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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May 06. 2019

'파업전야' & '나의 특별한 형제'

소외된 이들에 대해 고민하다-'장산곶매'와 '명필름'의 영화들...


우리 사회에 소외된 이들은 생각보다 매우 많습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과거와 달리 이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법이라던가 시스템이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은 최근 영화와 과거 영화 두 개를 가져왔습니다. 이들 두 영화는 전혀 관계가 없어보지지만 후반에 그 이유를 알려드리고 나면 이해가 충분히 가시리라 봅니다. 다른 장르의 두 영화, 하지만 같은 사회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두 영화... '파업전야'와 '나의 특별한 형제'입니다.











1980년대 어느 공장의 구내식당... 갑자기 한 남성이 식판을 엎더니 탁자 위에 올라가 이야기를 합니다. 고된 노동에 비해 낮은 임금과 질 낮은 식단에 불만을 느낀 한 남성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몇 분 뒤 이 남자는 다른 이들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갑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동성금속에 새로운 식구가 들어오게 됩니다. 완익이라는 청년이 이 곳에 새로운 식구로 들어오게 됩니다. 정신없고 야근도 많은 곳이지만 퇴근 후 작은 술집에서 환영회 겸 술자리가 벌어집니다.
한편 몇 년 전 노동자의 시위로 곤란한 상황을 겪었던 회사는 다시 문제가 생기지 않기 위해 노동자들의 집단 반발을 막을 방법을 고민합니다. 마침 젊지만 이 곳에 오랜 기간을 일한 한수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한수는 동생의 등록금 마련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가난이 싫었던 상황에서 이들의 제안을 수락합니다.
석구와 원기를 비롯한 이들은 노조를 만들기 위한 준비에 나서고 인근 공장의 여성노조를 비롯한 다른 노조를 참고하며 이들 노조 설립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합니다. 한수의 여자 친구인 미자의 공장에서도 파업이 벌어진 상태. 한수는 이런 미자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미자 역시 그런 한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그리고 이는 한수가 회사의 프락치가 되어 구사대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들의 관계도 멀어집니다.
회사는 결국 노동조합 출범 소식을 듣게 되고 설립 허가를 원천 봉쇄합니다. 대신 한수를 비롯한 이들을 포섭해 봉사회라는 이름으로 가짜 노조를 만들게 됩니다. 회사의 압박은 더욱 심해지고 과거 동지였던 이들이 회사에서 보낸 폭력배들에게 구타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수는 회사의 제안을 포기하고 이들 노조와 다른 노동자들과 합류하게 됩니다.







오갈 곳이 없는 특수 장애아들을 위한 시설 '책임의 집'에는 다양한 장애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곳을 관리하는 박 신부는 거의 매일을 술에 절어 살지만 이들 장애인들을 맡아야 한다는 책임감은 누구 못지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독 특별해 보이는 이들이 있으니 몸을 거의 사용할 수 없어 휠체어에 의존하는 세하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구가 그들이죠.
몇 년 후 박 신부가 세상을 떠나고 '책임의 집'을 세하가 맡게 됩니다. 하지만 불편한 몸으로 이 곳을 맡는다는 것은 힘든 일... 약간의 편법(?)을 이용해 이 곳의 지원비를 마련합니다. 하지만 이 곳에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게 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세하는 동구의 수영실력을 이용해 그를 수영대회에 출전시키기로 합니다. 하지만 돌발상황으로 보기 좋게 예선 탈락...
동구의 수영 코치였던 미현과 같이 다른 방안을 모색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동구의 친모가 나타나면서 동구를 다시 데려가겠다는 소식에 세하는 분노하게 됩니다. 20년 이상을 껌딱지처럼 함께해온 이 두 사람에게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 찾아온 것이죠. 세하는 동구가 필요했고 동구는 아직 그 마음을 알 수 없는 상황. 과연 그들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파업전야'를 알기 위해서는 그 시대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1990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노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는 이유로 검열에 시달렸으며 당연히 이 작품은 일반 극장에서는 절대 상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학교 강당 등이 주요 장소가 되었고 경찰들은 첩보를 접수하면 이들 현장에 출동해 영화 상영을 막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영화를 담은 필름 릴을 가짜로 만들거나 필름을 다른 곳에 숨겨서 대비하는 등의 나름 노하우가 생겨났죠. 안치환 씨가 부른 '철의 노동자'는 지금도 한국인이 사랑하는 민중가요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영화의 파급력은 대단했던 게 분명합니다.
이 영화를 만든 곳은 창작집단 '장산곶매'입니다. 당시 정권으로써는 문제작들을 많이 만들어서 말이 많았던 곳이었죠. 1989년 '오! 꿈의 나라'는 광주 민주화 항쟁을 소재로 했으며 전교조 문제를 다룬 1992년 '닫힌 교문을 열고' 역시 많은 논쟁과 더불어 지지를 받았던 작품입니다.
이은기(이은), 이재구, 장동홍, 장윤현 감독이 참여하였는데 장동홍, 장윤현 감독은 지금도 왕성하게 영화를 만들고 있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감독인 이은 씨에 대해 이야기 안 할 수가 없는데 이는 잠시 뒤에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실제 모델 박종렬 & 최승규 씨

'나의 특별한 형제'는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광주의 한 복지원에서 가족만큼 끈끈한 우정을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는데요, 지체 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 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박종렬 씨는 최승규 씨의 손과 발이 되어주었고 검정고시를 마치고 광주대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하게 됩니다.
이 두 사람의 우정은 영화로 제작되게 되는데 모티브를 전달받은 영화사 조이래빗 허정완 대표와 공동으로 명필름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신하균 씨가 최승규 씨를 모델로 한 세하 역할을, 이광수 씨가 박종렬 씨의 모델인 동구 역할을 맡습니다. 이외에도 이솜, 박철민, 길해연, 권혜효 씨 등의 명배우들이 열연합니다.
감독은 '방가? 방가!',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의 육상효 감독으로 사회문제를 코미디로 녹여내는 데 있어서는 이 분을 능가할 감독은 없는 것 같습니다. 좋은 소재에 착한 제작사, 믿고 보는 배우들과 감독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이 영화를 흠잡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실제로도 최근 만들어진 영화들이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그들에 대한 취재가 부족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작품은 얼마나 장애인의 관점에서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는지에 대한 모습이 보입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을 찾으셨는지요?
올해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한 '파업전야'는 명필름이 제공(제작 지원 및 그 외에 영화 개봉에 도움을 주는 것)을 맡았으며 앞써 이야기한 대로 명필름의 공동대표는 이은, 심재명 대표입니다.
그리고 '나의 특별한 형제'를 만든 곳은 앞에 알려드린 대로 명필름 제작입니다.


명필름은 한국 영화계에서는 드물게 오래 장수하고 있는 영화사이자 작품성이 있는 작품들을 주로 만들어낸 영화사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들이 제작한 영화들을 보자면 하나같이 허투루 가볍게 만든 영화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죠. '공동경비구역 JSA', '마당을 나온 암탉', '건축학개론', '접속' 등 시대의 트렌드를 잘 파악한 작품들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앞써 이은 대표가 1990년대 '장산곶매'를 통해 '파업전야'를 만들었다면 2000년대는 '카트'를 통해 노종자의 문제를 다루었는데 이는 최규석 작가의 '송곳'과 더불어 노동자의 인권문제를 제대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방식은 다르지만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 '나의 특별한 형제' 역시 그 전통을 이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을 같이 묶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그 시대상을 반영합니다.
하지만 시대상으로 반영한다고 공감대를 무시한다면 그 영화는 좋은 영화가 될 수 없죠. 그런 점에서 장산곶매와 명필름의 영화들이 시대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극장 문을 나서며 생각 없이 '이 영화 잘 봤다'로 그치는 게 아니라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대해 되돌아봤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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