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력과 전혀 다른 팀으로의 배정
대표님이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신입사원들을 모아 불렀다.
각자 어떤 팀에 배정될지 2주 가량 서로 엄청 눈치 보면서 희망 부서를 적어냈던 터라
다들 떨리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나까지 총 4명이었는데, 순서대로 이름과 팀이 배정되었다.
대부분 우리가 얘기하면서 예상했던 대로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었는데, 갑자기 대표님이 책상을 두 손으로 두드리면서
'두구두구두구두구....'를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저걸 해? 불안함이 엄습했다.
A는 건축팀이야!
머리가 새하얘졌다...
건축팀은 인턴 때 우리 4명 다 직접 경험한 부서는 아니었다.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은 다른 동기가 그 팀에서 인턴을 했고, 간접적으로 그 팀의 분위기를
전해 들어서 정말 한 단어로 하면 'oh may god'인 부서라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그 팀의 팀장이 회사 전체에서 그런 뒷담화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하고,
우리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내는 근원지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우리를 알지도 못하면서 죽도록 미워하지?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절대 그 팀에는 배정이 안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사실 큰 신경은 쓰지 않았었다.
마케팅이나 인사팀의 업무는 물론 어렵지만 차근 차근 배우면서 접근하기에 용이한 직군이다.
물론 깊게 들어가고 전문가가 되기에는 어느 직군이나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건축은 아예 얘기가 다르다.
5년제 학부를 나오고도 회사에 들어가서 쩔쩔 매는 게 대다수인데,
숫자 다루는 거에 젬병인데다가 덜렁대는 나의 성격을 잘 알기에 그렇게 피해왔던
분야에 나를 배정했다는 게 믿기 어려웠다.
정말 생각지 못했던 팀 배정 발표에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지금껏 나를 가장 아껴주고 많은 기대를 했던 대표님의 그 생각이 옳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것까지 잘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정말 힘들겠지만, 마케터 혹은 기획자로서의 길을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건축 업무를 접하는 경험은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건축팀에서의 직장 생활을 시작해버렸다.
Prologue. 지극히 공적인 나만의 퇴사기
- 입사부터 퇴사, 백수생활까지의 치열한 고민
-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나의 이야기
책을 읽는 TIP. 미국 서부 여행(2019.09.25~10.11)
**각 파트별 구성에 대한 간단한 소개
- 일일 여행 경로
- 각 코스별, 지역별 편집샵/카페/미술관 추천
- 사진, 이미지도 함께 첨부
1. 회사원 생활
- 내가 봐도 반짝반짝했어
- 숫자 싫어서 문과 왔는데요
- 신입사원은 항상 등을 보여야지
- 보통 1명만 또라이 아닌가요?
2. 커피와 도시재생의 선구자, 시애틀
3. 퇴사 생활
- 다음 생은 없어요, 엉망으로 살아야 돼요
4. 힙한 생활혁명, 포틀랜드
5. 백수 생활
- 퇴사, 하고 나니 별거 아니네
- 이직과 창업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
- 먹고 살 방법은 많은데, 잘 먹고 살기는 어렵다
6. 오르막길과 강렬한 햇빛, 샌프란시스코
Epilogue. 퇴사와 여행의 상관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