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비활성화 후기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았다고 비명을 지르는 대신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시켰다. 타인의 감정 쓰레기통을 자처했던 일상에서 한걸음 물러나니 시간은 많아졌다. 덕분에 책과 영화와 드라마에 묻혀 지내며 온 세계의 사랑과 불신의 플롯을 탐험했다.
대부분이 평온하고 사랑스러우며 기쁘고 지극히 일상적이었다. 그럼에도 눈물이 날 땐 퉁퉁 불은 아몬드를 볼 깊숙이 넣어둔 사람처럼 가끔씩 아리는 턱 끝을 이 악무는 버릇으로 버텨내는 일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침이 샐 것 같은 느낌을 견디며.
내가 나를 채워가는 이 시간이 주어졌음에 감사했고, 이전에 쌓인 지엽적인 것들을 바라볼 땐 눈가가 시렸다. 공허, 불안, 두려움 같은 망상 등 다행히 쓸어버리면 그만인 것들이었다.
웃음이나 눈빛은 형태가 없지만 주고받을 수 있다. 딱히 모양이 없어 무게도 없지만 한 사람을 단단히 만들어가는 힘이 있다. 이를 실감하면서 부딪혀보기를 주저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나를 내가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