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래터 May 20. 2024

신입PM 포트폴리오 리뷰(7) : 왜 포트폴리오인가?

기획자의 핵심, 고객이 있는 글쓰기

"포트폴리오 분량은 얼마나 되어야 하나요?"


   PM 부트캠프 수강생과의 멘토링 과정에서 가끔 포트폴리오 분량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몇 장이면 족한지 혹은 본인의 포트폴리오가 너무 길지 않은지 묻는 질문에 때로 질문으로 대답하기도 한다. "분량이 중요할까요? 포트폴리오는 왜 작성하는 걸까요?"


   돌이켜보면 나 역시 신입 때 부족한 능력이었지만, 그렇기에 후배만큼은 내 실수를 답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설파하는 게 기획자로서의 사고력이다. 이때 기획자란 정책이나 UX를 설계하는 서비스 기획자로서의 기획자가 아니다. 배경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목적과 목표를 설계 및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가장 부합할 것으로 보이는 방안을 구상하여 실행하는 사람으로서의 기획자다. 목적과 목표가 얼마나 크고 원대한지는 중요치 않다. 그보단 목적과 목표에 맞는 일을 하는데에 방점이 있고, 그러려면 일단 목적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렷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포트폴리오의 분량을 묻는 질문은 멘티  입장에서라면 별생각 없이 물어볼법한 간단한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현직자로서 듣기엔 크게 아쉬운 질문 중에 하나다. 좋은 기획자임을 증명하려는 문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묻는 질문에 이미 좋은 기획자로서의 핵심이 되는 사고가 빠져있으니까. 때론 답변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질문만으로도 질문자의 상태가 드러난다.


고객이 있는 글쓰기, 포트폴리오


   구직 및 이직 활동은 엄연히 고객이 있는 활동이다. 면접관에게 나라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팔아야 하니까. 그러므로 고객의 수요와 그 수요가 생겨난 맥락과 배경, 고객이 중요시 여기거나 염려하는 바를 이해해야 고객이 원하는 걸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도 때로 예비지원자 및 지원자들 역시 고객이다. 채용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럼 지원자라는 제품이 포트폴리오라는 기능 또는 정책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객은 왜 포트폴리오를 필요로 하며 포트폴리오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고객(면접관 등)의 입장에서 채용은 검증의 과정이다. 원하는 바가 있는데 지원자가 이에 맞는지 알지 못하므로 서류와 면접을 통해 재차 확인하여 확신의 정도를 높인다. 실수요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실무진과 함께 진행하기도 하고, 편견과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직무 불문 다양한 이들을 참여시키기도 하는 이유다. 더 제대로 검증하고 싶으니까. 즉, 지원자로부터 알아내고자 하는 것이 있고 그걸 알아내기 위한 수단으로써 서류와 면접, 또는 과제 등을 진행한다. 과거의 경험과 역량, 태도와 열의, 궁합 등을 확인한다.


   이 모든 걸 서류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정리된 글일 뿐이고, 사람이 묻어나지 않으니까. 쓰인 것 외엔 알 수 없으니까. 그래서 서류에서 미처 확인하니 못한 것들을 면접을 통해 확인한다. 물론 굳이 확인조차 하고 싶지 않다면 서류에서 탈락한다.


   서류 역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로 모든 걸 확인할 수는 없다. 상세한 경험과 그 안의 노하우,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판단 근거, 가치관과 사고방식 등은  요약된 이력과 학력, 자기소개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는 결국 포트폴리오에 담긴다.


   다시 말해, 고객의 입장에서 포트폴리오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으로 검증하지 못하는 구체적인 경험과 판단 근거 등을 확인하기 위한 솔루션이며, 이를 제공하는 입장에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드러내지 못하는 나라는 제품의 핵심 가치와 차별점 등을 드러내는 수단이어야 한다. 


포트폴리오, 무엇을 얼마나?


   이런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생각해 봤을 때, 포트폴리오에는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얼마나 들어가야 하는가? 아니, 질문을 다시 정의해 보자. 애초에 지원자라는 상품으로써 PM 지원자의 역량을 검증하는 면접관이라는 고객에게 드러내야 할 요소는 무엇이며 이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포트폴리오 중 어디에 들어가야 하며, 이는 얼마나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가?


1. PM 지원자의 역량을 검증하는 면접관이라는 고객에게 드러내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

1) 관련 실무 경험 : 관련 업무 또는 사이드 프로젝트 등

2) 직무 이해도 및 열의 : 직무의 본질에 대한 이해 및 고민, 직무 적합도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과 근거, 열의를 보여줄 수 있는 경험 

3) 소프트스킬 : 문제 정의 및 해결 역량,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을 보여줄 수 있는 경험

4) 학습 역량 및 성장 가능성 : 학습력, 성장 의지 등을 보여줄 수 있는 과거 경험


2. 이 중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에서 드러내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

1) 이력서 : 관련 업무 또는 프로젝트, 학업사항을 중심으로 (+ 학력 등 기타 사항)

2) 자기소개서 : 본인이 생각하는 PM 직무의 핵심, 그 관점에서 왜 본인이 적합한가, 얼마나 희망하며 이를 어떻게 준비해 왔는가, 소프트스킬 중 강점 또는 차별점이 드러나는 과거 에피소드

3) 포트폴리오 : 관련 업무/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사항, 프로젝트 과정에서 발휘된 문제 정의 및 해결 역량


3. 이는 얼마나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가?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가?

1) 이력서 : 짧은 분량을 고려했을 때에, 각 항목별로 핵심적인 내용이 알아보기 쉽게 서술되었는가?

2) 자기소개서 : 지원자의 이해와 열의, 강점 또는 차별점이 충분히 드러나는가? 지원자에 대해 더 알고 싶게 만드는가? 

3) 포트폴리오 

- 여러 프로젝트 중 어떤 것을 가장 중점으로 서술할 것인가?

- 프로젝트의 여러 요소 중 PM의 핵심 역량 또는 본질을 고려했을 때에 강조해서 드러낼 부분은 무엇인가?

- 스토리라인(흐름)은 자연스러운가? 핵심이 쉽게 읽힐 수 있는 순서로 배치하였는가?


   물론 위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예시일 뿐이며 조직과 팀에 따라 지원자에게서 중요하게 검증하려는 사항은 다를 수 있고, 이에 따라 모든 이에게 완벽하게 보이는 이력서나 포트폴리오가 존재하진 않는다. 이건 성적순으로 뽑히는 대입 수능이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타율'을 높일 뿐이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고민을 하는 과정 자체가 기획자로서의 사고를 연습하는 과정이 된다.  


면접관도 당신을 알고 싶다


   포트폴리오를 고객이 있는 글쓰기라고 표현하였지만, 사실 일상에서 경험하는 대부분의 고객보다 우호적이다. 페인포인트를 경험하고 있고 이를 위한 솔루션으로서 적합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할 의향이 확실히 있고, 이를 위해 본인이 중요시 여기는 사항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맞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고객이니까. 반면 현실에서 마주하는 고객은 대개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르거나 구매 의향이 없으면서도 까다롭게 구는 경우도 있다.


   면접관이란 고객은 부디 당신이 좋은 상품이기를 바란다. 면접관은 당신이 궁금하고, 어떻게든 좋은 점을 한 가지씩은 발견하려고 한다. 그러니 포트폴리오에서 분량을 묻기 전에, 이런 고관여도의 고객에게 나라는 제품의 무엇을 드러내야 할까, 그중에서 무엇을 포트폴리오에 드러내야 하며, 어떻게 하면 고객이 더 보기 편할까? 무엇을 더 궁금해할까? 등을 생각해 보자. 어쩌면 이것이 기획의 시작이고, 기획자 또는 pm으로서의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확률을 높이는 가장 좋은 수단일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입PM 포트폴리오 리뷰(6): 산출문서가 중요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