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여유로운 여행자 기분을 잔뜩 내고 싶다면
여행을 혼자가 아닌 가족들과 함께 하면 내가 평소 여행을 다니면서 절대 안 했을 선택들을 하게 된다. 그런 선택을 통한 경험을 하면서 '아, 역시 난 이런 건 잘 안 맞아. 내 취향이 아니야'란 생각을 강화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발리 여행에서는 대부분의 그런 (가족들의 취향에 맞췄던)선택들로 인해 '어? 이런 경험도 생각보다 좋네? 나랑도 이럴 때는 맞는구나'하면서 스스로의 편견을 깼다. 그 중의 하나가 '워터봄 발리',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비치클럽(beach club)'이었다.
발리에 와서 스미냑, 짱구 등의 해안가 도심에 머물게 되면, 특히 2-30대의 젊은 여행자들이라면 대부분 '비치클럽(beach club)'을 코스에 포함시킨다. 비치클럽은 이름 그대로 라운지와 클럽이 결합된 형태로 음식과 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클럽이다. 다만 폐쇄된 실내 공간이 아니라 바다, 해변가와 바로 연결되어 선셋을 볼 수 있는 입지에 위치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수영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수영을 하면서 음악도 즐기고 술과 음식도 먹고, 해변가를 거닐기도 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발리 서부 해안가를 따라 비치클럽들이 쭉 있는데, '포테이도 헤드', '쿠데타', '핀스'같이 원래 유명한 비치클럽이 있고 '마리비치', '라브리사', '아틀라스', '더 론' 등 비교적 최근에 생긴 신생 비치클럽들도 있다.
나는 보통 잠깐 잠깐씩의 카페 휴식을 제외하고는 액티비티나 구경하러 다니는 여행 스타일이라 한 곳에서 반나절 이상을 머물면서 유유자적하는 여행코스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배제하는 편이다. 가족 중에서도 동생과 아빠가 비치클럽을 꼭 가보고 싶어해서 일정에 포함을 시켰는데 우리가 비치클럽을 고른 팁과 기준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먼저 비치클럽(beach club)이 굉장이 여러 곳이 있기 때문에 어떤 곳을 가야 할지 고민이 될 수 있는데, 아래의 기준들 중 자신에게 맞는 곳이 어디인지 먼저 확인해보자. 대부분 발리의 비치클럽들은 미니멈 차지로 가격제를 운영하고 있다.
1. 가격(미니멈 차지): 일반 상업시설처럼 입장료 정도를 지불한 후 음식, 주류 등을 구매하면 되는 곳이 있다. 그런데 보통 대부분의 발리 비치클럽에서는 앉고자 하는 좌석에 따라 입장료가 포함한 미니멈차지를 선불로 지불하고 해당 금액만큼 내부 부대시설 및 주류/음료를 구매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미니멈차지는 1인당 혹은 보통 1테이블당 필수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특정 금액이 정해져 있어서(바 자리 10만원 바닷가 바로 앞 좌석 30만원 등)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지불한 금액만큼 내부에서 먹고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선입장료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럼에도 좌석마다 나름 미니멈차지의 가격 차가 많이 난다고 느낄 수 있고, 클럽마다도 미니멈차지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놀러갈 클럽에 따라 다시 살펴봐야 한다.
미니멈차지를 냈으니 최대한 일찍 가서 하루종일 노는 게 좋은 거 아니야? 혹은 오전에 가서 놀다가 저녁에는 다른 일정을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일몰 전 1~2시간 전에 입장하여 저녁 때 까지 놀고 나오는 것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너무 덥다. 그리고 햇빛이 완전히 가려지는 자리가 아니라면 햇빛을 피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편안하게 즐기기가 어렵다.
만약 일찍 방문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햇빛이 많이 차단되는 실내 자리나 큰 파라솔이 있는 좌석을 꼭 선택하길 추천한다. 해가 질 때쯤 바닷가와 비치클럽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 사진도 아름답게 잘 나온다. 그런데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사람들도 많이 빠지는 느낌이고 확실히 비치클럽이 다 야외에 위치하다 보니 야외 좌석은 굉장히 어두워진다. 해변가 좌석에 앉았을 때는 거의 렌턴같은 조명으로 메뉴판을 비추면서 음식 주문을 했다. 그래서 일몰 1-2시간 전에 가서 4시간 정도 놀면 나는 개인적으로 아쉽지 않고 충분했다.
2. 음악: 음악도 비치클럽의 분위기, 방향에 따라 결이 달라진다. 어떤 곳은 진짜 신나는 edm 계열의 클럽 노래가 나온다. 20대-30대 친구들이 함께 놀러온다면 이런 분위기의 클럽을 가면 재미있을 것 같다. 또한 나는 개인적으로 너무 둠칫둠칫하면서 춤을 추는 분위기는 오래 즐기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게다가 부모님과 남편, 동생이랑 같이 가는 것이기도 했고 수영도 하고 해변가도 걸으면서 좀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했다. 본인의 평소 음악 스타일, 그리고 함께 가는 사람들을 고려하여 정하면 되겠다.
3. 좌석(위치, 인원 수): 비치클럽을 알아보면서 이 부분이 가장 많이 고민이 됐다. 보통 비치클럽을 미리 예약하려면 각 홈페이지에 접속 후 좌석을 선택하여 예약하면 되는데, 이 때 예약 가능한 좌석이 표시된다. 뮤지컬, 오페라 처럼 좌석에 따라 가격(보통 미니멈 차지)이 달라진다.
뷰가 얼마나 좋은지, 선베드 형태의 좌석이 제공되는지, 풀장이나 해변으로의 접근성이 어떤지, 햇빛을 가릴 수 있는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는지 등의 기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무조건 비싼 좌석보다는 본인이 꼭 사수해야 하는 기준에 맞춰 좌석을 골라보는 것이 좋다. 기존에 방문하신 분들이 경험한 좌석 배치도 및 후기를 블로그나 유튜브 영상 등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해당 정보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4. 예약/ 워크인: 보통 인기 있는(블로그나 유튜브 검색에서 대부분 상위에 노출되는 핀스, 포테이토 헤드 등) 비치클럽들은 당일이나 몇일 전에 예약하면 이미 마감된 경우가 종종 있다. 꼭 유명하고 가장 핫한 곳을 가겠다! 하시는 분들은 여행 계획이 잡히면 최소 2-3주 전에는 미리 예약하시면 원하는 자리에 하실 수 있다. '워크인'은 말 그대로 예약하지 않고 이용 당일에 현장에 방문해서 남는 자리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워크인으로 하면 보통 원하는 자리를 할 수 없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하고, 인기 있는 클럽의 경우에는 아예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예약하는 방식이 어렵지는 않지만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내용 외에 궁금한 점이 있거나 하면 각 비치클럽의 What's app 계정으로 연락하면 문의 가능하다.
5. 시설/ 풀장: 풀장은 규모에 따라 1곳만 있기도 하고 2-3곳을 갖추고 있는 경우도 있다. 사실 난 개인적으로 비치클럽이 꼭 수영장을 다양하게 이용하기 위해 갔던 것은 아니라 1곳이어도 충분했을 것 같지만 다양한 풀장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은 참고하면 좋겠다.
각 비치클럽(beach club)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주류와 음식들을 제공하는데 미리 메뉴도 온라인 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생각보다 다양한 음식이 좋은 퀄리티로 준비되어 있어서 놀랬다. 스시나 초밥류, 튀김류, 디저트류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배 터지게 먹었는데 하나 같이 다 맛있었고 재료도 신선했다. 다만 스시나 초밥류는 날이 덥기 때문에 식중독 위험이 있을 수 있어 신경써서 먹어야 한다.
내가 방문한 비치클럽(beach club)의 경우에는 좌석이 정해져서 자리를 잡고 앉으면 메인으로 우리 좌석을 케어하는 직원이 배정된다. 그리고 이 직원이 돌아다닐 때 음식/주류도 주문하고 필요한 것도 요청하면 된다. 수영장을 들락날락 거리니까 좀 추워서 큰 비치타월을 추가로 요청해서 받았다. 타월은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고 추가 요금을 받는 곳도 있으니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