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월말 결산 일기
도파민과의 전쟁이었던 8월.
쾌락의 영역이라 여겼던 감정이 사실은 절대 절망으로부터 기인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이 축축한 불씨를 다스리고자 요가, 티타임 그리고 독서 시간을 사수했다. 그러나 내가 언제는 뭐 굉장히 매니악틱했던가. 밤엔 나 자신과의 불화를 종용하는 것들과 유대를 끊고자 하면서도, 낮엔 불구덩이 테마주에 올라타 자극의 최대치를 맛봤다(나름 중용의 자세라 말하고 싶다).
세상은 더 난리였다. 대낮부터 흉기 난동 사고가 일어났고 심지어 허위 신고까지 더해지며 불안 심리도 계속 높아졌다. "감옥은 무슨. 다 쏴 죽여야 한다" 말하는 것도 여러 번 반복하니 지겨웠고 지겹다 못해 두려웠다. 유일하게 남산타워만이 나를 달랠 수 있었다. 오며 가며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지금 이곳은 낭만의 도시 서울이라고 말해주니까.
이따금 등허리에 큰 갈퀴를 지고 느리게 걷는 나를 상상했다. 뭐라도 긁어모으고 싶은 나의 욕심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고, 탐닉하지 않아도 결국 지나오며 멀어지는 것들을 대면하는 행위기도 했다.
한 번에 하나도 제대로 못 하면서 움켜쥐는 아집을 언젠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사실 잃는다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손해보기 싫어 집착하는 내가 너무 추해 차라리 잃는 게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싶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까.
어렵다는 말을 쉽게 내뱉지 않으려면 고민의 진짜 무게를 달아보는 시간을 사수해야한다. 나에게 어떤 결핍이 있는지를 따지기보단 결핍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여러 번 반복해서 외워야 한다. 특히 외로움이라는 급류에 떠내려가는 것을 잡아선 안 된다.
어떤 조율이나 타협 없이 이 자체로 흡족한 순간들을 마주하는 게 참 좋다. 마치 남산타워처럼 이게 삶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들의 곁에서 따스한 눈인사를 나누는 일. 내 삶에 이 같은 게 더 많아진다면 나는 영영 시차라는 단어를 잊게 될지도 모른다.
벌써 3년째 신고 있는 낡은 샌들을 바라보다가 "더 이상 좋아하지 않아서 헤어졌다"라는 말을 이해해버렸다. 닳아 버리거나 닳아서 버리는 것. 익숙함마저도 그만두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니 절망이니 쾌락이니 하며 힘을 빼는 것도 자중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