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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닉 Nov 16. 2017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 이별 후 극복 방법과 자세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2017)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에 등장하는 마조리(로이스 스미스)는 배우자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여든다섯의 치매에 걸린 노인입니다. 매일 젊은 시절 남편의 모습을 한 인공지능 '월터'(존 햄)과 대화를 나누며 과거의 순간들을 회상합니다. 인공지능 '월터'(존 햄)는 홀로그램 형태로 존재하고 대화만 가능합니다. 


젊은 시절 남편의 모습을 한 인공지능 '월터'(존 햄)


그녀의 딸 '테스'(지나 데이비스)와 테스의 남편 '존'(팀 로빈스)는 인공지능 '월터'에 대해서 상반된 태도를 보입니다. 테스는 인공지능을 끔찍한 존재로 여기는 반면 존은 인공지능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었죠.  


테스의 남편 '존'(팀 로빈스) 과 인공지능 '월터'(존 햄)


인공지능 '월터'는 대화를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마조리를 위로합니다. 인공지능은 홀로그램으로 존재하기에, 그 모습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마조리는 젊은 시절의 남편 모습을 원했습니다. 인공지능 '월터'(존 햄)는 그녀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의 얼굴을 하고, 원하는 이야기만을 합니다. 


마조리(로이스 스미스)


마조리가 죽고 그녀의 딸 테스는 죽기 전 마조리의 모습을 한 인공지능을 만들어 냅니다. 그녀는 인공지능 마조리와 살아 있을 때 나눌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죽은 엄마를 더 그리워하죠. 테스는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합니다. 


'테스'(지나 데이비스)


테스의 남편 '존'(팀 로빈스) 역시 테스의 인공지능을 불러 냅니다. 그는 인공지능의 효과를 예찬했던 사람이었죠. 인공지능에게 거짓 정보를 줘서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것도 좋다고 여겼던 그였지만, 부인 테스의 인공지능에겐 최대한 솔직하게 그녀에 대해서 이야기해 줍니다. 그는 인공지능 테스가 자신이 원하는 말만을 하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원래의 테스와 최대한 비슷한 성향과 기억을 가진 인공지능과 대화하고 싶었던 겁니다.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존'(팀 로빈슨)과 '테스'(지나 데이비스)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이별 후 인공지능을 통해 위로받습니다. 똑같은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사람에 따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와 반응이 달랐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충격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겁니다. 어떤 위로로도 쉽게 극복할 수 없겠죠. 슬픔이 사라지진 않고 영원히 가슴에 남아 나도 모르는 순간에 갑자기 찾아오기도 하니까요. 


사람에 따라 이별을 극복하고 일상을 마주하는 태도와 방법이 다릅니다. 어떤 이들은 좋았던 기억만을 떠올리며 더 좋은 만남을 기대하기도 하고, 과거의 잘잘못을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이별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인물을 통해 성향에 따라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극복하기 (로맨티시스트)

젊은 시절 남편의 모습을 한 인공지능 '월터'(존 햄)


치매에 걸린 마조리는 기억이 온전하지 못합니다. 먹는 것조차 잊어버리곤 합니다. 그런 그녀를 위해서 그녀의 딸 테스와 사위 존은 인공지능에게 과거의 일들을 이야기해 줍니다. 과거의 좋았던 기억은 더 좋게 포장하기도 하고 안 좋은 기억은 언급하지 않기를 바라죠.


탁월한 기억력을 자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어제의 일처럼 기억이 난다며 하나하나 열거하는 이들이죠. 그런데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고도 기억이 정확할까요?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영 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마조리는 좋았던 기억만을 회상합니다. 주변 사람들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매일 기억을 잃어가기에 좋았던 기억만이라도 붙잡고 싶었겠죠.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의 마조리처럼 극적인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별 후 좋은 기억만을 회상하려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은 상대와의 좋은 기억을 통해서 과거의 내 모습을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극복하는 사람들은 전형적인 로맨티시스트여서 감정이 풍부하고 솔직한 타입입니다. 



2. 마음에 담아 놨던 말들을 이야기하며 극복하기 (휴머니스트)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테스'(지나 데이비스)


마조리의 딸 테스는 인공지능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한 인공지능이 정말 아버지처럼 느껴지는 것을 끔찍해합니다. 인공지능과 대화를 하는 엄마 마조리를 좋은 시선으로 보지도 않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선 이제라도 좋은 엄마와 딸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여깁니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이라는 말이 있지만 막상 용기를 내는 것이 어색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어찌할 수 없다고 체념한 사람들이죠. 테스도 이런 성향의 사람입니다.


테스에게도 딸이 있었습니다. 엄마와 같은 관계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엄마 마조리와 자신과의 관계보다 더 멀어져 얼굴조차 보지 않는 사이가 됩니다.  


그녀는 마조리의 죽기 전 얼굴을 한 인공지능에게 그동안 못했던 속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가슴에 묻어뒀던 이야기들이었죠. 조금만 일찍 그 말을 했더라면 하고 후회도 해보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죠.


테스처럼 이별 후에 마음속에 담아 뒀던 이야기를 꺼내며 이별을 극복하는 사람들은 휴머니스트 성향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부정적이었고, 엄마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테스의 행동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성 향의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얼굴을 마주하고 직접적인 대화로 갈등을 풀고 더 좋은 관계가 되 길 희망하는 마음이 강합니다. 이별 뒤 마음에 가라앉은 앙금을 풀어가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들을 꺼내 놓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3.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기 (리얼리스트)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존'(팀 로빈슨)


존은 인공지능을 치료와 안정의 수단으로 여기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면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죠. 인공지능에게 거짓된 정보를 줘서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든 것을 흐뭇하게 여기기도 했으니까요.


현실감이 뛰어나고 사회성이 높은 전형적인 리얼리스트입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고 융통성이 좋은 타입이죠. 사고가 유연하기 때문에 크게 화가 나거나 슬픈 일이 없는 편이지만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마주하는 순간엔 쉽게 무너지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테스가 세상을 떠나고 인공지능 테스와 마주 앉았을 때 그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녀에 대해서 설명해 줍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녀에 최대한 가깝게 말이죠. 그녀가 도움을 청하는 것을 싫어했다는 사실이며 독립심이 강했던 점을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평소엔 융통성이 좋고 사실을 왜곡해서 웃으면 넘어갈 수 있지만, 본인의 아픔을 이겨내는 방법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과거를 돌이키는 방법을 택합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그대로 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기도 합니다. 



4. 에필로그

마조리의 집 앞 해변


영화 속 배경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마조리의 집입니다. 마조리의 가족들이 해변을 거닐며 산책을 할 때면 거대한 바다와 마주하게 됩니다. 바다 밑으로 슬픈 기억의 조각이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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