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어려움
채우는것보다 비우는것이 몇배는 더 어렵다.
5년전 금능에 카페를 준비할때도 그랬고, 지금 공간 준비를 하면서도 새삼 뼈저리게 느끼는 바이다. 채우는것은 새로운 기대감에 들떠 힘들어도 참을수 있지만 내 마음에 들지 않아 비워내는 과정은 너무나 지난하다.
리모델링은 철거가 반이야.
철거만 잘 끝나면 공사 다 끝난거나 마찬가지야.
비우는게 그만큼 중요하다는거지.
필요한것만 빼고 잘 버려야해.
그 뒤에는 보기 좋게 잘 채우는 일만 남으니 지쳐도 조금 참아가며 할수 있는데 왠 걸, 곰팡이 난 벽지, 쓸모없는 타일, 갈라진 벽채, 이 놈들을 언제 다 뜯고 부수지. 더구나 이거 버리는게 얼마라고? 아, 미치겠다.
생각해보니 건물을 비워내는것만이 어려운것이 아니다. 누군가로 가득찬 마음을 비워내는 일 또한 마찬가지. 깨끗히 비워야 새로운 것으로 채울수 있는데 그러질 못해 마음 복잡하고 어렵던 지난 사랑의 시절이 떠오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가 헤어졌다 만났다를 수없이 반복한것도 어쩌면 서로에 대한 마음이 쉽게 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지. 그럼에도 나는 잘 비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