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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우람 Dec 17. 2022

왜곡된 선망의 대상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면서 든 생각(스포일러 없음)


평소 웹소설 읽는 취미를 즐긴다. 많은 작품이 쏟아지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수작은 소수다. 여기도 경쟁시스템이 아주 체계적이다. 작가님들도 참 맘고생이 많으시겠다. 여하튼 최근에 읽은 수작으로 <재벌집 막내아들>이 있었다. 재벌가의 하수인이던 주인공이 과거로 회귀 + 환생하는 이야기다. 제목 그대로 재벌집 막내아들의 막내아들로.. 즉 창업주의 막내 손주다. 복마전 같은 집안의 상속 경쟁에서 가장 약하디 약한 존재. 그래도 재벌가 아닌가. 하수인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신분상승이다. 심지어 과거로 왔으니, 미래를 아는 채로 말이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이 이상은 누군가에겐 스포일러가 될까 봐 못 말하겠다.


그런데 웬걸 넷플릭스에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떡하니 1위를 차지하고 앉았다.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라 많은 기대를 안고 보는 중이다. 원작과 스토리 흐름이 달라서 혼란스러운 점도 있지만 나름 볼 만하다. 처음 4화까지는 별로였는데 갈수록 재미있다. 특히 진양철 창업주 역 이성민 배우의 연기는 절로 박수가 나온다. 배역에 완벽히 녹아들었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요즘 TV를 보면 돈에 관한 이야기가 참 많이 들린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작품 속에도, 사람들 간의 대화에서도, 인터넷의 토픽에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국민들의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 이제 한국에서 진짜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추위에서 한 몸 누울 보금자리가 없는 사람도 극소수다. 하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적 생활지수는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내려가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참으로 무서운 단어다.


서울을 중심으로 펼쳐진 청사진. 거미줄보다 더 거미줄스러운 작금의 한국사회(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는 절대평가보다 상대평가가 마음에 와닿는다. 도시를 지나다 보면 늠름한 자태의 압도적인 건물이 참 많다. 억 소리 나는 외제차도 거리 곳곳에 치인다. TV, 유튜브, SNS를 보면 말 그대로 돈을 휘날리면서 사는 삶을 쉽게 볼 수 있다. 보고 싶지 않아도 두 눈이 멀쩡한 이상 볼 수밖에 없다. 밥 한 끼 배달시켜 먹으려다가 최소 주문금액과 배달비에 망설이는 내 모습과는 참 비교되는 세상이다.




세상에는 사람이 참 많이 산다. 한국에만 5천만이 넘는 사람이 있다. 세계 인구는 80억에 육박한다. 이런 세상에서 재벌은 하늘의 별처럼 떠있다.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서 재벌의 사치스러운 삶과 부정부패, 정경유착 등을 다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손이 마냥 깨끗하지 않다는 걸 안다. 매스컴에서 외쳐대는 것과는 달리 정직하지 못하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치 다른 세계의 존재인 것 마냥 질타하지 않는다. 정말 저 하늘의 별이라도 보는 분위기다. 약간 더 많이 벌고, 조금 더 잘못한 타인에게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질투와 비난을 날리면서 말이다. 참 신기하고도 불쾌한 현실이다.


한 명의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고,
만 명의 사람을 죽이면 정복자로 불리며,
십만의 사람을 죽이면 불세출의 영웅으로 기록된다.


정직한 사람에게 더 많은 찬사와 선망이 쏟아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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