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IT 직군을 대상으로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부트캠프에 대해 들어봤거나, 혹은 직접 수강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 PM으로 취업을 준비하던 때 직무전환을 위해 PM 부트캠프를 수강하여 직무 전환에 성공하였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부트캠프에 대한 질문을 이것저것 듣게 되는데, 혹시 PM 부트캠프에 대해 궁금한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참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내 경험을 풀어보고자 한다.
왜 나는 부트캠프를 수강하게 되었나?
가장 큰 이유는 PM 직무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관련 전공은 아니었지만, 운이 좋게 주변에 개발자와 PO로 일하는 선배들이 있었고, 덕분에 PM이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사전에 미리 알음알음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직무로 실제로 취업을 준비하고 업무를 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막막했다. 그래서 짧은 시간 동안 필요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부트캠프에 지원하게 되었다. 주변 개발자 선배들이 부트캠프를 수강했기 때문에 부트캠프에 대해 보다 친숙하고 허들이 낮게 느껴진 부분도 부트캠프 수강을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빠른 취업과 이를 위한 효율적인 준비를 목표로 부트캠프를 신청하게 되었다.
내가 부트캠프를 선택한 기준은?
최우선 기준은 시간이었다. 가장 빨리 시작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기간이 짧지만 커리큘럼이 허술하지 않은 프로그램인지를 중점적으로 보았다. 빨리 시작하고 기간도 짧은 코스를 선호한 이유는 어떤 공부와 준비도 현업 경험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빠르게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들만 준비해서 빨리 취업하는 것이 내 목표였다. 비교하면서 이러한 기준을 가장 많이 충족한다고 생각되는 코스를 골라서 수강하게 되었다.
부트캠프에서 어떤 점이 좋았나?
각 부트캠프마다 커리큘럼이 다르겠지만, 내가 수강한 부트캠프의 커리큘럼의 좋았던 점은 PM/서비스기획 직무가 어떤 일을 주로 하며, 보통 앱/웹서비스가 어떤 프로세스를 통해 만들어지는지 등 전반적이고 포괄적으로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던 점이다. 사실 신입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떤 부분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포괄적으로 직무를 이해하는 것이 입문용으로는 더 좋다고 느껴졌다.
두 번째로 좋았던 점은 부트캠프를 수강하면서 생기는 반강제성(?)이었다. 사실 이건 내가 부트캠프를 수강하게 된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커리큘럼을 따라야 수료할 수 있기 때문에 매주 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고, 수료를 위해 매주 성실하게 과제도 하고 책도 읽다 보면 PM 취업 준비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매주 뭘 하다 보니 비교적 단기간에 많은 학습량과 작업물을 축적할 수 있었다. 이 자료들은 이후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솔직히 독학으로만 준비했다면,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양을 효율적으로 학습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결과물도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점이자 “가장 좋았던 부분”은 바로 함께 공부하는 동기가 생긴다는 점이다. 동기들의 결과물을 보면서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었고, 동기들에게 내 작업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부트캠프 과제 외에도 취업 시도 현황, 면접 후기 등을 공유하면서 서로 격려하며 취업을 준비할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많은 동기들이 함께 취업하여 취업 후에도 서로의 근황을 공유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비슷한 경력의 같은 직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진 것이 나에게는 부트캠프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자산이었다.
부트캠프에서 어떤 점이 아쉬웠나?
가장 아쉬웠던 점은 타 직무와의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 경험부족이다.
처음 PM으로 취업을 준비하며 면접을 봤을 때, 가장 많이 받은 부트캠프 관련 질문은 타 직무(예: 디자이너, 개발자)와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가였다. 이후 현업에서 일을 하다 보니 왜 그런 질문을 받았는지 십분 이해가 되었다. 현업에서 PM의 일은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소통과 협력이다. 물론 소통과 협력 없는 직무는 없지만 기획자, 특히 PM은 커뮤니케이션이 모든 업무 단계에서 영향을 끼치다보니 소통이 정말 업무의 핵심인 직무라고 생각한다.
기획안을 공유하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이슈들을 해결하며, QA를 거쳐 릴리하는 순간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이 필요하다. 좋은 결과물과 원활한 프로젝트 운영을 위해서는 유연한 소통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경험을 부트캠프에서 쌓을 수 없던 점은 부트캠프 수강에서 아쉬움으로 남았다.
만약 나와 비슷한 커리큘럼(협업 프로젝트가 없는) 코스의 PM 부트캠프를 수강하는 PM 준비생이다, 근데 이전에 다른 직무로 업무 경험이 있는 사람인데 이번에 기획자/PM 롤로 직무 전환을 희망한다면, 이전 업무 경험에서 어떤 이해관계자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했는지를 어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나도 면접 때 이러한 부분을 강조하였고, 덕분에 다행히도 지금도 현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혹은 완전 신입으로서 이 직무의 취업을 준비한다면, 사이드 프로젝트 등 디자이너나 개발자와 함께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을 갖추는 것이 큰 메리트가 될 것이다. 꼭 서비스를 릴리즈하지 않더라도 타 직무와 협업하고 소통한 경험이 있다면 그 자체가 앞으로 PM으로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트캠프를 추천하는가?
이 질문이 가장 어렵고 아직까지도 명확한 답을 정하지 못한 질문이다. 나의 첫 취업을 돌아봤을 때 부트캠프가 도움이 되었는가?라고 묻는다면 분명 도움이 되긴 했지만, 모두가 다 만족할 것이라고 단언하기에는 아쉬운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부분도 선뜻 추천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개발도 비슷하겠지만, PM 혹은 서비스기획 직무도 단단하게 마음을 먹어서 독학을 하고 포트폴리오를 스스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한다면 그게 불가능한 직무는 아니다. 특히 요즘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많이 하기 때문에, 직접 프로젝트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면 부트캠프를 수강하는 것이 애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부트캠프에는 뚜렷한 장점도 있다.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거나 완전 처음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는 준비해야 하는 부분을 안내해 주고, 결과물에 대해서 피드백해 주기 때문에 분명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강제성도 빠른 취업에는 큰 도움이 된다. 나도 아직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진 못했지만, 나의 후기가 PM 부트캠프를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아주 약간의 참고라도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