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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Sep 29. 2024

‘해야 할 일’ & ‘빅토리‘ & ‘울산의 별’

영화 속 조선업의 현실… 왜 조선소인가?

*YTN NEWS 2016년 11월 28일 뉴스 중에서…


선박 사업이 불황을 맞이했습니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회복 수준이라고 하지만 군산, 울산, 거제 등의 조선소들이 운영을 중단하거나 축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묘하게도 최근 조선소 사업의 몰락과 재기를 이야기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보통이면 두 편을 소개해드리는데 오늘은 세 편입니다. (개봉순서가 아닌 시대배경 순으로 소개합니다.)











2016년…  조선소에서 일하는 준희는 과거 자신이 있던 파트의 상사였던 일섭의 도움으로 인사과로 발령받게 됩니다. 차장 동우와 팀잔 규훈을 중심으로 가끔 일을 돕는 부장 호근과 홍일점이자 전졸 출신의 대리 경연도 이들 팀원이죠. 공무원인 여자 친구 재이와 결혼도 앞두고 있는 만큼 문제 될 건 없어 보이죠. 문제는 채권단이 재무상황을 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너를 물갈이시킬 수 있는 파워가 있기 때문이죠. 결국 회사는 구조조정이라는 대책을 마련합니다. 우선 희망퇴직을 받고 150여 명이 안 나오면 정리해고를 시키는 것이죠. 문제는 정리해고 대상자에 자재팀 소속이 수두룩한데 부장 일섭도 있고 절친인 과장 상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전문대 졸업 여성이란 이유도 같은 인사과 동료인 경연도 위험해지죠. 아예 경연은 희망퇴직으로 올린 상태이니 남은 두 사람이 위험하죠. 거기에 기회도 주지 않고 자신과 안 맞는 부서로 보냈다고 불만인 경력직 베테랑들도 쏟아집니다. 조선소 4년 차 막내의 시련은 끝날 줄 모릅니다. 새해가 밝아오고 오너의 신년사가 대자보를 대신합니다. 신년사를 붙이고 가는 길… 가벼워야 하는데 마음만 무겁습니다.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거제의 어느 오락실. 부산의 펌프 챔피언은 허를 내두르고 놀라고 있죠. 이들의 기록 위에는 두 여고생의 점수가 위에 있습니다. 필선과 미나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1년 유급된 친구들이죠. 그들은 댄스 동아리의 부활을 염원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죠. 한편 최하위인 축구팀의 경쟁력을 위해 동현이 스카우트되고 1살 터울인 그의 여동생 세현도 같이 전학을 옵니다. 미국물 먹은(?) 치어리더 출신이란 말에 희망을 걸고 필선과 미나는 치어리더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기인열전인지 스타킹인지 모를 기상천외 오디션으로 여섯 멤버가 합류합니다. 하지만 필선과 세현은 티격대격하는 일도 잦고 뭔가 오합지졸 느낌. 응원단의 첫 출격… 하지만 보기 좋게 망하죠. 한편 필선의 아버지 우용은 조선소의 협력업체 반장으로 윗선과 동료들의 눈치를 고루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 와중에 딸이 걱정스러운 것은 당연지사. 불의의 사고로 동료가 세상을 떠나지만 장례식장에 제대로 위로도 못하고 돌아가죠. 우용은 생각을 고치고 동료들과 함께하기로 합니다. 더 이상 숨어 지낼 수 없습니다. 나와 동료, 무엇보다 딸 필선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어야죠.





그리고 시대는 다시 현대로 갑니다. 요란하게 코를 고는 여인이 있습니다. 아침이 되자 자전거를 끌고 회사로 향하는 그의 이름은 윤화입니다. 남편을 조선소에서 잃고 그는 남편을 대신해 이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에겐 두 명의 자녀가 있으니 아들 세진은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 중이지만 사실 더 관심 있는 것은 비트코인 투자죠. 딸 경희는 자칭 뷰티 전문가지만 아무리 울산이라 해도 이 촌동내 같은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윤화는 작업도중 화상을 입었고 그와 별개로 정리해고 1순위란 소문을 접하게 됩니다. 로비라도 벌어야 하는 상황인데 아들이 비트코인 투자를 이유로 대출을 받아 선수를 친 상황.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작은아버지 가족 내외가 남편 기일에 맞춰 방문하고 작은 아버지 아들이자 영화감독인 인혁은 뭔가 뚱한 모습과 불만이 가득한 표정입니다. 윤화는 자신의 정리해고 원인으로 남편과도 동료였고 동료임에도 자신을 여전히 형수라고 부르는 태민을 의심합니다. 새 차도 뽑았고 자재 횡령 의혹도 있었기 때문이죠. 욱한 마음에 쓴 대자보는 결국 문제를 일으킵니다.





최근 개봉작 ‘해야 할 일’은 조선소 산업이 최대 불황기이자 최순실-박근혜의 국정농단이 벌어진 2016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IMF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적인 조선업이 불황이었던 상황에서 준희는 승승장구하지만 직원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태죠. 촛불시위도 나설 정도로 의식이 있는 평범한 시민이었지만 바로 앞에 자신의 과거 사수와 절친 중에 한 명을 내리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죠.


박홍준 감독은 실제 조선소 인사팀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왜 소재가 조선업이냐는 질문을 드렸을 때 박홍준 감독은 자신이 과거했던 일이고 묘하게도 차가운 금속과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의 모습이 닮아 동질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더구나 이들 사무실 노동자들은 노조도 만들 수 없고 인사팀은 그 감정을 숨겨야 하지요.





뒤에 소개할 작품 포함 그나마 가장 경쾌한 이야기인 빅토리’의 배경은 세기말 1999년 거제를 배경으로 합니다. 최초의 고교 치어리더팀인 ‘새빛들’을 모티브로 했고 창단 연도인 1984년이 아닌 2000년대 초로 각색을 했습니다. 묘하게도 거제는 댄스스포츠 동아리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이자 드라마였던 ‘땐뽀걸즈‘를 탄생시킨 곳이기도 합니다. 부모님이 조선소에서 일해왔고 아이들 역시 졸업을 하면 이 도시를 떠나거나 부모님이 했던 대로 이곳에서 경리가 되거나 용접기술을 배워야 하는 상황이죠. 우용의 딸 필선이 잠시나마 서울행을 선택한 것도 이상한 게 아니죠. 이곳은 희망이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죠.


2017년 다큐 ‘땐뽀걸즈’로 전국 GV를 돌고 있던 이승문 감독을 만났을 때 이 아이들이 결국 희생양이 아닌 자기 주도적인 모습으로 발전하는 아이들을 응원하고 싶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빅토리’가 보여준 가능성의 미래도 아마 이것이 아니었나 싶군요.





올해 1월에 개봉한 ‘울산의 별’은 현재 진행형의 조선업을 이야기합니다. 남편에 이어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선택한 여인과 앞의 ‘빅토리’의 필선처럼 가난과 바다 비린내가 싫어 탈출을 선택한 윤화의 두 자녀 역시 조선업의 한계를 이야기하고 있죠. 그런 상황에서 해고를 당하고 살기 위해 싸우게 됩니다. 문제는 회사랑 싸우는 것도 고난인데 자신의 자식들과 집안사람들과도 싸워야 합니다.


‘울산의 별’의 윤화는 묘하게도 한진중공업 노동자였고 크레인에서 시위를 벌였던 김진숙 씨를 떠오르게 만들었죠. (물론 중공업과 다른 직종이지만) 여성 노동자로서 느끼는 불리함에서 싸웠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요.








이렇게 세 작품의 배경은 조선소지만 바라본 관점이 인사팀(회사)-근로자의 가족들-노동자(특히 여성 노동자) 이렇게 각기 다른 시선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영화였다는 것이죠.


조선업만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많은 산업들이 경기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늘어났죠. 문제는 노동자들만 그런 것이 아닌 이들의 생계를 꾸려나갈 가족들에게 타격을 입혔고 조선업과 연결된 하청업체와 위탁업체, 계약직 노동자, 거기에 이들이 주수입원이던 수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아야 했을 것입니다.


달라진 게 없습니다. 좋아질 기미도 크게 보이지 않고요. 그냥 ‘힘내세요’란 말 외에는 할 수 없는 이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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