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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우람 Mar 29. 2023

우리의 방향과 흐름, 트렌드코리아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2023>을 읽고


<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김난도 교수님의 주도하에 매년 발행하는 책이다. 센터에 소속된 연구원 분들, 외부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우리 한국의 트렌드 흐름을 분석하는 양질의 내용이 담겨있다. 3년 전 <트렌드코리아2021>을 처음 읽은 이후 매년 연말연초를 시작하는 독서 리스트로 선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트렌트코리아2023>(이하 '트콘'으로 작성)을 읽었다. 사실은 1월에 읽긴 했지만 따로 정리해 놓은 내용을 다시 읽다 보니 여기에도 조금 쓰고 싶어졌다.


3년에 걸쳐 읽어본 전반적인 소감은 책 사이에 꽤나 '연결성'이 있다는 점이다. 트렌드는 곧 방향성이다. 시대적·사회적 흐름과 무관할 수 없다. 전조가 없는 트렌드는 존재하기가 힘들다. 반짝 떠오르는 유행조차도 이면에는 트렌드의 흐름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트렌드를 이해하고 파악하고자 노력하는 우리는 보다 통섭적인 시각과 마인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처음 <트콘2021>을 읽을 당시에는 정말 새로웠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그래서 다음 해에도 <트콘2022>를 읽었다. 물론 새로운 키워드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좋았다. 하지만 전작에서 느낀 감정이 너무 컸던 이유일까. 딱 그 정도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아쉬움은 물론 실망감도 약간 들었다. 분명히 내용은 좋았는데, 이 실망감의 기원은 어디일까.. 하는 언저리 타임을 조금 가졌다. 그리곤 깨달았다. 트렌드라는 게 원래 그렇다는 걸.


<트콘2021>을 읽으며 우리 사회의 트렌드 자체를 깨달았다. 다가오는 새로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트콘2022>는 이후의 1년을 분석한 양질의 자료집 정도로 받아들여진 듯하다. 그리고 올해 <트콘2023>을 읽으며 확신했다. 앞서 서술한 대로 트렌드는 방향성이자 흐름이라는 것을.. 이와 같은 양질의 '연간 발행 트렌드 분석 자료'는 전체적인 트렌드 방향과 흐름을 파악하기에 참 좋은 도구다. 나와 같은 깨달음을 얻은 수많은 선배님들의 혜안에 힘입어 매년 베스트셀러에 이 책이 랭크되나 보다.




<트렌드코리아>는 매년 해당하는 십이간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콘셉트로 핵심 단어를 선정한다. 2023년은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는 검은 토끼'라는 콘셉트로 'RABBIT JUMP'를 채택했다. 재미도 살리면서 독자로 하여금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를 고민해 볼 수 있도록 만드는 아이디어다.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든다. 길었던 코로나 바이러스 펜데믹으로 인해 사회의 많은 부분이 변했다. 그리고 이제 목전으로 다가온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빠르게 준비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준비의 시기가 끝나면 세상은 한 차례 더 높은 곳으로 점프할 것이다. 뭐 그런 의미로 해석했다.


목차는 아래와 같이 10개의 트렌드 키워드로 구분되어 있다.

- Redistribution of the Average 평균 실종
- Arrival of a New Office Culture: ‘Office Big Bang’ 오피스 빅뱅
- Born Picky, Cherry-sumers 체리슈머
- Buddies with a Purpose: ‘Index Relationships’ 인덱스 관계
- Irresistible! The ‘New Demand Strategy’ 뉴디맨드 전략
- Thorough Enjoyment: ‘Digging Momentum’ 디깅모멘텀
- Jumbly Alpha Generation 알파세대가 온다
- Unveiling Proactive Technology 선제적 대응기술
- Magic of Real Spaces 공간력
- Peter Pan and the Neverland Syndrome 네버랜드 신드롬


영어 앞 글자를 따서 모아보면 핵심 단어인 'RABBIT JUMP'가 된다. 책 초반부의 개요에 따르면 이 10가지 키워드는 경제·사람·기술의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아래와 같이 유형을 구분했다고 한다. 


1. 한국 사회의 방향성 전환과 불황에 따른 시장 변화 - 평균 실종, 체리슈머, 뉴디맨드 전략
2. 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따른 가치관 변화 - 오피스 빅뱅, 인덱스 관계, 디깅모멘텀, 알파세대, 네버랜드 신드롬
3. 기술의 진보에 따른 유통과 공간의 변화 - 선제적 대응기술, 공간력


독서를 시작하기에 앞서 목차와 구성을 살펴보는 습관이 있다. 목차를 통해 맥락을 이해하면 책을 읽는 내내 방향을 잃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평소에 목차를 스킵했다면 다음 책에서 한 번 정독해보길 추천한다.




모든 트렌드가 흥미롭고 공감을 자아내지만, 개인적으로는 '평균 실종', '네버랜드 신드롬' 두 키워드에 가장 깊은 공감을 했다. 양면성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평균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는 점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수 아웃라이어들의 독점이 더욱 강화된다는 의미도 함께하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적인 유년화 또는 청년화를 의미하는 '네버랜드 신드롬'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청년기가 길어져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정신적 성숙을 동반하지 않은채 무조건적으로 어린시절에 머물고자 하는 심리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크고 작은 실패도 경험해보면서 성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문제의 원인을 타인이나 정부 탓으로만 돌리고, 자기 취향에만 그저 몰두하는 '유아적 만능감'의 특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실제로 이런 어른아이로 인해 많은 사회적 비용과 관계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본인 탓만은 아니지만 알을 깨고 나오려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앞서 표현한대로 <트콘2023>은 질 높은 보고서 형식의 책이다. 각종 근거 데이터와 사례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읽다 보면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많은 예산을 들이고,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와 협력하며 공들여 완성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2만원도 안하는 돈으로 이런 분석 자료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누군가에겐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명확한 이익으로 다가오지 않아서 허무함을 느낄수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사회를 관통하는 통섭적 지식은 액티브형이 아니라 패시브형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사이트와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탈바꿈한다. 또 다른 지식과의 시너지 효과의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나는 내년에도 <트렌드코리아2024>를 읽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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