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월말결산일기
대화란 뭘까. 말이 늦게 터서 그렇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분명 즐거움의 영역이었는데 요즘엔 자주, 뻑뻑하도록 입을 닫고 싶어진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뱉어내는 탄성이 있고, 주관적인 개입 없이 상황만을 정리해서 전달해야 할 때도 있고, 조금의 동정이라도 얻고자 내 사정은 뒤로 감추고 겉핥듯 말할 때도 있고, 지금 당장의 가벼운 실언이 훗날 폭탄이 되어 돌아오지 않도록 멈춰야하는 때도 있는데. 상대에게 모든 내 의중을 말해줄수도 없는 노릇이고. 구차해지거나 오해를 사느니 그냥 닫아버리는 것이 퍽 낫겠다싶지만 그러면 또 다른 오해를 사고 더 많이 구차해져야할 것 같아서 겨울철 동파를 방지하려 틀어둔 느슨한 수도꼭지처럼 멈췄지만 흐르도록 하고있다.
너무 어려워서 스스로를 위로할 짧은 한마디, 이마저도 내뱉기 힘들다. 저마다의 모습대로 말하는 것 뿐일텐데, 상대만 고려하자니 말을 못하겠고 나만 생각하자니 일이 커진다. 지금까지 난 어떻게 그 깊은 대화들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어떻게 대화가 즐거움의 영역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누군가가 견뎌줬던 걸까. 내가 끝없이 이해해본걸까. 너무 당연했던 것들이 새삼 대단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