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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Dec 07. 2023

나의 첫 아기, 종종이

다정한 아이①

저출생 시대에 아이 낳을 결심을 하고 시험관 1차 만에 얻은, 작고 소중한 내 아이. 오늘로 임신 15주 1일차에 접어들었다. 사실 시험관 시술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고, 나만 고생하는 것 같아 남편과 다투기도 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이렇게까지 아이를 낳아야 할까라는 생각에 간절한 마음도 크지 않았다. 그래서 병원에 갈 때마다 간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아이를 손꼽아 기다리는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석 달간의 노력 끝에 배아 이식을 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기 시작할 때부터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만약 실패하면 어떡해야 할까. 큰 이슈 없이 1차는 잘 넘겼지만 막상 시술을 해보니 몸과 마음이 지쳤다. 난자 채취 준비 전부터 이식까지 거의 100대에 가까운 주사를 맞는 건 익숙해졌지만, 병원을 계속 왔다 갔다 하고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참 지난했다. 이 과정을 또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과 이 과정을 반복하며 아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보고 싶은 기대가 가장 컸다. 착상은 ‘신의 영역’이기에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지만 생각만큼 쉽진 않았다.

     

배아 이식을 하고 집에서 초조하게 기다린 끝에 병원에서 1, 2차 피검사 수치가 잘 나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후 또 한 번의 기다림 끝에 5주 때 초음파로 아기집을 확인했다. 40 평생 처음 느껴보는 신기한 기분. “내 아이가 맞나?” “내 배가 맞나?”라는 신기함에 얼떨떨했다.

    

그리곤 6주 때 태아의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듣는 순간, 괜스레 마음이 이상해졌다. 점 같은 아이에게서 저렇게 큰 심장소리가 날 줄이야. 저렇게 작은 생명체도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것 같았고, 이 아이를 꼭 지켜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시험관 시술을 하면 임신 확인을 했어도 약 한 달은 더 병원에 다녀야 하고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한다. 임신 9주 차에 드디어 차병원을 ‘졸업’하고 일반 병원으로 전원 했다. 초음파로 본 아기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열심히, 활발하게 잘 놀고 있었다.

 

태명은 동생 첫째 딸 다섯 살 윤서가 지어줬다. 내가 결혼하기 전부터 윤서는 “이모 배속에 아기가 있어.”라고 했다. 아기 이름을 묻자 단번에 “종종이!”라고 답하며 눈웃음을 날렸다. 이렇게 울 애기는 종종이가 됐다. 다들 종종이라는 태명이 너무 귀엽다고 한다. 흔한 태명이 아니어서 마음에 든다.   

  

종종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10cm가 채 되지 않은 아주 작은 체구. 노산이라 고가의 니프티 검사(기형아 검사)가 필수였던 나는 이 검사도 잘 마치고 ‘정상’ 소견을 받았다. 특별한 태교 없이도 잘 자라는 종종이를 보노라면 참 대견하다.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단다. 나 자신보다 울 종종이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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