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 현장 촬영
나는 뉴욕 브랜드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이제 막 일한 지 1년 8개월이 지났고, 우리 회사는 100% 원격근무로 이루어져 있다. 팀원들은 뉴욕, 파키스탄, 파리 등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으며 나는 서울에 살고 있다. 이번 패션 브랜드 프로젝트에서 전반적인 브랜딩, UI 디자인 업무를 맡았으며, 새로운 시즌의 룩북 사진 촬영 일정이 잡혀서 뉴욕으로 출장을 갔다. 사실 뉴욕으로 초대를 받았을 때 선뜻 수락하지 못했었다. 혹여나 뉴욕에서 코로나를 걸리게 되면 한국으로 돌아올 때 절차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중에 과거를 뒤돌아 봤을 때 코로나 때문에 뉴욕에 안 갔었다고 한다면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에 평생 후회를 할 것 같아서 내 마음의 목소리를 따라 뉴욕행을 결정했다.
뉴욕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12시였다. 뉴욕이라는 도시를 처음 본 것은 저녁 비행기 안에서였는데 직사각형의 빌딩들이 빼곡히 줄지어 있었고 노란 불빛들이 화려하게 반짝거렸다. 때마침 이어폰 속에서 BTS의 소우주 노래가 흘러나왔고 내가 동경해왔던 뉴욕의 이미지와 일치해서 꿈을 이뤘다(?)는 느낌 때문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공항에 도착한 후 겨우 우버택시를 탑승하고 호텔에 도착했다. 내가 2주 동안 머물 호텔의 이름은 Freehand였고 뉴욕의 중심부에 위치해있어서 교통이 매우 편리했기 때문에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쉽게 갈 생각에 들떠있었다.
현지 촬영이 있는 날이다. 사진작가를 포함한 우리 팀은 최적의 스팟을 찾기 위해 촬영하기 1시간 전에 도착했다. 이곳은 넓은 광활지였으며 모델을 대신해 앵글에 서면서 가장 햇빛이 잘 드는 장소를 찾았다. 작업 도중에 촬영에 참여할 모델들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코디네이터, 클라이언트가 도착했고 촬영을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촬영에 참여해서 그런지 뉴욕까지 왔는데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내 자리를 알지 못했다.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컴퓨터를 활용한 그래픽을 디자인하는 것에만 익숙했기 때문에 현장 디렉션을 할 때에는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만약 촬영을 디렉팅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브랜드의 일관성을 구축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브랜드를 사람으로 생각하면 그 사람의 태도, 말투, 옷차림 등 모두 일관된 하나의 모습을 유지해야 다른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아무리 나 스스로 “나는 이런 형태를 가진 브랜드야!”라고 말해봤자 그 사람의 태도나 행동이 그렇지 않으면 모두 쓸모없어지는 것이다. 룩북 촬영은 브랜드의 애티튜드와 성격을 어떻게 잘 유지할 것인지 방향성(모델의 포즈, 표정, 카메라 구도, 헤어 스타일, 메이크업)을 일관성 있게 표현하는 중요한 작업이었다.
현장 촬영은 많은 변수가 일어나기 때문에, 사전 기획 단계에서 모델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지, 어떤 포즈를 할 것인지를 미리 정리해놓는 것이 수월하다. 예를 들어 사진과 같은 갈대밭인 장소라면, 갈대밭이 드넓게 펼쳐진 곳에서는 하늘하늘 거리는 옷이 옷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고, 물이 고여있는 곳이 있다면 바지를 입혀서 편안함을 강조할 수 있기에 사전 무드 보드를 제작하는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방향성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레퍼런스를 구체적으로 정리할수록 시행착오는 적어지고 현장 촬영이 수월해지며 원했던 작업물에 가장 가깝게 제작할 수 있다. 이 촬영한 사진들은 웹사이트 속 브랜드의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무드 보드를 인쇄해가면 훨씬 소통이 정확하고 빠르다.)
*유용한 표현
"How about changing your pose / expression like this (몸짓, 표정)?"
"너의 포즈나 표정을 (몸짓, 표정)으로 바꾸는 것이 어때?"
"It could be a little more natural."
"조금 더 자연스러우면 좋겠어."
현장에서 포토그래퍼와 함께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그림자의 유무와 위치, 해의 방향, 옷의 주름 등을 현장에서 정확하게 디렉션해줘야 한다. 이것은 나중에 옷의 형태 등 포토샵 작업을 할 때 수정하기 어려운 부분을 없애기 위함이다. 내가 코디네이터가 아니더라도 옷이 이상하진 않은지 모두 살펴봐야 하고, 옷의 색감이나 톤은 나중에 작업이 수월할 수 있도록 클라이언트가 있을 때에 즉시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유용할 표현
"How about increasing/reducing the (saturation, Level, Contrast, Brightness, Exposure….)"
"(채도, 레벨, 대비, 밝기, 노출)을 늘이/줄이는 것이 어때?
"It looks a little dark / Light."
"이거 조금 어두워/밝아 보여."
"It looks so good / Perfect."
"이거 좋아 보여!"
무엇보다 현장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모델에게 칭찬을 하거나 자신감을 북돋아주면 모델도 낯선 현장 분위기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친해지기 가장 좋은 방법은 인스타그램 주소를 교환하여 사진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주제 거리를 찾는 것이다. 이건 전문성이랑 관련은 없지만 모두가 같은 시간 속에서 기분 좋게 일을 하기 좋은 방법이다.
*유용할 표현
"You are so lovely / So Gorgeous / Nice / Cool / Looking good!"
"너 정말 사랑 스러 보여 / 멋있어 보여!"
"Do you have an instagram ID?"
"너 인스타그램 아이디 있어?"
"Have you been (장소)? How was it there?"
"너 (장소) 가본 적 있어? 어땠어?"
물론 이것들을 현장에서 다 써먹지 못했다. 영어를 잘 못하는 게 겁나기도 했고, 내 위치가 아트디렉터가 아니라 그저 현장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구경하러 온 한국인 디자이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 출장은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브랜드의 일관성이 구축되는 큰 흐름 중 일부를 볼 수 있었고, 덕분에 그 후의 브랜드 콘셉트를 명확하게 구축할 수 있었다. 디자이너는 컴퓨터를 활용해서 그래픽을 만드는 업무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업무 범위에 대한 시각 넓어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새로운 나라에서 일하는 경험을 했기에 가치 있던 시간이었다.
*브이로그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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