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유례 Sep 30. 2023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은 흔한 일

9월 결산 일기

러닝에도 취미를 붙인 것처럼 보이지만 테스트 중일 뿐이다. 런데이 앱의 플랜만 따르면 내가 8주 후엔 30분을 연속으로 달리게 된다고? 여전히 의심 속이지만 뛰는 것 자체를 싫어했던 내가 러닝을 ‘To do list’에 넣고, 비가 내리는 날을 아쉬워한다.


뇌가 과부하 상태라는 진단을 받고 사진만 3만 장이 넘게 담긴 나의 아이폰 프로 11도 이런 기분일지 싶었다. 집중도 어렵고 멈춤 증상도 잦다. 생각과 행동이 느려져 답답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 자주 지나쳤던 것들을 깊게 보게 되면서 흔한 일상이 낯설어지자 새로운 우주를 만난 듯 신비롭다.


보인다고 아는 게 아닌 것처럼, 해보지 않고는 그 무엇도 무어라 말할 순 없다.

느리다고 멈춘 게 아닌 것처럼, 각각의 형태와 속도를 존중해야만 한다. 뛰면 빨리 갈 수 있지만 다칠 위험도 있는 거니까. 다만 살아낼 수만 있다면 모든 게 길일 테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 9월이었다.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은 흔한 일. 성장이 필요하다는 깊은 뜻을 알려면 몇 주, 몇 달, 혹은 평생이 걸릴지 모른다. 그래서 난 ‘흔할수록 귀하다’는 말만 여러 번 새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서 눈물이 나는 걸지도 몰라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