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태어날 내일을 준비하기
집에서 5분 거리에 강변이 있다. 강변을 걷기 가장 좋은 시간은 해 질 녘이다. 집 앞 건물에 노란빛이 스며들 때 길을 나서면 때맞춰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다리 난간을 짚고 서서 노을을 바라보기 전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몰랐다. 하늘은 매일 다른 색을 보여준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하늘색과 잔물결이 요동치는 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존재가 자연의 일부로 스며드는 것 같다. 세상 변하는 것 중요하지 않고 자연과 나, 단 둘이 남는 기분. 경외와 겸허가 동시에 찾아온다.
별 일이 없으면 매일 저녁 강변을 걷는다. 한심한 하루를 보낸 날에는 화난 발걸음으로 지친 하루를 보낸 날에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온갖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에 들끓다가도, 오색 찬란한 하늘 앞에 서면 전부 잊게 된다. 매일 때가 되면 하늘은 새로운 색으로 물들고 나뭇잎은 무성해진다. 눈 앞에 펼쳐지는 단순한 진리 앞에서 나는 항상 할 말을 잊는다.
내가 어떤 하루를 보내든 자연은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 그러니 나 또한 지난 일들로부터는 취할 것만 취하고 단호하게 돌아서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매일 해가 뜨고 지듯 나 또한 새롭게 태어나 하루를 살아야 한다. 과거에 사로잡히는 순간 현재도 미래도 제대로 살아나갈 수 없다.
나는 매일 강변에서 노을빛을 마주하며 새로 태어날 내일을 준비한다.
글. 비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