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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례 Aug 25. 2023

새삼 대단해보이는 일들

2021년 12월 월말결산일기

대화란 뭘까. 말이 늦게 터서 그렇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분명 즐거움의 영역이었는데 요즘엔 자주, 뻑뻑하도록 입을 닫고 싶어진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뱉어내는 탄성이 있고, 주관적인 개입 없이 상황만을 정리해서 전달해야 할 때도 있고, 조금의 동정이라도 얻고자 내 사정은 뒤로 감추고 겉핥듯 말할 때도 있고, 지금 당장의 가벼운 실언이 훗날 폭탄이 되어 돌아오지 않도록 멈춰야하는 때도 있는데. 상대에게 모든 내 의중을 말해줄수도 없는 노릇이고. 구차해지거나 오해를 사느니 그냥 닫아버리는 것이 퍽 낫겠다싶지만 그러면 또 다른 오해를 사고 더 많이 구차해져야할 것 같아서 겨울철 동파를 방지하려 틀어둔 느슨한 수도꼭지처럼 멈췄지만 흐르도록 하고있다. 

너무 어려워서 스스로를 위로할 짧은 한마디, 이마저도 내뱉기 힘들다. 저마다의 모습대로 말하는 것 뿐일텐데, 상대만 고려하자니 말을 못하겠고 나만 생각하자니 일이 커진다. 지금까지 난 어떻게 그 깊은 대화들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어떻게 대화가 즐거움의 영역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누군가가 견뎌줬던 걸까. 내가 끝없이 이해해본걸까. 너무 당연했던 것들이 새삼 대단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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