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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Sep 08. 2023

희망을 바라며

마흔, 마흔여섯 신혼부부⑦

픽사베이

오랜만에 글을 쓴다. 귀찮다는 핑계로 글이 뜸했다. 6월 말부터 시작한 시험관 시술 1차 과정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다음 주면 이식이다. 채취하고 동결된 배아를 내 몸에 이식한다. 가장 중요한 단계다.  

   

인터넷 카페를 찾아보니 착상 시기는 하루 이틀이라고 한다. 의사 선생님께 주의사항을 물었더니 선생님은 늘 그렇듯 “평소처럼 하라”고 쿨하게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처음부터 내게 조급해하지 말고 길게 보라고 하셨다. 그래도 내 솔직한 마음은, 아니 시험관 시술을 받는 모든 여성은 1차에 끝내고 싶은 마음이다.   

   

이식을 위해 하루 세 번 알람을 맞춰 4개의 약을 먹어야 하고, 지금까지 맞은 주사 중 가장 아픈 주사도 매일 맞아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오롯이 내 몫이다. 호르몬 약을 먹고 주사를 맞다 보니 피부가 안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이고, 체력적으로 힘에 부친다. 그래서 빨리 이 과정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채취부터 이식까지 한 번 하는 과정이 석 달에 이르다 보니 나뿐만 아니라 시술받는 사람들 모두 힘들다. 그래도 어쩌랴. 내가 선택한 것이기에. 무엇보다 한 생명의 씨앗을 만들기 위한 가치 있는 일임을, 힘들 때마다 정신승리 중이다.     


나름대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의사가 하라는 건 다했다. 최선을 다해서 후회는 없다. 자기애가 강한 내가 '이렇게까지 몸을 불사르며 노력했는데 안 되면 어떡하지?'하는 걱정도 다. 착상은 신의 영역이기에...

     

가족이나 신랑이 응원해 주고, 과정 자체가 엄청 고통스럽지 않아도 가끔 이 과정이 참 지난하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혼자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더라도 이 시간은 온전히 내가 견뎌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너무 힘들어하지 않고 잘 견뎌낸 나 자신을 토닥여주고 싶다.  

    

온 마음과 사랑을 모아 기도한다. 우리의 배아가 늦게 만난 예비 엄마 아빠를 가엽게 여기고 잘 견뎌주길. 믿어본다. 너로 인해 희망이 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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