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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닉 Nov 14. 2017

연애상담일기 - 연애가 오디션은 아니잖아




성, 사랑, 결혼의 교양강좌를 듣기 위해 수강신청 전쟁이 벌어지는 건 최근의 풍경이다. 커플끼리 들으면 학점에 플러스 요인이 되고, 수업을 듣다 커플이 되는 경우도 있어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초중고까지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다가 스무 살이 넘어서야 비로소 연애를 배울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것도 교양강좌의 일부분으로 모두에게 기회가 돌아가진 않는다. 


개인적으로 미적분을 모르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더라도, 건강한 연애관을 가진 사람이 많은 사회가 더 멋지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은 반대로 돌아간다. 좋은 일자리와 안정된 삶을 보장받는 것이, 연애보다 우선순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애라는 것이 이론만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연애라는 것이 배울 필요도 없고, 나만 잘하면 되는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최소한의 지식도 없이 연애를 하다 보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좋은 관계를 만들기 힘들어진다. 무조건 남보다 나아야 한다는 마음에 괴로워지기도 한다.  


그는 연애에 대해서 궁금증이 많은 남자였다. 연애를 잘하는 법부터 성적 문제까지 궁금한 것이 생기면 묻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었다. 일반적으로 묻지 않는 것들까지 물어서 난감한 적도 많았지만, 순진무구한 호기심에 만남이 기대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번엔 뭐가 궁금해서 온 거야?"


"왜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커플들이 더 좋아 보이죠?"


"그게 무슨 소리야?"


"나보다 남들이 더 좋아 보인다는 뜻이에요."


"다른 커플들이 더 좋아 보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모르겠어요. 다른 커플들을 보면 더 애정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나보다 좋아 보여요. 다른 여자가 내 여자 친구보다 나아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가 뭐야?"


"여자 친구를 봐도 예전만큼 설레지도 않아요. 감정이 무뎌진 것 같아요."


"그런데 왜 남하고 비교를 해?"


"남들은 뭔가 알콩달콩 좋아 보여서요. 그리고 여자 친구가 전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신경을 안 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신경 쓰지 않는 게 외모 말하는 거야? 예전만큼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이야?"


"맞아요. 처음엔 외모에 많이 신경 썼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무신경해진 것 같아요. 가끔은 신경 쓰길 바랄 때가 있어요." 


"다른 문제는 없는대 그게 신경 쓰인다는 거야?"


"특별한 문제는 없어요. 다투지도 않았고요."


"혹시 남들보다 못하다고 트집 잡으려고 하는 건 아니야?"


"트집이 아니라 그냥 마음이 그래요. 연애를 하다 보면 원래 처음 마음이 사라지는 건 가요?"


"넌 처음 마음이 뭐였는데?"


"다 똑같지 않나요? 연애하니까 좋은 거죠. 서로 챙겨주고, 친구들이랑 함께 어울리고, 가족들이랑 밥도 같이 먹고 공식적으로 커플이 된 걸 알리는 거죠. 처음에 사람들에게 알릴 때의 뿌듯함이 있어요."


"그게 처음 마음이었어? 주변 사람들에게 커플이 됐음을 알리는 뿌듯한 느낌이..."


"처음엔 다 그런 거잖아요. 처음엔 공식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야죠."


"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거니까. 그게 네 방식이라면 그런 거겠지. 그런데 보통은 연애를 시작하면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기는 기분이 들기도 해. 멀리 떨어져 있다가 함께 있으면 완벽해지는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이 부러워요. 실은 지금까지 연애하면 그런 기분이 든 적이 없었어요."


"지금까지 연애를 시작할 때 무슨 마음이었어?"


"호감이 생겨서 시작했죠. 남들도 다 그렇게 시작하잖아요."


"그럼 사귈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뭐야?"


"글쎄요. 중요하게 여기는 건 없어요. 그저 주변 사람들에게 일일이 소개하는 정도요. 그때의 만족감이 있어요. 그게 저에겐 중요한 것 같아요."


"연애 잘 하는 방법을 그렇게 많이 물어봤으면서 정작 연애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법은 잘 몰랐구나."


"막상 연애를 시작하면 시작하기 전보다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계속 다른 커플들하고 비교나 하고. 새가슴이 돼 버려요."


"왜 그렇게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해?"


"처음 연애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도 그랬어요. 친구들이 다 연애하니까. 나도 당연히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남들 다 하는 데 혼자 못하고 있으면 이상하잖아요. 그렇게 연애를 시작하다 보니까 계속 비교를 하게 된 거 같아요."


"연애는 남 보여 주려고 하는 게 아니야!"


"그럼 본능적으로 하는 건가요?"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지."


"저 너무 복잡한 게 싫어요." 


"사랑에 대한 철학적인 말을 하려는 건 아니야. 복잡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연애할 때 남을 너무 의식하는 건 안 좋다는 뜻이야. 연애가 오디션은 아니잖아." 


"연애도 오디션하고 비슷한 거 아닌가요? 만났다가 헤어지고 그러면서 가장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거니까. 오디션과 비슷한 면이 있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면 남을 더 의식하게 될 거야. 더 좋은 외모와 조건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 올 거니까."


"그게 이상한 건가요?"


"이상한 거는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불행해질 수도 있어. 사귀는 사람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될 테니까. 그렇게 되면 한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기가 힘들어질 거야. 그리고 상대도 널 그런 식으로 비교할 거라고 생각해봐?"


"그건 싫네요. 제가 비교당한다는 생각은 못해 봤네요. 여자 친구도 당연히 싫어하겠죠."


"비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남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이 쓰였어요. 남들보다 똑똑하고 외모도 뛰어나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으니까요. 그래야 성공하고 연애도 잘 될 거라고 믿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비교를 하고 싶지 않아도 저도 모르게 비교를 하게 돼요. 습관처럼요."


"비교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야. 내 연애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정말 오디션처럼 연애를 하다 보면 인생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뜻이야. 그리고 지금부터 사랑하는 법을 배우면 되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왜 처음부터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던 거죠? 쓸데없는 것들만 배우고 정작 중요한 건 알려주지 않다니."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건지도 몰라. 지금이라도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게 중요한 거야."


모든 비교는 나쁜 것이다. 따라서 결코 사람들끼리 비교를 해서는 안 된다. -세르반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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