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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우드나인 Mar 29. 2020

Prologue 1. 지극히 공적인 나만의 퇴사기

입사부터 퇴사, 백수생활까지의 치열한 고민

안녕하세요, 구름이에요.

처음 뵙자마자 친해지는 기간 없이 너무 사적인 얘기를 늘어놓을 예정이라 

조금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지만, 제 퇴사 얘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이말년 작가님 퇴사짤

저는 약 두달반쯤 전에 회사를 무작정 나왔어요. 

회사를 나와야지 결심하면서 가장 먼저 머릿속을 채운 건 이직도, 아무때나 자는 낮잠도, 

밤새 술 마실 수 있는 여유도 아닌 바로 '여행'이었어요. 


워낙 여행을 자유롭게 아무때나 구애받지 않고 다닐 수 있는 시기여서 그런지 몰라도

저는 특히나 겁이 없고 정착해서 한 군데에 오래 있는 걸 못 견뎌 했어요. 


여행 다니면서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걸을 때의 무서움이나, 

내 돈이나 소지품을 강도당할까 하는 두려움이나

그토록 좋아하는 뜨뜻한 국과 제육볶음, 떡볶이 등을 못 먹는 배고픔보다

새로운 곳에서 내 맘 내키는 데로만 계획을 짜고 넘치는 영감을 받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기 때문일까요. 



퇴사 후 여행은 평소에 다녔던 여행과는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솔직히 떠나기 전까지 설레임은 없었어요. 

회사 생활에 너무 지쳐서 여행에 대해 두근대는 마음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나봐요. 


그냥 여행을 간다기보다는 회사를 벗어나 현실을 생각하지 못하게끔

내 자신을 최적의 상황에 놓이게끔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러기에는 아무래도 집보다는 밖이, 국내보다는 해외가 더 적합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을 떠나면서도 마음의 부담과 지친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어요. 

퇴사만 하면, 그 보기 싫던 진절머리 나는 사람들도, 그 사람들에게서 받았던 상처도

홀가분하게 털어버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제가 그 속에 너무 오래있었는지

제 본 모습이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구요. 


퇴사하기 전에 돈을 많이 모아둔 것도 아니었고, 

예상했던 시기보다 더 빨리 퇴사를 하게 되면서 자금 사정은 넉넉치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보상이라도 해줘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에

퇴직금으로 받은 몇백만원을 미국 여행에 다 쏟아부었어요. 


그러다보니 마음 편하게 그냥 쉬고 여유를 즐기기보다는 평소보다 더 많이 보고, 돌아다니면서

영감을 받아서 발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습니다. 

퇴사하면서 주변의 친구나 친척, 가족들의 암묵적인 걱정과 한숨을 가뿐하게 이기기 위해서는

'퇴사 별거 아니고, 난 앞으로 더 잘될거야!'라는 메세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느꼈죠. 


특히나 최근 퇴사가 유행이냐, 여기서 못 버티면 다른 데서도 못 버틴다,

요즘 애들이 이렇게 나약하다 등등... 퇴사를 하면서 따라오는 그 소위 '조언, 충고, 평가' 들에 의해

또 다른 상처를 받았었는데요.

어떤 유행으로 그냥 치부하는 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 더 깊게 그 과정을 다뤄봄으로써

밀레니얼 세대의 퇴사에 대해 더 얘기하는 기회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여행지 얘기를 해볼까요? 

왜 유럽 대신 미국이고, 미국 중에서도 서부냐구요?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유럽에서 그래도 시간을 꽤 보냈던 반면 미국은 디즈니월드와 뉴욕을 

제외하고는 성인이 되고나서 여행으로 방문해본 적이 없었어요. 


유럽처럼 다정하고 아기자기한 맛은 덜하겠지만, 뭔가 광활하고 큼직큼직하고 세련된

미국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최근 1년 사이 많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운전을 당시에는 못했단 사실이었죠. 

지금에야 아주 거의 뭐 포드 vs. 페라리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베스트 드라이버지만

퇴사 직후에는 운전을 못했거든요. 


미국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 모두가 차가 없으면 여행이 어렵다고들 했어요. 

그렇다고 패키지 투어를 다니는 건 정말 싫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1) 대중교통으로 다니기에 적합한 도시

2) 도시재생, 편집샵, 까페라는 제 여행테마에 걸맞는 도시

3) 포틀랜드를 꼭 갈 수 있는 경로


이 3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미국 서부의 세 도시를 선정했습니다. 

시애틀, 포틀랜드, 샌프란시스코 이 세 도시에서 저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탐구를 해볼건데요. 


여행을 준비하고 실제로 다니면서 답답했던 부분은

특히 미국 여행은 그 범위가 엄청 다양하고 넓음에도 불구하고 

책 한권에 묶여 있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정보는 빠져있는 경우가 많았고

최근 트렌드가 반영되지 못해서 일일이 돌아다니거나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에

분산되어 있는 정보를 찾아나서야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여행기 혹은 여행 정보지는 아니지만 

역사유적지 등 랜드마크를 찍는 여행이 아니라,

편집샵/카페/마켓 등 그 지역(로컬)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들을 위주로 해서

작지만 반짝거리고 소중했던 순간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저와 취향이 비슷한 분들께 기억에 남는 여행루트를 제안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의 구름이의 여정에 함께 해주실거죠? 





Prologue. 지극히 공적인 나만의 퇴사기

- 입사부터 퇴사, 백수생활까지의 치열한 고민

-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나의 이야기


책을 읽는 TIP. 미국 서부 여행(2019.09.25~10.11)

**각 파트별 구성에 대한 간단한 소개

- 일일 여행 경로 

- 각 코스별, 지역별 편집샵/카페/미술관 추천

- 사진, 이미지도 함께 첨부


1. 회사원 생활

- 내가 봐도 반짝반짝했어

- 숫자 싫어서 문과 왔는데요

- 신입사원은 항상 등을 보여야지

- 보통 1명만 또라이 아닌가요?


2. 커피와 도시재생의 선구자, 시애틀


3. 퇴사 생활

- 다음 생은 없어요, 엉망으로 살아야 돼요


4. 힙한 생활혁명, 포틀랜드


5. 백수 생활

- 퇴사, 하고 나니 별거 아니네

- 이직과 창업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

- 먹고 살 방법은 많은데, 잘 먹고 살기는 어렵다


6. 오르막길과 강렬한 햇빛, 샌프란시스코


Epilogue. 퇴사와 여행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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