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면 휴식도, 여행도 제대로 할 수 없으니까
여행 일정에 따라 이른 아침에 숙소를 나설 수도, 늦은 밤에 숙소로 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둘 다 인적이 드문 시간대라는 것. 이 시간대에는 숙소에 머무는 게 좋겠지만 일정이 빠듯하거나 야경을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다. 모처럼 여행 왔는데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을 놓치는 건 아까우니까. 그래서 숙소는 대로변에 자리한 곳을 선호한다. 똑같이 인적 드문 시간이어도 이면도로보다 사람도, 차도 조금이나마 더 많을 것 같아서다. 주변에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이나 편의점이 있으면 더 좋다. 주로 이용하는 정거장과 가까워도 좋겠지만 이건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수준의 조건. 대로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가격대는 평균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여행 경비의 대부분을 숙소에 할애하는 건 아까우니 욕심은 여기까지만 내자. 근처에 24시간 영업하는 가게가 있는 대로변의 숙소 정도면 충분하다.
지도를 보고 숙소를 추렸는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을 때가 있다. 숙소가 있는 동네의 분위기도 궁금하다. 리뷰를 통해 어렴풋이 짐작은 하지만 와 닿지는 않다. 이럴 땐, 카카오맵의 로드뷰를 활용한다. (해외라면 당연히 구글 지도의 스트리트뷰다.) 숙소 근처에 어떠한 가게들이 있는지, 숙소 출입구의 방향이 대로변에 나있는지 아니면 조금 안쪽인지, 차는 많이 다니는지 등을 살핀다. 내가 주로 이용할 정거장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을 쭉 따라가 본다. 숙소에서 편의점에 가는 상황을 상상하며 시뮬레이션해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여행 중에 자주 갈 편의점 또는 가게를 미리 점찍어둔다. 홍콩에서 자주 묵었던 <이비스 센트럴&셩완>의 경우, 구글 리뷰에 ‘숙소 근처에 건어물 가게가 많은데 이 가게들이 저녁 7~8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조금 썰렁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밤늦게 숙소에 들어갈 수도 있던 터라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구글 스트리트뷰로 보니 도보 거리 내에 지하철역과 페리 선착장이 있고 그 앞 도로에는 자동차는 물론, 트램까지 다닌다. 가게들이 문을 닫은 시간에 가도 겁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예약했다.
야경이 유명한 여행지라면 야경까지 즐겨야 제맛. 하지만 야경이라는 건 말 그대로 해가 진 밤 시간대의 풍경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이게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겐 다소 위험할 수 있다. 더구나 야경은 주변 지형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봐야 한다. 홍콩 빅토리아 피크나 바르셀로나 벙커처럼 산꼭대기, 언덕 위 등인데 이러한 곳들은 대개 번화가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 야경 포인트에는 사람이 북적대도 야경을 보고 난 이후 저마다 행선지도, 교통수단도 다르니 뿔뿔이 흩어지기 마련이다. 돌아가는 길이 생각보다 외지거나 무서울 수 있다는 뜻이다. (아, 여기서 도심 한복판의 루프탑 바나 호텔은 예외로 둔다.) 야경을 좋아하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다. 어둑어둑해지 전에 이곳을 빠져나가야 할 것만 같다. 이건 야경이 절정에 달했을 땐 보지 못한다는 뜻. 그래서 언젠가부터 객실에서도 야경을 볼 수 있는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너무 고가여서는 안 된다. 그런 숙소가 과연 있을까? 자세히 찾아보면 알맞은 숙소는 분명 있다. 여행 중심지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거나(물론, 이 경우에도 숙소는 대로변에 위치해야 한다), 야경이 보이되 2% 아쉽거나, 실용성을 강조한 호텔이면 말이다.
홍콩에서는 빅토리아 하버, ICC 타워 등을 조망할 수 있는 <이비스 센트럴&셩완>, 방콕에서는 왓 아룬과 포사원, 짜오프라야 강을 볼 수 있는 <살라 라타나코신>이 만족스러웠다. 부산에서는 해운대에 위치한 <파크하얏트 부산>에 광안대교 전망과 요트 경기장 전망 둘 다 묵어봤다. 광안대교 전망 객실이 훌륭하지만 가격대가 높아 프로모션을 활용하거나 조식 불포함, 환불 불가 등의 옵션을 고르면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겠다.
요트 경기장 전망 객실은 그에 비해 가격대가 낮은데, 요트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꽤 이색적이었다. 객실에서 광안대교 야경을 볼 순 없었지만 호텔 내 레스토랑과 호텔 바로 앞 산책로에서 봤던 터라 크게 아쉽진 않았다. 또한, 해운대 해수욕장을 바라보고 있는 <신라스테이 해운대>도 객실에서 바다를 원 없이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물론, 근처에 있는 비즈니스 호텔인 <이비스 버젯 앰배서더 부산 해운대>에서도 비슷한 전망을 즐길 수 있다. 해운대 이외의 지역으로는 부산역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크라운 하버 호텔 부산>도 기억에 남는다. 객실에서 부산항 대교를 감상할 수 있는데 광안대교 야경에만 익숙해서인지 뭔가 색달랐다. 멀리에는 영도 마을에서 불이 반짝이는데 그 모습이 꽤 낭만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