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으면 날 따라와요 (영화 ‘터미네이터’, 1984) 살고 싶으면 타요 (영화 ‘반도’, 2020)
*본 여행기 및 미니 인터뷰는 손소독, 마스크 착용 후 안전하게 진행되었음을 알립니다.
3년 만에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 사이 세상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좋은 세상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의 여행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그 사이 많은 다양성 극장들이 새로 생기거나 문을 닫았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곧 이따 하겠지만 과거 정권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블랙리스트라 부르는 단체들과 영화관들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보릿고개처럼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다시 떠난 여행의 도착지는 안동입니다.
문화의 고장이고 유적지가 많은 고장. 시인 이육사, 작가 권정생, 퇴계 이황 등등 많은 문학인을 배출한 이 고장에서 만난 극장은 안동 중앙시네마입니다. 안동 구시장과 문화의 거리에 위치한 다양성 상영관입니다.
1999년 개관한 안동 중앙시네마는 정사영, 김영희 부부가 설립하였습니다. 이들은 구시장에서 또 다른 극장인 진성 극장을 운영했으나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진성 극장이 문을 닫고 마지막 단관 극장 하나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런 극장을 인수한 사람이 현 대표인 한철희 씨입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예술전용관은 2014년 한 대표의 인수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이런 극장에 시련이 찾아옵니다. 2014년 다큐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후 영진위로부터 원인 불명의 지원 사업에서 탈락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리고 2015년 세월호 다큐인 ‘다이빙 벨’ 상영으로 전용관 지원사업이 없어집니다. 이에 대해 안동 중앙시네마의 황인애 프로그래머는 대표님의 신념이 너무 강했고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이들 영화를 상영했다고 말합니다. 한 대표는 그저 평범했던 통신업체의 월급을 받는 회사원이었고 좋은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이 극장을 인수했던 것이고 신념대로 했을 뿐인데 말이죠.
안정화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코로나 19 발생입니다.
이는 중앙시네마만의 타격은 아니었으며 멀티플렉스와 독립/다양성 극장 모두 큰 타격을 입은 사건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안 물어볼 수 없지요. 극장의 타격이 얼마나 큰지 말입니다. 전체 관객의 70%가 감소. 하루 종일 무관중인 경우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 영진위는 이런 극장들을 살리고자 ‘극장에서 다시, 봄’ 쿠폰을 배포하게 이릅니다. 멀티플렉스들을 4차에서 최고 5차 이상 온/오프라인 쿠폰을 배포하였습니다. 다양성 극장들은 멀티플렉스들의 쿠폰 소진 이후 행사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영진위 쿠폰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단골손님들도 오지 않는 상태에서 쿠폰이 회수되어도 도움이 되지 않았고 쿠폰이 소진되고 나면 정상 가격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쿠폰으로 불러들인 관객을 다시 끌어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는가 라는 답변이었습니다. 피부에 와 닿지 않은 정책이었고 이런 방식보다는 극장의 임대비용 지원, 좌석 간 거리두기로 인해 판매가 불가능한 손실비용을 정부나 영진위가 보상하는 등의 방식이 극장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진위가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얘긴 아닙니다. 최근 영진위 다양성 극장 예매 통합사이트인 ‘인디 앤 아트’의 운영입니다. (2020년 7월 기준) 9개 극장이 현재 베타 서비스 방식으로 운영 중이고 더 많은 극장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다만 이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YES24나 인터파크 등의 예매 대행사와 같이 연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중앙시네마의 경우 기존 네이버에 올렸던 연동 시간표를 내리고 기존 YES24와의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버그들이나 인터페이스의 불편함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에서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원승환 관장은 일단 ‘인디 앤 아트’는 포털 사이트에서 예매 노출이 되지 않는다는 점과 연동이 불가능한 것에 문제를 지적했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 연동방식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게 아니라는 것이죠.
극장 측은 나름대로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신작 개봉이 감소하고 재개봉작이나 기획전의 영화들의 상영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그것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잠시 중단되었으나 영화를 보기 힘든 이들을 위한 ‘찾아가는 영화관’이 항시 운영 중이며 7월 26일부터는 코로나 극복 기획전인 ‘심패 소생’ 특별전이 열릴 예정입니다. 특히 문창현 감독의 영화 ‘기프실’의 경우 안동의 맛집 탐방과 GV가 결합된 특별한 행사도 벌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8월은 ‘데칼로그-십계’란 작품을 10주 차로 매주 수요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폴란드 거장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가 만든 TV 시리즈를 리마스터링 된 버전으로 특별상영하는 것인데 지난 2월 부산에서도 상영했던 행사라 관심 있는 분들도 계시리라 봅니다.
좀비 영화가 세상을 장악한 아니러니 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전염병에 항복한 극장가는 결국 독과점이란 나쁜 짓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라도 살아야 하는 것이 극장입니다. 하지만 작은 극장은 이런 편법도 할 수 없습니다. 근데 사실 그렇죠. 결국 좀비도 코로나처럼 전염병으로 시작된 것이니깐요. 따라오면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기계인간과 중학생 소녀의 모습이 겹쳐지는 요즘입니다.
다시 극장으로 달려가 달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시대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애쓰고 있는 상황에서 두려워하지 마시고 영화관에서 좋은 영화 한 편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손세정제에 마스크 단단히 준비하시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그리고 극장 문을 맞이하는 직원분들에게 수고하신다는 한마디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