직의 데이터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는 여러가지 액션을 수반한다. 데이터레이크 (raw data를 부어놓는 데이터 원천 저장소) 를 구축해야하는 케이스도 있고, 데이터를 모든 조직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BI (business intelligence)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케이스도 있다. 

그런 대부분의 케이스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링 작업'이 예상보다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 문제다. 어떤 시스템을 기반으로 데이터 인프라를 설계해야 할지, 얼마나 높은 수준의 분석 작업을  예상해야 할지 등 정말 다양한 내용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만큼 데이터 엔지니어링 작업이 높은 수준으로 필요한데, 이 작업을 담당할 개발자가 없다면 기획자들의 기획안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이렇게 많은 어려움을 뚫고, 데이터 문해력을 높이면 정말 좋은가요?


위에 언급한 어려움 외에도, 조직의 데이터 문해력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정말 많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리터러시를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라고 답할 수 있다. (긍정적 효과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 데이터가 필요하다면 그렇다고 답하겠지만, 덮어놓고 중요한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첫번째로,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의사소통" 이 가능해진다. 데이터가 가지는 속성 중 가장 큰 것이 '객관성'이라고 할 수 있다. '5'라는 숫자는 인턴이 와서 보아도, 대표가 와서 보아도 동일하게 5다. 윗사람의 권위에 의한 소통이 아닌, 객관적 사실 (데이터)에 의거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두번째로, "위임"이 가능해진다. 한때 그로스해킹이 인기를 얻으면서 "AB테스트"를 하는 것이 서비스 개발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순간들이 있었다. AB테스트가 필수적이냐라고 물으면 여전히 의문이지만, AB테스트를 통해 '인과관계'를 밝혀내고 이를 기반으로 실무자가 자체적으로 의사결정 할 수 있는 체계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회사와 조직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조직의 비대함을 부르는데, 이는 동시에 조직의 비효율성을 낳게 된다. (5명의 조직이 50명이 되었다고 10배 많은 일을 할 수없다.) 이런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위임이 필수적이다. 위임을 하기에 어려운 것은 "책임" 때문인데 AB테스트와 같은 데이터는 실무진에서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준다. (실무진의 의견이 A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A라고 말해서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조직의 통합"이 높아진다. 위의 조직 Silo에서도 일부 언급한 내용인데, 데이터 문해력을 높이는 작업은 거의 전사 구성원이 동원되는 프로젝트인 경우가 많다. 특히 30 ~ 40명 사이즈의 조직에서 '본격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비즈니스를 전개하자'는 의사결정은 전 구성원이 데이터의 중요성에 동의하자는 말과도 같다. 이런 전사급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의 통합력이 높아지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데이터, 꼭 사람이 분석해야 하나요?


"선배, 데이터가 정말 중요하다는 점 알았구요. 또 '어떤 이유에서 중요한지'도 이해하게 되었어요. 덮어놓고 데이터를 공부하면 되는게 아니라 명확한 목적을 기반으로 도입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도 이해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등장하는 생성형 AI 들을 보면, 꼭 데이터를 공부해야 하나 싶더라구요. 그림도 그려주고 글도 써주고 하는데요. AI가 데이터도 분석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맞아요. 요즘 AI 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고, 그 활약의 범위가 데이터 분석에도 곧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아요. 하지만 일단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데이터 분석이 되려면 적합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AI 도입 이전에 선결과제로 데이터에 대한 인프라 구축과 구성원의 데이터 이해도가 높아져야 하는 것도 필요하죠."


"AI가 다 해주는 건 아닌가봐요?"


"그렇죠. 사실 지금 단계에서의 AI는 똑똑한 인턴직원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기업이 신기술에 대해 받아들이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네요."


----


<비즈니스 대화를 위한 교양수업>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공통된 지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상의 IT 회사에 다니는 선배직원 J와 후배직원 H가 궁금증을 대신 질문하고, 이야기를 풀어가 줄 것입니다. 혹시 회사에서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다가 막혔던 부분이 있는 분이라면, 비즈니스를 주제로 더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분이라면 매거진을 구독하고 종종 글을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다루게 될 주제의 리스트 >

- 신기술, 어디까지 알아야하고 얼마나 중요할까?

- 영업, 옛날 회사에서나 필요한 거 아냐?

- 과학적 합리성이 필요하지, 정신력은 옛말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망하지 않는 회사의 비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