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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 Aug 29. 2020

재난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오늘을 살기 위한 소소한 방법



이따금 내가 처한 상황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거나 지나치게 버겁게 다가올 때 너는 내가 극한의 재난 상황에 놓였다고 상상한다. 작금의 판데믹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구조적 몰락이 온다던지, <워킹데드>나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의 상황이 온다던지, 전쟁이 벌어진다던지 하는 상황이 닥쳤다고 앞당겨 생각해보는 것이다.


내 결론은 두 가지다. 첫째, 일찌감치 죽는다. 둘째, 무슨 짓을 해서든 끝까지 생존한다. 어느 쪽이 더 나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모든 생명의 본능은 생존이다. 인간인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에야 도덕성과 윤리를 지키며 살고 있지만 모든 경계가 무너진 극한 상황에 몰리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내가 그토록 염원하던 대로 인간성의 셔터를 내리고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존재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에서만 봤던 재난 상황이 도래한다면 말이다.


극한의 상황에서는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 앞에서 인간은 무슨 일이든 불사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는 제정신으로는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일찍이 못볼꼴 보지 말고 죽는 것이 낫다. 그럴게 아니면 애매하게 살다 애매하게 죽어서 고통은 고통대로 겪느니 무슨 짓을 하든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생존이라는 목적을 달성했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는 있겠지.


이런 상념에 무아지경으로 빠져있다 보면 이내 깨닫게 된다. 그런 상황이 아직 닥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나에게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며 조금 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살 수 있게 된다. 비록 얼마 가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나마 기운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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