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3+1가지
브랜딩이라는 단어는 요즘들어 아주 마구잡이로 사용되는데, 그에 비해 깊이있게 논의되는 글은 아주 적다. 그래서 브랜딩에 대한 생각 정리 + 공유 차원에서 글을 쓴다.
브랜드의 어원은 brandr, '불에 지진다'는 뜻이다. 뭘 지져? 원래 브랜드는 '내가 기른 가축에 나만의 마크를 새기는 행위'를 뜻했다. 물물교환 시기, 사람들은 가축에 새겨진 마크를 보고 그 가축을 기른 사람을 떠올린다. 이게 브랜드의 시작이자 끝이다. 연상작용을 이끌어 내는 것. 아래의 대화를 보면 브랜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다.
박씨는 시장에 나왔다. 오늘은 그가 경주용 말 한마리와 품질 좋은 식용돼지 한마리를 사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자, 여러 말과 돼지가 보인다. 둘러보던 김씨는 눈에 띄는 말을 발견한다."저 말에는 Kim이라고 새겨져 있네. 김씨네 말이군. 저 농장에서 자란 말들은 다 아주 빠르게 달릴 줄 아는 녀석들이지." 고개를 돌리자 옆에는 한 돼지가 눈길을 끈다."저 돼지에는 Le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군. 이씨네 돼지란 말이지, 품질이 아주 좋겠어. 이씨네 농장은 워낙 체계적인 걸로 유명하니까."
이게 바로 브랜드의 본질이다. 바로, '연상작용'을 이끌어 내는 것. 박씨(소비자)는 가축에 새겨진 마크(로고를 비롯한 시각적 표현)를 보고 김씨 혹은 이씨(사업의 주체)가 추구하는 가치, 특징 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김씨와 이씨는 브랜드가 된다.
브랜딩이란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박씨는 어떻게 kim을 보고 '열정적이고 빨리 달리는 말'을, Lee를 보고 '체계적인 환경에서 생산된 돼지'를 떠올렸을까? 여기에는 그간 김씨와 이씨가 해 온 노력이 전제된다.
#1. 김씨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말 목장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어려서부터 말을 좋아했던 그는 말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았고, 기수의 움직임에 맞춰 말이 빠르게 달리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자신만의 노하우로 말을 기르기 시작했고, 주변 경마 대회에 출전해 연속으로 두 번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때부터 그는 말을 한 마리 두 마리 늘리기 시작하며 말 목장을 만들어냈고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김씨네 목장에서 나오는 말이 이 도시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말임을 알고 있다. 말에 새겨진 Kim이라는 로고만 보고도 말들의 속도와 그 힘을 가늠할 수 있다. 그렇게 Kim은 브랜드가 된다.
#2. 이씨도 마찬가지. 이씨는 원체 꼼꼼한 성격과 높은 기준치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프로의식은 자신이 기르는 돼지들에게도 적용된다. 돼지에게 먹이는 사료, 돼지들을 기르는 환경 등 모든 과정에서 이씨는 최고급 재료와 설비를 사용한다. 이씨네 농장의 돼지를 한 번 먹어본 사람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깨끗하고, 기름지고, 풍부한 육향을 자랑한다. 점점 도시의 사람들이 Lee가 새겨진 돼지를 찾기 시작하고, Lee는 브랜드가 된다. 이처럼,
아주아주아주 많은 사람들이 - 브랜딩을 '디자인 잘 해놓으면 끝'나는 걸로 착각한다(내가 그랬다). 무슨 디자인이 자동사냥하는 것처럼.. 디자인을 만능으로 생각하고, 디자인 스튜디오에 그냥 냅다 맡기고 그 이후로 돌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브랜딩의 본질을 생각 안해서 그렇다. 디자인은 그저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표현'에 불과하다. 브랜딩이란 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브랜드의 캐릭터를 전달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면서 고객들의 머릿속에 무언가를 새기는 행위인거지, 브랜드의 미감을 보여주는 게 아니란 말. 그러니 디자인 만능주의에 빠지지 말자.
디자인이 왜 필요한가? 디자인은 우리가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이 세상에는 너무 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존재하고, 대부분의 것들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제품간의 차별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이미 익숙하거나(브랜드거나), 호기심이 생기는 것들(브랜드가 될 수 있는 것들)에 시간과 돈을 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브랜드로 거듭날 기회를 얻는다. 일종의 연애시장과도 같은데, 일단 잘생기고 예쁘거나, 눈에 띄는 무언가가 있다면 사람들은 관심을 갖는다. '예선전에 합격해야 본선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 있듯, 오프라인 공간/매장도 마찬가지로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 끌어야만 소비자들과 '교류'할 수 있다. 일단 우리 서비스를 써보고, 경험해야만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어떤 개념을 연상해낼 수 있다. 그렇기에 디자인은 브랜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