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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 Sep 26. 2020

지옥행 급행열차로부터 벗어나기

일기장에서 찾는 적신호

일기장에 쓰인 표현을 보면 그때 나의 상태를   있다. 나에게는 숱한 표현들 가운데서도 명백히  상태의 적신호를 상징하는 하나의 표현이 있다. 바로 '모르겠다' 말이다. 진짜 무언가를 모르겠다기보다는 나에게 벌어진 문제나 그것에 대해 내가 느끼는 감정을 직면하고 싶지 않으니 그만 생각하고 싶다는 표현에 가깝다. 셔터를 내려버리는 것이다.  자신에게 나를 그만 내버려 두라고 고함을 지르는 것에 가깝다. 모르겠으니까 캐묻지 좀 말라고. 이것이 바로 내가 정말 나를 괴롭게 하는 문제를 만났을  보이는 행동양식이다.

그래. 때로는 정말 내버려 두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는 아니다. 물론 내게 일어난 문제들은 대수로운 경우도 있고 대수롭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모르겠다고 내뺐을   배는  악화된 폭탄이 되어   앞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이상 '모르겠다'라고 고함치며 숨을  없게 된다. 질질 끌려 나와 공개처형을 당해야 한다. 누구로부터? 당연히 나로부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기장에 뻔히 위험신호가 보일  나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스마트폰을 끈다.  종이와 펜을 준비한다. 지금 내가 처한 문제와 그에 대한 나의 감정을 적는다. 내가 해결할  있는 문제인지 해결할  없는 문제인지 적는다. 해결할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있는지 적는다. 최대한 빨리 해결할  있는 방법을 골라 곧바로 실행한다. 무엇이든 문제 처리에 있어서는 스피드가 생명이다. 두통과 자책과 비판과 피로로부터 최대한 빨리 벗어나 마음의 평정을 찾는 편이 짧게 보나 길게 보나  자신에게 여러모로 이롭기 때문이다.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나는 지옥행 급행열차에 실린  꼼짝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옥행 급행열차란 내가 나를 위해 마련한 특별열차로서 중도하차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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