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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마주마 Jan 30. 2024

충고 잘해주는 사람을 곁에 두지 마세요.

너무 많은 충고는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게 합니다. 




면접시기는 이따금씩 돌아온다. 

이력서를 수정하고, 구직사이트에 제출하고, 카페에 가서 다시 기업들을 검색하고 이력서를 돌려본다. 

업종에 맞게 자소서를 수정하는 일도 빼놓을 수가 없다. 이전의 회사를 그만둘 때는 의기양양하지만 퇴사 1일 차가 되는 순간 "자유"는 "굴레"로 바뀐다. 

시간은 있지만 돈이 없는 현실.




일주일쯤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이 많은 회사와 가게들 중에 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 한심해진다. 경력, 경력, 경력!! 그간의 일이 싫어서 그만두고 나왔지만, 세상은 초보자를 환영하지 않는다. 더욱이 앞자리가 4로 바뀐 40대에게는 더욱 그렇다.


 

새로운 일을 배우고 싶지만 나이가 많은 초보자는 공고란에 구색 맞춤용일 뿐 현실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회계 경리, 사무직, 고객관리 등의 사무직을 그만두고 이제는 나중의 소소한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결심했지만 내 이력서는 열람에서 멈췄을 뿐이다. 





겨우겨우 면접이 잡혔을 때는 일주일에 2일, 그것도 4시간만 일하는 주 8시간~12간 정도의 빵집에서 나보다 나이 어린 점장에게 쭈뼛되며 대답하는 게 전부였다. 주 8시간의 알바를 위해서 자기 어필을 하고 초보자이지만 "열심을 다해 배우겠다"는 포부를 외쳐야 하는가. 나름 열심히 살아온 내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이대로 포기하는 건 현실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는 결국 초보들도 가능하다는 보조출연직으로 눈을 돌려본다. 나이제한 없고, 초보자도 전혀 상관없는 지나가는 행인 정도의 역할들이다. 우선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말이 면접이지 접수비를 내고 등록하는 것이다. 입회비 5만 원이라지만 나를 써준다니 그저 고마운 마음이 들어 남편에게 말하고 입회비를 들고 여의도로 향했다. 



나름대로 네이버에 검색하고 유튜브를 검색해 보니... 입회비는 내는 곳도 있고 안내는 곳도 있었다. 미리 알아보고 지원할걸... 하는 후회가 됐지만 이미 출발했으니 기대감을 가지고 2시간에 걸려 도착했다. 네이버길 찾기에는 분명 1시간 20분 정도라고 했는데...



그래도 어쩌나... 만류하는 남편을 등지고 나왔으니 나는 들어가야 한다. 나 말고도 서너 명의 청년들이 있었다. 그들과 함께 우리는 입회비 5만 원을 내고 등록을 마쳤다. 다시 2시간에 걸려 집으로 왔다. 현타가 온다. 현자타임이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온 것인가... 일은 들어올것인다... 한겨울에 바깥에서 8~9시간을 대기할 수 있을까? 난 무슨 짓을 한 걸까... 아하, 나는 호구였구나.








집에는 이제 막 7살이 된 막내와 9살 둘째, 그리고 11살이 된 첫째가 있다. 

나의 남편을 비롯해 친구들 가족들은 차라리 하던 일로 이직을 하라고 권할 것이다. 어제 남편의 한숨소리가 이미 모든 것을 말해었다. 하지만 나는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싶다. 



100세 인생이라는데 계속 사무실에서 전화만 받으면서 지내고 싶진 않다. 이렇게 얘기하면 철이 없다고들 하겠지, 먹고살 걱정을 해야 하는 사람이... 이젠 아이들의 미래를 지원해줘야 할 부모가  꿈을 찾는다고 하면 다들 혀를 끌끌 찰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을까? 세상의 온갖 종류의 학원들이 있다고 한들 내 부모가 직접 보여주는 것보다 좋은 교육이 있을까. 





현실에서 벗어난 길을 잘못됐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안 되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너는 세 아이의 엄마니까,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맞벌이가 필요하니까, 이제 꿈을 찾을 나이는 지났으니까, 어려운 길 보는 쉬운 길이 있으니까...



누구 하나 "그래 한번 해봐~응원할게!"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는 나조차도 나를 응원하지 못한다. 보조출연의 등록비 5만 원을 내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구직 사이트를 살펴보고 있자니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온 건지 후회가 밀려든다. '이게 뭐 대수라고...'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쓸데없는 짓을 벌이는 철딱서니 없는 어른이 된 것 같다. 



누군가는 나에게 충고가 아닌 응원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옳은 말이 항상 좋은 말은 아니다. 

돈을 좀 못 벌어 오더라도, 보조출연이 한 달에 한번 가게된해도, 설사...돈 5만원마저 뜯겼다고 해도...

누군가는 나에게 "이야~도전을 축하한다, 새로운 일이라 재미있겠네, 혹시 TV에서 보는거야?, 잘 안돼도 좋은 경험이 될 거야"라는 기분 좋은 말들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등록비 5만 원을 버리고

다시 사무직으로 구직을 알아보려는 

이 구차한 마음이 

적어도 며칠은 

지연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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