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면 아이의 창의력을 위해서 이것저것 시도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다. 빅데이터와 로봇이 실생활에 사용되는 요즘, 단순하거나 반복되는 노동은 기계가 대신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창의력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창의력을 위해서 엄마들은 아이가 "엄마, 아빠"라는 말문이 터짐과 동시에 몇 백만 원이 넘는 전집을 사주거나, 일주일에 한 번씩 목소리가 나긋나긋 친절하신 방문선생님을 붙이기도 하고, 조그마한손가락 하나로 영재처럼 보이는 태블릿 학습지를 시작하곤 한다.
나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첫 아이를 키울 때에 나도 전집을 산적이 있다. 아니 계약한 적이 있다. 그때 아이는 15개월 남짓...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아이들 두고 몇백짜리 책을 계약했다가 남편이과 이혼할 뻔하고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파기 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아이의 창의력을 위한 엄마들의 노력은 엄청나다. 창의력뿐만 아니라, 말하는 법, 생각하는 법을 위해서 논술과 독서 역시 빠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엄마들의 책임만 같아서 엄마들은 "뭐가 좋더라~"라는 소문에 게으를 수가 없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아이들은 모두 질문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또 말하기를 좋아한다. 또 만 지를 좋아한다. 그것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진 공통점이다.
조용한 공공장소나 분위기 좋은 카페 가면 들리는 소리가 있다. "안돼~ 안돼, 하지 마", "쉿, 조용히 해, 그만 좀 얘기해" 서너번 얘기하다가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집에 가자"라는 말과 함께 순식간에 자리를 뜨고 만다.
호기심은 이미 우리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본능이다.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젖을 떼고, 쪽쪽이를 무는 순간, 아이는 쪽쪽이를 이리저리 돌리고, 빨고, 떨어뜨리고, 던진다. 쪽쪽이뿐만 아니라 자기 손가락, 발가락까지 쪽쪽 빨며 궁금해한다.
뿐만 아니라, 걷기 시작하면 동그란 물건은 다 걷어차보고, 머리 위에 올려도 보고, 휙 던지고, 총총총 길을 걸어가다가 버려진 쓰레기 조각을 보고도 궁금해서 만지작만지작 거린다. 그러면 뒤 따라가던 엄마는 소리소리 지르며 온갖 세균에 노출된 것처럼 물티슈와 손소독제를 찾는다.
아이들은 그대로가 호기심덩어리이며 그것은 창의력의 기본이다. 호기심없는 창의력이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에디슨조차 발명이랍시고 우스운 일들을 많이 해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곤 했다.
나는 정말 아이의 창의력을 원하고, 응원할까? 우리는 우리의 일상에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너무나 많은 기회가 있음에도 모른척하고 있다. 맞벌이를 하고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는 바쁜 시간. 아이들이 쫑알쫑알 말을 걸어온다. "엄마, 물풍선 가지고 놀고 싶어요", "엄마 근데 공룡은 왜 지금 없어요?", "엄마 선생님이 그러는데 빨대를 쓰면 환경오염이 된데요, 왜 그런 거예요?"... 질문폭탄이다. 몸도 피곤하고, 쉴 시간도 없는데... 귀라도 제발 쉬고 싶다.
"아우~좀 조용히 해!, 엄마 정신없어!"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만다. 창의력계발시켜줄 사교육비도 없는데... 이렇게 또 자기 계발의 기회조차 차단시켰다.
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다. 아이가 요즘 재유행하는 백일해에 걸려서 병원을 전전했었다. 이 병원에 가서 약을 먹고 다시 가려고 하면 "휴진", 다른 병원을 갔다 오면 "접수마감", 또는 주말... 그래서 어쩔수 없이 일주일 동안 3군데의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았다. 그리고 등교를 위해서 소견서 또는 진료의뢰서를 받아야 했다. 진료기록이 일정하지 않기에 의사 선생님도 조금 불편한 기색이었다. 법정전염병이기에 출석을 위해 필요한 서류가 있었고, 그것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의사 선생님의 심기를 건드렸나 보다.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데... 마치 인터넷검색을 하고 온- 말 많은 극성 엄마처럼 나를 대했다. 나는 백일해를 처음 겪고 주변에도 케이스가 없어서 질문을 한 것뿐이었다.
그리고 또 한번은 이직을 하고, 새로 첫출근 하는 날이었다. 내가 해보지 않은 전혀 생소한 일이었다. 나는 긴장이 많이 됐고,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인지 파악하고 싶었다. 그래서 부서안내를 받으며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았다. "여기는 다 경력자들만 오시나요?, 직원은 몇 분 정도예요?, 평균연령은 30대인가요?"등등... 나를 안내해 주던 선임이 한마디 했다. "궁금한 게 참 많으시네요~"
나도 내가 좀 귀찮은 사람인 것은 인정한다. 나는 매사에 질문이 많고, 예의 바르게 "네~네~"하는 사람은 아니다. 사춘기 시절 나는 우주의 비밀이 궁금해서 뜬 눈으로 날 밤을 새운 적이 있기도 했었다.
사람들은 정말 창의력을 원하는지 궁금하다. 창의력은 귀찮은 일이다. 질문에 질문을 하고, 또 다른 질문을 찾아내는 일. 질문과 대답의 끝없는 반복이다. 질문이 많으면 귀찮은 사람이라고 귀결되는 세상이다. 잘 몰라도, 이해가 안돼도 까라면 까는 사람이 "일 잘한다" 칭찬받는 세상이다. 선임의 말에 물음을 제기하면 예의 없고, 말 많은 사람으로 남는 세상이다.
내 아이가 창의력이 뛰어나길 바란다면 다시 생각해 보자. 길을 걸어갈 때 한 길로 걷지 않고, 갈지 자로 걷는다면... 숙제를 하다가 공책 구석에 이상한 낙서를 한다면... "왜요? 왜요? 왜요?"라는 질문에 입에 달고 산다면"에디슨이 될 아이인가 봐~" 하고 칭찬해 주자.
나는 내 아이의 창의력을 막아버리면서 "너는 그렇게 비싼 학원을 다니는데도 왜 창의력이 없니?"라는 자기 발등 찍는 소리를 하지 말자. 잔소리가 많은 엄마, 걱정이 많은 엄마에게서 창의력이 많은 아이가 나올 수 없다. 그냥 가만히 둘 수만 있다면 아이의 창의력은 기본이상으로 계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