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AI 쓸데없는데 써보자
콘텐츠의 시대, 가상의 역사를 이용한 수많은 소설, 웹툰, 영화 등등이 쏟아지지만 가끔 한국인의 역린을 잘못 건드려 욕을 먹는 작품들도 등장한다.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데 동북공정의 의도가 엿보인다거나 한글 창제를 세종대왕이 한 것이 아니라 훔친 것이라고 한다거나.
이런 일에 사람들이 화를 내자 콘텐츠 제작자는 '가상역사가 뭐가 나빠!' 라며 그들의 행동은 그저 창작행위라고 주장하는 바, 한 트위터 유저는 핀트를 잘못 짚는다고 설명하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남겼다.
과감하며 혀용되는 예 : 아머드 태종이 빔샤벨로 달을 썰어버림
X같은 왜곡 : 중이 만든 한글을 세종이 훔침
사람들은 또 이 설명글의 핀트에서 벗어나 '아머드 태종' 재밌겠는데? 라면서 군침을 흘리는 것
수많은 팬아트와 패러디가 쏟아졌지만 아직 제대로 된 콘텐츠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인간을 모방하는 최신 기술 chat gpt를 이용해 아머드 태종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사실 그냥 chat gpt한테 키워드만 던져줘도 어느정도 구성된 이야기 틀을 만들어준다.
이런 식이다.
상당히 평이한 판타지 소설의 시놉시스를 만들어주었다. 제법 읽어봄직한 글을 작성해주었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왕국을 지키기 위해 뭔가를 찾아나서고 - 그 해답은 자신의 과거 속에 있었다는 용사님 이야기는 이제 질릴 때도 됐지.
결국 양념을 치기 위해서는 AI가 아니라 나의 머리를 굴려야 하는 것이다.
태종 이방원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것은 가공의 역사를 쓰겠다는 이야기이다. 그냥 메카니컬한 기믹을 가진 영웅이라면 태종이라는 키워드를 쓰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그리하여 이방원의 스승이자 정적 정도전을 개입시켜보자.
하지만 정도전에게 어떤 캐릭터를 부여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 똑같은 아머드 정도전을 등장시키는 것도 좋지만 아머드와는 조금 다른 판타지 요소 - 뻔하지만 마법을 더해보자.
뻔하다면 뻔한 시놉시스지만 생각하지 못한 요소를 더해주었다.
매지컬 정도전을 단순히 마법만 쓰는 마법사가 아니라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으로 설정했고, 두 사람이 대립하는 방식에 대한 설득력을 더해주었다.
조금 더 발전시켜보자. 특히 실제 역사 - 조선 초기의 역사가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런 식으로 질문해보았다.
좋긴 한데...
실제 역사를 알아낼 생각은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렇게 하니 조금 실제 역사와 비슷해졌다... 는 정도전을 태조와 함께 조선을 세운 것이 아니라 이성계의 시선을 피해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암약단체 수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사실 대세에 지장은 없다. 계속 밀고나가보자.
정도전을 다시 갓킹 태조 이성계와 함께했던 인물로 묘사했다. 오락가락 하는 모양이다.
이런식으로 생각한 세계관의 설정을 조금씩 수정하다보면 제법 괜찮은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이제 쓰면 된다.
라고 생각하고 오랜 시간이 지났다. 누가 쓰길 바라는 마음에서 브런치에 공유한다.
구글 제미니 (재미나이)가 공개되어서 비교해보고자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조금 더 정돈된, 깔끔한 형태로 보여준다. 취향에 맞게 쓰면 된다.
챗GPT는 정도전을 빌런으로 설정했지만 구글은 이방원을 빌런으로 설정한 점이 소소한 재미 포인트
아무튼, AI를 이용해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요점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AI가 다 알아서 해주지는 않는다. 결국 생각하고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한다.
- 처음에 하는 대답이 시원치 않더라도 살살 어르고 달래면서 설명을 해주면 잘 알아듣고 만들어준다.
- 결국 다듬어서 올리는 것은 사람의 일 : 사람이 게으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 이제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