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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 Jan 25. 2024

너희는 절대 이혼하지 마라 9

표리부동

표리부동 (表裏不同) 


  겉으로 행하는 행동과 속이 다른 것을 말한다. 그는 정말 표리부동한 사람이었다. 물론 결혼생활 중에서도 어느 정도 느끼고는 있었지만 이혼을 하냐 마냐의 극한의 상황에 치닫게 되니 극명하게 그의 성정이 드러나게 되었다.  본인이 무릎을 꿇고 사과했기에 너는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사람을 겁주면서, 그와 내가 동시에 엮여있는 인간관계의 사람들에게는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내가 받아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결국 합의 이혼을 포기하고 소송을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고 모든 증거를 들고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갔다. 이렇게 험난한 소송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가 폭력을 행사하고 난 후 두 달이 다 되어서야 검찰에서 대질심문조사 일정이 잡혀 변호사와 대동하였다. 그는 조사관 앞에서 자신이 한 행위를 모두 진술하였고 이 건은 순조롭게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변호사는 기일이 잡히면 연락하겠다 하며 검찰청 1층에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5분도 지나지 않아 그에게 문자가 왔다. 


'같이 온 그 남자는 또 새로운 남자인가 보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듯한 느낌이 몰려왔다. 변호사라고 말해보아도 그는 믿지 않았고 오히려 증거를 대라며 바락바락 따지기 시작했다. 불과 10분 전만 하더라도 조사실에서는 자신이 반성한다며 눈물까지 흘리던 사람이 돌아서서 또 말도 안 되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그는 상해죄로 처벌받았다)


  얼마 전 뉴스에서 해외 로펌 변호사가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었는데 그 내막을 보니 나의 사례와 매우 비슷했다. 그 범죄자는 아내가 외도를 한다고 의심을 하고 온갖 학대를 저질렀는데 결국 살인까지 이른 것이다. 전 남편도 이와 비슷했다. '살인'이라는 결말까지 가지 않았을 뿐, 폭행과 폭언은 물론 의심과 친정 부모님 욕을 비롯하여 헛소문 퍼트리기 등 사람을 괴롭혔다. 외부에 나가있을 때는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뭐냐며 사진 찍어서 보내라고 했고, 카카오톡 프사의 독사진 내리고 가족사진으로 바꾸라고 명령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몇 달 전 그의 의처증이 극에 달한 어느 날, 귀가해 돌아와 보니 방 안이 난리가 나 있었다. 모든 치마와 속옷을 갈가리 찢어놓은 것이다. 본인이 봤을 때 치마도 속옷도 너무 야해서 이걸 입고 누굴 꾸시려고 하니 다 찢어버렸다고 했다. 그러고 난 뒤 며칠 지나면 사과하면서 찢어버린 것들 다 변상해 준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십 년 전부터 쌓아온 그의 폭력이나 가스라이팅을 당하다 세 번째 폭행을 겪은 후 어느 순간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어진 나는, 그때서야 아이들보다 나를 먼저 생각했다. 이러다가 내가 죽을 거 같아서 이혼을 진행한 것이다.  


  그의 표리부동함은 소송 과정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났다.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서면으로 반박을 할 때는 혼인 파탄의 사유를 나에게 돌리곤 했는데 그 사유들이 어처구니없었다.

예를 들자면 


1. 원고의 복잡한 남자관계 - 메신저에서 대화를 나눈 모든 남자들을 바람피우는 상대라고 주장

2. 원고의 말도 안 되는 사치 - 본인의 카드로 생활비를 지출하는데 한 달에 70만 원이나 사용해서 사치가 심하다고 주장. 


  한 달에 70만 원이 두 아이를 키우며 태권도, 피아노 학원을 보내고 먹이고 입히는데 사치라고 주장한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낯부끄러워서 혼났다. 이 사람은 그릇이 요만큼 밖에 안되는구나 싶은 마음이었다. 여하튼 그는 위와 같은 식으로 주장을 하면서도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혼을 원하는 원고가 굳이 원한다면 이혼은 해주겠지만 재산분할은 해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정을 할 때는 양 측이 한 자리에서 진행하기도 하지만 조정관들이 원고나 피고를 나가있게 하고 한 측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도 있다. 그는 함께 조정 자리에 있을 때는 거들먹거리며 조롱하기도 하는 한 편, 내가 나가있는 상황에서는 본인의 억울함만 주장했다고 전해진다. 



"제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하면 안 되지만, 잘하셨네요. 저런 사람이랑 같이 못살아요" 


라고 이야기 할 정도였다. 


  조정은 계속해서 불성립되었는데 그 이유는 재산분할 때문이었다. 소송이 시작되자마자 그는 가장 먼저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했다. 오로지 재산분할과 양육비 문제로 나머지 기간을 질질 끈 더럽고 지저분한 소송을 약 2년간 진행했다. 말해 무엇하리..... 이 소송을 질질 끈 이유를 뒤돌아 살펴보니 그는 모든 재산을 처분하여 현금화 한 뒤 現아줌마 (舊시어머니) 계좌로 이체가 아닌 ATM을 통해 넣어두었고,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 자동차5화에서 언급한 내돈내산이지만 명의를 남편이름으로 하였던 그것를 말도 하지 않고 팔아치워 현금을 챙겼다. 물론 계속해서 파고들어 간다면 재산을 처분하여 타인의 명의로 돌려놓은 것을 밝힐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한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면 이 금원들이 피고인의 것이라고 판단하기 힘들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결국 질질 끌다 지쳐버린 난 그가 숨겨 놓았을 것이라 추정되는 금액의 1/10도 미치지 못한 돈으로 재산분할에 합의했다. 그때는 그저 끝내고 싶었다. 더 이상 서류상으로 얽혀있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아직도 부부사이라는 것은 꽤나 많은 제약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나는 하루라도 빨리 그와 남남이 되고 싶었기에 한 결정이었다. 그렇게 결정문을 받아 들고선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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