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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곶사슴 Aug 04. 2023

제품이 좋으면 알아서 팔리지 않나요?

팔리기 위한 제품 좌표 설정하기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면 가장 큰 고민이 마케팅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마케터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마케팅은 절대적인 지표나 방법이 없는 분야이기 때문일 겁니다. 다른 곳에서 성공했다는 마케팅 전략도 우리 회사에서는 먹히지 않을 수 있고, 마케터의 실력이라는 것도 상대적인 것이라 남들이 잘 한다고 해도 내가 보기에는 별로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구요.


그런데 어떤 대표님들은 '제품이 좋으면 마케팅은 필요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마케터에게 그것을 이야기할 때가 있어 놀랄 때가 종종 있답니다. 직원들 실적은 깐깐하게 보는 사람들이 자기 제품은 날카롭게 못 본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지만 사실입니다.


슬프게도 대부분의 일은 운칠기삼으로 일어납니다. 아니 체감상 운구기일정도 되는 것 같아요. 정말로 운이 좋아서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아도 좋은 성과를 내는 사례가 종종 있지만 절대다수의 제품에게 그런 일은 기적적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운이 다가올 확률은 높일 수 있겠죠.

그게 마케터가 집중해야 하는 일입니다.



알아서 팔리는 물건의 조건


놀랍게도 알아서 팔리는 물건들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대체재가 없는 경우            

              생활에 필수적이며 주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경우            

              다른 경쟁 제품에 비해 압도적인 무언가를 가진 경우 (가격, 품질, 디자인 등)            

              이미 대단한 브랜드 가치와 팬덤을 가지고 있는 경우            


모두 천운이 따라야 하는 덕목입니다.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유명했던 배달의민족은 성장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위기를 겪었습니다.


절대 해외에 회사를 팔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던 대표는 독일에 회사를 팔았으며 (하지만 액수를 듣고 그 누구도 욕하지 않았습니다), 인플루언서를 이용한 마케팅 등에서 크고 작은 부침이 생기면서 욕도 많이 먹고, 경쟁사가 슬슬 정리됨에 따라 이런저런 혜택들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배달 기사 이슈와 리뷰 공정성 등 잡음이 생기며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었죠.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져버렸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시대였죠. 집에서 해먹는 것보다 배달음식을 먹는 것이 안전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배달비가 음식 가격보다 비싼 일도 생겼지만 그럼에도 팔렸습니다! 이 시절의 배민은 살아남기 위한 고민이 아니라 얼마나 더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가를 고민했을 것입니다. 필수재가 되어버린 이상 성장은 너무 당연한 것이니까요.


배민뿐만 아니라 쿠팡이나 이마트(SSG) 같은 운송 업계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시기였습니다. 시스템이 뭐 같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쓰고 알아서 팔렸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가는 엔데믹 시국이 오면서 배달과 관련된 판도가 슬슬 바뀌고 있는데요. 각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는 것도 마케터로서 재미있는 관찰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시대적인 흐름이 나를 향해 흐르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코로나 정도 되는 천재지변이 일어났을 대, 다른 누군가는 죽어갈 때 다가오는 행운입니다. 대부분의 업계가 어려워하는 시점에도 누군가는 웃고 있답니다. 나도 그 운을 가지고 싶다...



고객의 크기 구하기


이런 시대적인 흐름은 차치하고, 일반적인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어떤 사업, 제품이든 노리고 있는 타겟이 있습니다. 남녀노소 전 세대에게 선택받는 제품은 세상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의 제품은 어떤 고객들에게 어필할까요? 그리고 그들의 수는 대충 얼마나 되며, 시장의 규모는 얼마라고 가정할 수 있을까요?


이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계산이 이루어질 수 있겠으나, 정확하게 측정되는 것은 사실 불가합니다. 통계라는 것은 언제나 오차라는 것이 발생하기 마련이며, 그저 트렌드를 알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참고 자료가 될 뿐입니다.


예시를 통해 알아보죠.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 30 대 1인 가구 남성들을 노린 가전제품이라고 생각해 볼게요. 배송 사정상 서울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남성 1인 가구의 가전제품 구매량] 통계를 만들어서 시장규모를 설명할 수 있을 거예요.


통계청에는 최-신 데이터는 아니어도 1년 정도 전에 측정된 다양한 데이터를 잘 정리해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어요. 정말 별별 데이터가 다 있으니 조사를 해야 하거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이것저것 뒤져보는 경험을 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런 것들은 왜 조사했지?' 싶은 자료들이 많답니다.


<통계청>

https://kostat.go.kr/ansk/



당연히 우리가 원하는 숫자는 통계청에서 만들어놓지 않습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자료를 기반으로 숫자를 만들어야 합니다.


AI가 발달한다면 통계청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하는 수치를 만들어줄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무리가 있는 것 같군요. 글을 쓰고 있는 시점 기준으로 AI는 자기가 모르거나 못 찾는 데이터가 있으면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이를 검증해 내기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답니다.


다시 예시로 돌아와서, 서울에 살고 있는 1인 가구에 대한 통계부터 찾아봅시다. 아마 지역과 연령대별로 예쁘게 정리된 자료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통계청에 들어가서 찾아보니 2050년의 예상 수치까지도 표에 수록해두었군요. 스크린샷은 2023년의 예상 수치입니다. 서울특별시의 (30~34세 /1인) + (35~39세 /1인)을 구하면 서울특별시 30 대 1인 가구 수를 쉽게 구할 수 있답니다.


이 표에서는 당연히 각 세대가 얼마나 돈을 쓰는지, 그중 가전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적어놓지 않았습니다. 다음으로는 가구별 지출 통계를 찾아보면 된답니다. 해당 자료에는 각 가구의 지출 내역을 금액별로 정리해두었습니다. 대충 몇 퍼센트 정도를 쓰는지를 파악한 뒤 위에서 구한 수치를 곱하면 30 대 1인 가구가 가전제품에 쓰는 돈을 추산할 수 있으며, 관련된 다른 데이터도 쉽게 제작할 수 있습니다!


그 수치를 그대로 써도 좋고, 그중 몇 퍼센트 시장까지 우리가 목표하고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제안서에 적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통계를 기반으로 한 추산이기 때문에 정확할 수 없으며 - 보는 사람도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 숫자가 나오게 된 과정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으면 됩니다! 이 방법이 어디 나무위키나 뉴스 기사에서 발췌한 것보다 설득력 있습니다!


나온 숫자는 생각하던 것보다 거대할 수도 있고, 생각보다 작을 수도 있어요. 거대하다면 그만큼 시장이 크다는 뜻으로 경쟁자가 많을 것이며, 작다면 그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제 그 사실을 파악하고 더 많은 조사를 실시하거나 다음 단계 -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정의하면 된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시장의 규모를 파악하고 나아갈 길을 정했다고 칩시다.

그럼 그들에게 어떻게 어필해야 할까요?



파편화가 심각한 시대


별로 안 좋아하는 표현이지만 'MZ 세대'라는 말은 이제 보편적인 말이 되었습니다. 세대 갈등은 어느 시대나 있었지만 최근에는 유난히 세대 갈라 치기가 심해진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개인이 접하는 콘텐츠나 이용하는 플랫폼이 워낙 다양해지다 보니 서로가 뭘 보고 듣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작금의 각종 세대 문제가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금 바꿔서 생각하면, 우리가 타겟을 정의한다면 그 타겟이 좋아하는 것을 예전보다 찾기 쉬워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같은 곳만 가도 연령대별로 좋아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로 알고 싶지 않아 하고 눈꼴 시려 하기 때문에 모르고 살아가는 것뿐이죠. 우린 대화가 필요해요.


각종 SNS 채널의 특성을 살펴보면 인스타그램은 2~30대, 그중에서도 여성층이 더 적극적으로 이용합니다. 밴드는 4~50대가 이용하고 틱톡은 대부분 1~20대가 이용합니다. 당연히 예외도 있겠지만 마케터들 사이에서는 굳이 조사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상식'같은 연령대별 플랫폼 풀입니다.


타겟을 정의했다면 싫어도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서 콘텐츠를 구경합시다. 무슨 이미지로 무슨 메시지를 던지는지, 영상을 주로 쓰는지 이미지나 글을 더 많이 써서 소통하는지를 확인하세요. 던지는 멘트에 담긴 말투도 체크해 보세요. 왜 이런 말을 쓰지?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콘텐츠를 따라해봅시다. 너무 복붙했다는 느낌을 주거나 억지로 쓰시지는 마시구요. 구성이나 배치, 말투 같은 것을 따라 하다 보면 감이 올 거예요. 안 쓰는 근육을 쓰면 알이 배기듯, 처음 쓰면 오글거리고 이상하겠지만, 고객들 반응이 조금씩이라도 오기 시작하면 신나서 먼저 쓰고 있을 거예요.



아직 타겟을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겟이 아직 불분명하거나 생각했던 타겟에게 잘 먹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으며, 계획대로 되는 일은 뭐 하나 없으니까요. 껄껄

그걸 찾아가는 것이 스타트업이나 개발팀의 사명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 때는 각종 SNS 채널에서 콘텐츠를 발행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통계자료를 이용해 타겟을 찾고 좁혀나가는 과정을 밟을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플랫폼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추천해요.


국내 한정으로 네이버는 전 연령대가 성별 상관없이 이용하는 채널이기도 하고, 검색 유입을 잘 일으키는 채널이기 때문이죠. 구글은 검색 통계를 내기 어렵고, 유튜브는 영상을 제작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지만, 네이버 블로그는 글/이미지 기반이기 때문에 검색 유입에 대한 통계자료를 보고 활용하기 편리합니다.


따로 검색광고를 돌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유입이 일어나는 것도 장점이에요! 물론 눈에 잘 띄고 사람들이 클릭하도록 만드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기는 합니다만... 그것은 콘텐츠와 관련된 글에서 다시 한번 다뤄보도록 할게요.



검색어의 세계


네이버 블로그의 통계 메뉴에서는 많은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가 올린 글을 본 사람들의 연령대나 성별부터 '뭘 검색해서 들어왔는지' 등도 체크할 수 있습니다.



제 블로그 스샷입니다. 30대 초반 남성에게 인기 있는 편...


그 누구도 텍스트를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텍스트는 모든 콘텐츠와 의사소통의 원천이 되는 요소입니다. 기본적으로 검색을 할 때는 텍스트로 하구요. 문장보다는 단어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단어 하나하나, 검색어는 흔히 키워드라고 부릅니다. 각각의 키워드에는 많은 것을 내포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사물을 사람마다 다르게 부르는 것도 유의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이전 직장에서 POS 서비스를 마케팅했었습니다. 주로 가게에서 카드 결제하는 기계의 소프트웨어를 의미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기계 자체를 포스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라고 부를까요? 포스기? 카드리더기? 포스? POS? 계산기? 카드기?


카드 리더기는 SD카드처럼 메모리카드를 읽어드리는 기기들을 부르기도 합니다. 키워드가 겹치죠. 포스는 스타워즈를 비롯해 게임이나 영화에서 힘을 의미하는 어떤 단위로 쓰입니다. May the force be with you. 영어 POS는 또 어떨까요? 장사하는 사람들 중에서 POS의 약자가 뭔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경험에서 오는 확신


그리하여 선택한 키워드는 '포스기'였습니다.


검색엔진 서비스에서는 네이버 데이터 랩, 구글 트렌드같이 어떤 검색어가 얼마나 검색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검색 광고를 운영 중이시라면 검색광고 어드민 내의 '키워드 도그'를 이용하시면 더 자세하게 이용하실 수 있어요.


<네이버 데이터랩>

https://datalab.naver.com/


<Google 트랜드>

https://trends.google.co.kr/trends/


이런 서비스들을 이용해 내 서비스를 설명하는 단어들 중 어떤 것이 많이 쓰이고 있는지를 파악하실 수 있어요. 실제로 POS와 관련된 별별 단어를 다 넣고 통계를 구하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키워드는 '포스기' 였답니다.


또 같은 것을 검색하는 것도 연령대나 고객층에 따라 다른 것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닌텐도는 게임기와 게임 둘 다 만드는 기업 이름인데요. 대표적인 게임기로 '스위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기기를 '닌텐도'라고 부릅니다!


게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 이상한 일입니다. 소니의 게임기는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기는 엑스박스건만 닌텐도의 게임기만 유독 닌텐도라고 불립니다. DS, 3DS도 닌텐도라고 불렸는데 스위치도 닌텐도라고 부릅니다! 이 사람들은 게임기 구분을 못 하는 걸까?


소위 라이트 유저라고 불리는 고객층은 그렇습니다.

A가 B라고 아무리 설명해 줘도 C라고 부르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C라고 불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마케터들도 있습니다. 참으세요...


역으로, 이런 요소를 이용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헤비유저들이야 알 거 다 아는 사람들이니 기초부터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설명하려 들면 피곤해합니다. 라이트 유저는 반대로 '아시죠?'라고 넘어가면 모릅니다. 각 검색어별로 들어오는 사람에게 설명하는 요소가 다르다면 조금 더 친절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을 바꿀 수 없다면 우리가 바뀌어야죠.



타겟을 정의하고 나누기


이렇게 각 기준에 따라 고객을 나누고 그에 맞춰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을 '세그먼테이션(segmentation)'이라고 합니다.


고객을 나누는 기준은 연령이 될 수도 있고, 지역이 될 수도 있으며, 안경을 썼는지 안 썼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플랫폼 기술은 우리가 각각의 개인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이미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좀 무섭기도 해요.


이 세그먼테이션을 잘 나눌 수 있게 되면


광고 홍보 채널을 정확하게 노릴 수 있게 되고

그 채널에서 전달하는 메시지와 콘텐츠를 더 매력적으로 다듬을 수 있으며

그에 따른 반응도 쉽게 수집할 수 있게 되며

결과에 대한 분석도 쉬워집니다.


결과적으로 마케팅의 효율이 높아집니다.


알아서 찾아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관심도 없는 사람의 문을 두드릴 필요도 없죠 관심이 있을만한 사람의 눈에 우리가 서 있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 제품 타겟팅의 기술입니다. 당연히 돈은 적게 쓰고 높은 효율을 만들 수 있겠죠.


내 제품, 내 서비스를 좋아할 만한 사람들이 쓰는 단어, 그들이 보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공략한 다음 콘텐츠를 뿌려보세요. 공허하게 광고 비용을 사용하고 보도자료를 열심히 내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만들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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