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래터 May 16. 2024

신입PM 포트폴리오 리뷰(3) : 설득력있는 기획이란?

논리적인 명제와 합당한 근거, 그보다 중요한 MVP


PM을 비롯해 몇몇 직군의 채용 공고에는 "논리적인 사고능력" 또는 "고객과 동료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 등을 언급한다. PM 포트폴리오의 첫 번째 평가 요소 역시 지원자의 설명의 설득력이다. 그럼 대체 설득력이란 무엇인가?

 

인간적인 매력, 감성과 서사 등을 제외하면, 설득력은 1) 논리적인 명제의 전개와 이것이 진실에 부합할 확률을 높여주는 2) 합당한 근거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논리적인 명제란 이야기의 전개, 즉 기승전결을 듣기에 크게 어긋남이 없는 주장이다. "이러해서 이러하고 저러해서 저러하다"는 식의 이야기에 막힘이 없고, 그 과정에서 무언가 무리한 추측이나 건너뜀이 없는 진술이다.


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3단 논법이 이런 논리적인 명제의 예시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사람은 모두 언젠가 죽는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도 언젠가 죽는다." 이른바 빌드업(build-up)의 과정으로, 이 과정에서 일부가 생략되거나 바뀌면 논리적인 명제를 벗어나게 되고, 누군가 듣기에 "응?"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포트폴리오를 비롯해 모든 설득, 주장의 글쓰기는 이런 논리적인 명제를 흐름에 맞게 작성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반면 아무리 논리적인 명제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정말로 진실에 부합하는지, 거짓이 없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대부분의 사기와 기만은 논리적인 명제를 담고 있다. 그럴싸하니까 넘어간다. 그럼에도 그것이 거짓이 되는 이유는 이 명제, 주장이 사실일 확률이 0에 가깝기 때문이다.


인터뷰, 설문, 리서치, 고객의 행동 데이터 등 모든 자료가 이런 논리적인 명제가 진실에 부합함을, 진실일 확률이 높음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된다. 100% 없지만 그럼에도 제법 사실일 확률이 높음을 주장한다. 논리적인 나의 주장이 거짓이 아닐 확률이 낮다고, 진실에 가깝다고 '설득' 하는 이다.


대기업은, 혹은 너무나 크고 중요한 일은 논리적인 명제가 진실에 부합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컨설팅을 받고, 기안의 책임자를 내세우고, 수많은 사전 리서치를 수행하고, 심도 있는 분석을 수행한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이 명제가 99% 진실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에 움직인다. 무겁고 그래서 느려진다.


그럼에도 이는 어디까지나 남의 자료이기에, 100%란 없다. 결국은 직접 해봐야만 알 수 있다. 이건 물리법칙 또는 신의 섭리가 아니니까. MVP, Lean 스타트업 정신은 이런 의심에서 출발한다. 단서가 있다면, 진실일 확률이 절반만 넘어도, 혹은 이에 미치지 못해도 우선 수행한다.  다만 실패의 확률이 높기에 최대한 간단하게 수행한다. 가볍고 그래서 빠르다. 대신 명제는, 가설은 분명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설득력 있는 기획이란 논리적인 명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에서 나온다. 그런데 스타트업 혹은 PM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굳이 하나를 추천하자면 전자를 추천한다. 99%를 만들고 설득하는 기획은 준비도 어렵고, 실은 의미도 없다. 99% 확신할 수 있는 일이라면 너무 뻔한 일이 아닐까?


MVP를 배우고 또 연습해 보는 이유가 애초에 여기에 있다. 그러니 근거의 무게나 정확성에 너무 많은 힘들 들이기보단,   차라리 가설을 작지만 뾰족하게 세우고 이를 검증할 MVP를 정말 MVP 답게 제대로 설계하는 연습을 해보길 추천한다. 적어도 스타트업에선 이게 더 귀하고 유용한 능력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