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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례 Aug 31. 2024

8월 여름 결산 일기

202408 기록

치발기가 물렁해지도록 밤낮으로 성장통을 이겨낸 조카는 쌀알처럼 귀여운 아랫니를 얻었고, 나는 그간의 관성을 타파하고 나를 내 삶의 중심으로 끌어오고자 지루함, 경솔함, 게으름, 불확실성 같은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견지해야 했던 한 달이었다.


대단한 일처럼 떠들어 두었지만, 실상은 겨우 두 뼘 또는 두 평 남짓의 공간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수권의 책, 수 편의 드라마와 영화, 다양한 유물과 작품에서 거친 물너울을 느꼈고, 심지어 일렁이며 여름 바다의 푸르름을 거머쥐는 일. 초록의

짙은 내음에 던져지고 싶은 날에는 안개가 잔뜩 낀 새벽녘을 달리며 버드나무 사이로 가끔 비치는 아침 해를 보았고 공평하게 주어진 하루에 절로 감사하며 절차탁마를 되새겼다.


넘치도록 쏟아지는 볕, 불어 넘치는 바람, 소려한 환대들이 직감을 믿을 용기를 불어넣고, 한 걸음 더 인간다워지라 진정성을 결심하게 했으며, 진실을 좇기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다시금 기회를 주었기에 오늘을 나답게 사는 내가 참 좋았던 8월이었다. 하루 이틀 정도를 제외하곤 나무랄 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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