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마음의 힘이 커졌습니다.
2024년 8월 15일 아침에 씁니다.
저에게는 이상한 반골기질이 가끔 있어서, “이렇게 해라”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그대로 하기 싫어질때가 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배워야 한다”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 워낙 부모님으로부터 “공부해라” 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 들어서인지, 어른이 되고 난 이후에는 반대로 공부가 그렇게도 하기 싫었습니다.
대학교때 놓았던 공부를 다시 손에 잡은 것은, ‘필요해서’ 였어요. 첫 회사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맡았을 때였는데, 제가 비즈니스 / 경영 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동료들과 발맞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아는게 있어야 했어요. 무작정 DBR (동아비즈니스리뷰) 잡지를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맘때쯤 발간되었던 DBR 기사 한토막이 꽤나 이해하기 쉬웠고, 과월호가 헌책방에서 싸게 팔렸기 때문입니다. 대략 6개월 정도 DBR을 손에 쥐고 계속 읽어대다가 “아 뭔가 좀 알겠다”는 마음이 들고, 다시 공부를 손에서 놓았습니다.
다음은 “데이터”였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대기업을 떠나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을 때였습니다. 대기업에서는 나름 촉망받는 인재였다고 생각했는데, 스타트업으로 와서는 딱히 잘하는게 없었습니다. 그냥 시키는 일 하던 때였죠. 뭔가 회사 내에서 의미있는 성취를 만들고 싶은 욕심에 무작정 데이터 교육들을 수강했습니다. 당시에 사내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할 수 있는 직원분이 갑자기 퇴사하면서 그 역할이 부족했거든요. 대략 800만원 넘는 사교육비를 썼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렇게 쓴 돈들이 값지게도, 회사 내에서 데이터와 관련된 일들을 제가 맡게 됩니다. 그렇게 일에서 데이터를 써먹으면서, 또 공부를 손에서 놓았습니다.
두번, 폭발적으로 공부를 하고난 이후에는 딱히 의식적으로 강의를 많이 몰아서 듣거나, 특정 분야의 책을 읽거나 한 적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제게 챌린지한 상황이 많이 주어졌고, 거기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제게는 경험이 쌓여왔습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 이렇게 글을 쓰면서입니다. 최근에 나트랑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오면서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졌어요. 사실 저는 끈기있게 몇년씩 같은 습관을 유지하거나, 마음의 힘이 굉장히 단단하거나 그렇지 않거든요. 그런 저를 보면서, 아주작은 습관이지만 “글을 써보고 싶다”는 갱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3개월 동안 주말 / 평일 가리지 않고 하루에 한개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는게 있었어요.
첫째는, 제 마음의 힘이 커졌습니다. 조금 어려우면 포기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툴툴거리고 싶고, 겁나는 상황에는 도망가고 싶은 제 마음이 조금은 단단해졌습니다. 아침에 글을 쓰면서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되새기고, 제 마음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었거든요.
둘째는,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유투브를 보는 등 일상의 많은 정보들을 배움으로 전환할 수 있었어요. 각잡고 어떤 영역을 배워가는 건 분명 좋은 일입니다. 제가 지금도 회사생활을 하는데는 일찌감치 배워둔 전략 / 데이터 등의 키워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점차 경력이 쌓이면서 저런 hard-skill 외에 조직관리, 리더십, 문제해결 등 soft-skill 이 중요해지더라고요. 이런 것들은 일을하며 제가 깨달은 것들을 글로 적으며 제 몸안에 언제든 꺼내어 쓸 수 있는 지식으로 자리잡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머릿속의 많은 것들이 명확하게 정리됩니다. 과거에 비해 수많은 인풋매체들이 늘어난 것 같아요. 유투브, 책, 주변 사람들 등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오는데요. 이것들을 통해 머릿속에 넣기만 하고 정리하지 않으면 어느새 사라지고 잊혀지더라고요. 여기에서 얻은 것들을 조금씩 글로 옮기다보니 밖으로 꺼내 쓸 수 있는 지식으로 전환됩니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 라.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이걸 배워서 대학교를 가고, 이걸 익혀서 회사에서 써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한 공부는 즐거웠던 기억이 없습니다. 하지만 - 삶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이렇게 익히는 과정은 꽤나 즐겁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