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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워터봄발리'를 소개하게 될 줄이야. 발리 여행을 준비하면서 몇 가지 액티비티는 미리 예약을 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워터봄발리였다. 처음에는 민철이가 워터파크를 가자길래 무슨 발리까지 가서 워터파크를 가냐고 질색팔색했는데, 민철이가 가고 싶어하는 것 같아 못 이기는척 예약을 했다. 워터봄발리는 발리 현지인들은 출입이 안되고 외국인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라 그런지 크게 붐비지 않는 게 특장점이다. 시설이나 환경도 쾌적하고 안에서 파는 음식들도 다 맛있고 가격도 사악하지 않다. 17-18개 정도의 어트랙션이 있는데 그 중에 어른들이 재밌게 탈만한 건 6-7개 정도였다. 나머지는 조금 시시하거나 어린이들에게 맞춰진 수준. 그럼에도 한국에서 캐리비안베이 같은 워터파크를 가면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슬라이드 한 번 타서 지쳐버리는데, 여기서는 원하는 만큼 최대 10분 정도 대기하고 무제한 탈 수 있다는 것.
숙소에서 출발해 워터봄발리로 가기 위해 택시를 부를 때 목적지에 '워터봄발리'를 검색했더니 워터밤발리, 워터붐발리 등 여러 개가 동시에 뜨더라. 워터봄발리가 여행객들에게 인기긴 인기구나 싶었다. 워터봄발리는 스미냑 쪽(남서부 쪽에 가까운 밑에 지역)에 위치해 있어서 짱구에 머물더라도 택시로는 3-40분 정도 걸린다. 워터봄발리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데 오전에 가서 놀고 오후에 또 다른 일정을 소화해도 큰 무리가 없다. 티켓을 확인하고 키를 받는 카운터 옆쪽으로는 수영복과 하바야나스 브랜드 쪼리를 파는 매장이 있다. 만약 수영복을 챙겨오지 않았다면 여기서 구매해도 되지만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나는 가지고 온 쪼리가 좀 불편해 나가는 길에 하바야나스에서 쪼리 하나를 샀는데 아직도 잘 신고있다.
내부로 입장하면 한국이랑 똑같이 락커키와 수건을 받고, 개인 짐을 보관한 후에 키가 달린 팔찌로 내부에서 먹을거리 등을 결제하면 되는 간단한 시스템이다. 다만 먼저 팔찌에 돈을 충전하고 쓰고 남으면 잔금을 환불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냥 넉넉히 처음에 충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차피 나중에 다 환불이 될 뿐더러, 부족하면 다시 지갑을 꺼내서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입장하자마자 몸에 물 한 번 묻히기 전에 민철에게 일단 배 좀 채우자고(무슨 주막 들린 것마냥) 해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푸드코트처럼 여러 가지 종류 음식을 파는 곳이 중앙에 몰려 있었는데 우리는 크림 파스타와 핫도그를 먹었다. 물론 발리 시내의 로컬 음식점보다야 가격이 조금 비쌌지만 관광지라고 바가지 씌우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아주 성의가 있는 맛.
배를 채우고 여러 종류의 슬라이드를 전투적으로 타기 시작했다. 민철이가 혹시 여기 반나절 이상 머물자고 하면 어떡하나 내심 아주 살짝 조바심도 났는데 은근 이게 2-3번 정도씩 타면 재미가 떨어진다. 뭔가 캐리비안베이의 슬라이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거라 그런지 더 욕심이 나는데, 여기서는 쉽게 쉽게 탈 수 있어서 딱 원하는 만큼 타고 멈출 수 있었다. 슬라이드나 인공 파도풀에서 서핑타기 등 액티비티 말고도 튜브에 앉아서 유유자적 흘러갈 수 있는 유수풀과 베드등도 곳곳에 많아서 특히 가족 단위로 오기에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워터봄발리에서 놀면서도 '내가 진짜 어릴 때 왔으면 환장했겠다...' 싶었다. 하루종일 애기들 노는 것 보면서 부모님들도 좀 편하게 쉬고 먹는 것도 안에서 다 해결할 수 있으니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에게는 특히 강력히 추천한다.
워터봄발리에 정말 예상치 못한 복병이 하나 있었는데 슬라이드 같은 액티비티를 탈 때 이용하는 튜브를 직접 가지고 올라가야 한다는 거다. 슬라이드가 더 높고, 더 짜릿할수록 계단이 많다. 나는 왜 이렇게 계단 10개만 올라도 숨이 차는지 모르겠다. 슬라이드를 타는 건 좋은데 진짜 계단이 인간적으로 넘 많았다. 우리가 갔을 때는 날씨가 엄청 덥지 않고 날이 조금 흐린 상태라 후덥지근하지 않았는데, 햇빛이 너무 쨍쨍한 날은 야외에서 계속 놀기 힘들 것 같기도 했다. 근데 사실 애기들은 전혀 상관 안 할지도. 처음에 1-2번만 튜브를 들다가 지쳐하니까 그 다음부터 민철이 거대한 튜브를 쌀가마니 지듯이 어깨에 지고 올라갔다. 슬라이드 탈 때는 세상 신나보이던 민철은 계단에 튜브를 지고 올라갈 때마다 본인이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의 형벌 받는 것 같다면서 세상 불쌍한 척은 다 했다.
다 놀고나면 락커 옆에 샤워실이 있는데 바디워시, 샴푸는 있었지만 별도의 스킨, 로션 같은 것들은 갖춰져 있지 않아 깨끗이 씻고 가야 하는 분들은 개인 물품을 챙겨와야 한다. 우리는 어차피 숙소 돌아가서 제대로 씻을 예정이라 여기서는 간단히 물로만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시설 자체는 1인이 들어갈 수 있게 칸이 나뉘어 있고 깨끗한 편이라 사용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워터봄 발리 내부에 있는 직원들도 발리 모든 곳에서 그렇듯 기분좋게 친절하고 수질이나 시설도 깔끔했다. 나도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이렇게 원없이 워터파크에서 쉬지 않고 액티비티를 탄 적이 많지 않은데 발리에서 여유로운 일정을 확보할 수 있다면 반나절 정도는 와볼만한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