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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례 Oct 31. 2024

10월 결산 일기

인스타그램 비활성화 후기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았다고 비명을 지르는 대신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시켰다. 타인의 감정 쓰레기통을 자처했던 일상에서 한걸음 물러나니 시간은 많아졌다. 덕분에 책과 영화와 드라마에 묻혀 지내며 온 세계의 사랑과 불신의 플롯을 탐험했다.


대부분이 평온하고 사랑스러우며 기쁘고 지극히 일상적이었다. 그럼에도 눈물이 날 땐 퉁퉁 불은 아몬드를 볼 깊숙이 넣어둔 사람처럼 가끔씩 아리는 턱 끝을 이 악무는 버릇으로 버텨내는 일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침이 샐 것 같은 느낌을 견디며.


내가 나를 채워가는 이 시간이 주어졌음에 감사했고, 이전에 쌓인 지엽적인 것들을 바라볼 땐 눈가가 시렸다. 공허, 불안, 두려움 같은 망상 등 다행히 쓸어버리면 그만인 것들이었다.


웃음이나 눈빛은 형태가 없지만 주고받을 수 있다. 딱히 모양이 없어 무게도 없지만 한 사람을 단단히 만들어가는 힘이 있다. 이를 실감하면서 부딪혀보기를 주저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나를 내가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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