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결산 일기
하루란 게 되게 조그맣고 막 소중해.
뽀뽀득 서걱서걱 탈탈 재료를 손질하고 굽거나 삶아 끼니를 때우면 아침. 좋아하는 책에 푹 빠졌다 배꼽시계 울리면 점심이 야. 똑같은 걸 반복하는 것 같지만 저녁 메뉴엔 더욱 심혈을 기 울이지.
헐렁하게 깍지 낀 손사이로 오가는 바람, 길섶의 풀벌레 울음, 밤거리를 꽉 채운 도심 속 실루엣들, 희다 못해 가로등에 어린 어떤 존재들. 이것들 사이에서 기어코 살아남는 꿀벌이 되는 꿈을 꾸는 9월이었어.
내 삶을 나답게 살면서도 한계를 인지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에 즐거울 일도 많았지. 친구의 새로운 출발에 마음이 정말로 기뻤고 매일매일 신기하고 자랑스러워. 1년 치 마실 술을 9월 한 달 에 다 마셨어. 무지개를 따라가는 멋진 러닝을 했고, 평냉 두 번 먹었다.
작고 미묘한 왕복운동 같지만, 한 달이란 게 되게 다이내믹해. 왕복운동이란 건 다이내믹한 건가봐. 신나고 즐거워. 앞으로의 한 달이 기대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