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에 눈뜬 계절이었다.
기운이 없어 무료한 시간엔 클리셰하고 올드한 90년대 영화 또는 연관성과 개연성은 엉망이나 어쨌든 로맨틱한 감성 판타지물을 즐겨봤다. 수상작이 아니면, 좋아하는 감독의 작품이 아니면, 평가가 좋지 않으면 나와 상관없는 세계라 여겼는데 역시 이론과 실제는 달라. 연약함이란 불안을 깨고 거대한 놀이터를 만났다. 결국 늘 벽을 쌓았던 건 나였다.
내가 나에게 달려가 안기는 꿈을 꾸었다. 잠결이 아닌 나의 의지로 그린 그림. 기다리고 있는 내가 건강하고 행복하고 여유롭고 한없이 다정해지길 기대하면서. 미래를 말할 때 막연히 사랑이라 답했는데 나는 계속해서 이 꿈을 꾸지 않을까.
“완벽하게 헤어져야 다음이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는 누군가의 고백에 “제 그릇도 못 챙기는 주제에 흘리는 말이었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인생의 의미는 자기가 정하는 것인데 입이 방정이었나 싶었다가 “헤어지고도, 때로 삶에서 두고두고 생각한다”는 말에 비로소 안심했다. 그제야 나를 뒤돌아봤다.
빠른 시간 안에 정말 여러 일과 사람이 스쳤지만 살아있다. 미안하고 감사한 1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