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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 Sep 09. 2020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흑역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

길을 걷다 보면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평소처럼 일을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도중 역시 평소처럼 과거의 흑역사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놈의 기억들은 몇 년이 지나도 사그라들 생각이 없는 건지 점점 더 생생하게 점점 더 자주 머릿속에 출몰한다. 이럴 때 나는 속수무책인 상태가 되어 몰려오는 수치심을 정면으로 맞는다.

그러다 문득 이 끝없는 셀프 모욕의 굴레를 끊을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떠올랐다. 최근 여성 방송인들의 인터뷰들을 읽다 공통된 대답이 인상적이어서 기억해둔 말이다. 그녀들은 이혼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조심스럽게 관련 일을 묻는 질문에 모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대답을 했다. 물론 그렇게 정리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들이 있었을 테지만, 다 차치하고 그녀들은 ‘지금’의 자신이 되어 당당하게 말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아, 이거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 크고 작은 골치 아픈 일들을 겪는다. 가장 좋은 것은 애초에 그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겠지만, 이미 일이 벌어졌다면 방법은 하나다. 그 일이 결과로만 남도록 해야 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고쳐야 할 것은 고치자. 거기까지다. 일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과거가 아닌 지금을 사는 존재가 아닌가.

우리는 이미 벌어진 일을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일이 우리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지 미치지 않을지를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간에 우리가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우리는 흑역사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과거의 일이 나의 현재를 잡아먹도록 두지 말자. 마음속의 당신 자신이 혹은 누군가가 과거의 일에 대해 묻거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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