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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린 Jan 22. 2021

리테일의 위기, 공간의 직접성을 이용하여 해결하라

코로나가 상업용 부동산에 미친 영향과 오프라인 공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전 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공간의 직접성을 이용한 '제안'


오프라인 공간은 직접성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과 달리 오프라인 공간에서 운영자는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고 소통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운영자는 소비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츠타야 서점을 기획한 CCC(Culture Convenience Club)의 최고경영자 마스다 무네아키는 그의 책『지적 자본론』에서 '기존 리테일 공간에서의 운영자와 소비자와의 관계가 일대다(1→n) 관계였으며, 운영자가 불특정 다수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했다면, 앞으로 리테일 공간에서의 운영자와 소비자는 일대일(1→1) 관계로서 개개인을 타겟으로 하여 맞춤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한다.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라이프스타일', '취향', '제안', '큐레이션'과 같은 단어들은 이제는 너무나도 흔해졌지만 여전히 중요한 화두이다.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형태의 플랫폼은 이미 과포화 상황이며 플랫폼에서 실제로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사람은 소비자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신뢰할 만한 제품을 엄선하고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능력과 기술을 갖춤으로써 차별화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제안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제공자의 직감뿐만 아니라 고객에 대한 데이터의 확보와 분석이 수반되어야 한다.




공간의 직접성을 이용한 '제안' 사례 1. CCC

“Unique Data, Small Happy.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지역이나 개인의 특성을 읽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세세한 만족감을 전달해야 한다.”
-준지 타니가와 CCC그룹 크리에이티브 대표


출처: CCC(Culture Convenience Club)


CCC가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는 츠타야 서점은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미 한국에서도 굉장히 유명하다. 츠타야에서는 취향을 기반한 라이프스타일을 고객들에게 제안한다. 예를 들어 요리 코너에서는 요리 관련 서적뿐만 아니라 식재료, 요리 도구, 요리 프로그램 참여권 등 다양한 제품을 함께 비치하고 제안하는 형식이다. 컨시어지 추천 코너에서는 책과 DVD 옆에 작은 메모가 있다. 메모에는 매장 직원의 얼굴과 이름과 함께 자신이 이 책과 영화를 왜 감명 깊게 읽었는지에 대해 적혀있다. 


출처: CCC(Culture Convenience Club)


T포인트는 CCC 그룹의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이다. T포인트 카드는 츠타야를 포함한 100여 개 제휴사에서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하다. 수많은 기업과 매장에서 쓰일 수 있는 만큼 약 7000만 명의 회원 수를 확보하게 되었다. CCC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지역의 특성을 분석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통하여 고객들에게 더 정교한 제안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출처: TSUTAYA BOOKS Roppongi (六本木 蔦 屋 書店)


츠타야의 매장 컨셉은 각 지역 별로 다르다. 예를 들어 외국계 기업과 대사관이 많아 외국인 비중이 많은 동네인 롯폰기에서는 ‘세계 제일의 양서점’ 컨셉의 츠타야를 운영 중이다. 1층의 한 코너에서는 면세 상품을 판매하며, 2층에는 커피와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라운지가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친구들 혹은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공간이다.



출처: TSUTAYA BOOKS Hakodate Store (函館 市 蔦 屋 書店)


하코다테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서적의 비중이 많고, 놀이공간도 조성되어 있다. 지역 커뮤니티에 더 초점이 맞춰진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CCC는 각 지역만이 가진 매력을 파악하고 이 매력을 공간에 담아낸다. 또한 CCC는 자신의 업종을 '문화 인프라 제공업'이라 정의하고, 공간 개발 시 공간에 입점하는 타 기업과 단순 입점 방식 계약이 아니라 파트너십을 맺는다. 츠타야 공간에 타 기업이 입점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타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거나 공간을 개발할 시 츠타야의 입점 또한 가능해진다. '문화 인프라 제공'이라는 목적을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것이다.


CCC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함과 동시에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의 관점으로 공간을 설계하고 개발해왔다. 이를 통해 츠타야는 일본의 대중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공간의 직접성을 이용한 '제안' 사례 2. 띵굴마켓

“하루를 잘 살아내는 작은 방법들이 가득한 이 곳에 언제든 찾아와 보고, 만지고, 공감하세요.”
 -thingoolmarket.com


출처: 띵굴마켓


띵굴마켓은 '띵굴마님'이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 활동을 하던 이혜선 전 대표가 자신의 블로그에 살림 이야기와 취향을 공유하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출처: 띵굴시장


기존의 플리마켓들이 행사 자체의 홍보에 주력했다면, 띵굴마켓은 판매자를 ‘가족 브랜드’라 부르며 판매자의 브랜드와 철학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에 집중한다. 스몰 브랜드들의 진정성 있는 큐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띵굴마켓, 띵굴살림


플리마켓 형태로 시작한 띵굴마켓은 오프라인 상설 매장인 띵굴스토어로 사업을 확장하였다. 띵굴스토어는 ‘띵굴마님의 집’을 컨셉으로 거실, 주방, 침실, 욕실 코너를 구성하고 이에 맞는 제품들을 배치함으로써 띵굴마님이 직접 쓰는 물건을 구경하는 느낌을 선사한다.


인스타그램 띵굴살림 계정에서는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이를 활용한 살림 팁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망원시장, 마장동 축산시장 등 로컬 시장과 협업을 진행하고 이들의 스토리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유명하지 않지만 품질이 좋은 스몰 브랜드를 발굴하고 진정성 있게 소개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 띵굴마켓은 7개(성수, 시청, 롯데월드몰, 동대문 DDP, 롯데몰 수지점, 신촌, 판교)의 띵굴스토어 매장을 오픈하였고, 31회의 띵굴시장 팝업스토어를 개최하였다. OTD 코퍼레이션이 인수한 후 현재는 OTD 코퍼레이션이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다.  




공간의 직접성을 이용한 '제안' 사례 3. 사적인서점

“'정가에 사는 것도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책을 고르는 비용까지 내고 서점을 찾아줄까?'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정지혜 사적인서점 대표


출처: 사적인서점


독립서점인 사적인서점에서 고객은 운영자와 30분에서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눈다. 이 대화를 토대로 운영자는 고객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책을 고객에게 처방한다. 고객은 수많은 책들 중에서 나만을 위한 책을 선물 받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책 처방 프로그램은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다. 매장에 진열된 책들은 제목을 볼 수 없게끔 사적인서점에서 직접 만든 책싸개가 싸여 있다. 본래의 표지와 제목 대신 ‘좋아하는 일이 권태로워진 당신에게’, ‘최선의 삶을 살고 싶은 당신에게’ 등의 문구가 적혀 있으며, 고객은 이러한 문구들을 보고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책을 고르게 된다. 책이라는 물건 그 자체보다는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월간 사적인서점은 월 1회 진행되는 책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이다. 소설 또는 산문, 시집, 큐레이션에 참여한 작가가 쓴 편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책으로 구성되는지는 책을 받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사적인서점에서의 핵심적인 오프라인 경험이 비대면으로도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고객은 책의 구매 여정에서 사적인서점의 큐레이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쌓게 되며, 가격보다는 신뢰에 중점을 두고 책에 대한 구매를 결정하게 된다.   


손님의 고민을 듣고 이와 어울리는 책을 추천하는 개인화된 큐레이션을 통해 1인 독립서점으로 시작한 사적인 서점은 지난 2020년 7월 교보문고 잠실점에 입점하였다. 



요약

○ 공간이 가진 본질적인 특성인 '직접성'을 이용하여 '제안'하라
○ '제안'과 관련된 키워드,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 CCC의 전략: 취향을 큐레이션하는 츠타야 서점, 데이터를 확보하는 T포인트, '문화 인프라 제공업'을 위한 기획·개발방식
○ 띵굴마켓의 전략: 진정성 있는 스몰 브랜드 큐레이션, 실감 있는 오프라인 매장, 스토리가 있는 SNS
○ 사적인서점의 전략: 대화를 통해 '나'만을 위한 책 제안,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경험 안내, 가격보다는 신뢰에 초점을 맞춘 구매 결정요인  




마무리하며

 


'리테일의 위기', '리테일의 몰락', '리테일 아포칼립스'라는 단어들은 코로나 19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인 2017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다만 코로나 19가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더욱 빨리 가져왔을 뿐이다. 기존의 기업들 혹은 신생 기업들은 공간이 가진 본질적인 특성인 '즉시성', '현장성', '직접성'을 파악하고 '연결', '경험', '제안'과 관련된 방향과 전략을 통하여 성장해나가고 있다.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본질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면 언제나 그랬듯 위기는 기회가  것이다.





코로나가 리테일에 미친 영향과 오프라인 리테일이 나아가야 할 방향 (4) 최종화 마침.

다음에는 주거용 부동산의 전망에 대한 시리즈를 작성해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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