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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린 Jan 17. 2021

리테일의 위기, 공간의 현장성을 이용하여 해결하라

코로나가 상업용 부동산에 미친 영향과 오프라인 공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전 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공간의 현장성을 이용한 '경험'


오프라인 공간은 현장성을 가지고 있다.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 색감을 확인하는 등 소비자의 오감을 자극시키는 경험은 오프라인 공간만이 제공할 수 있으며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다. 또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욕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오프라인의 특징과 소비자의 니즈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리테일러는 소비자들에게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물건의 소비가 아닌 경험을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해야 한다.


경험 마케팅


특히 MZ세대는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익숙한 것과는 별개로, 소유보다는 경험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 특징이 있다. 또한 이들은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경험에 대해 끊임없이 공유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때문에 오프라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고객 경험을 더욱 치밀하고 섬세하게 기획하여 재미와 휴식을 제공한다면, MZ세대에게 큰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오프라인 공간은 비즈니스로서의 리테일이 아닌 서비스로서의 리테일 역할을 하게 된다.




공간의 현장성을 이용한 '경험' 사례 1. 베타

"우리는 오프라인이 온라인처럼 쉽고 스마트하며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b8ta


출처: b8ta


베타는 얼리어답터를 타겟으로 한 리테일 매장인데, 운영 방식이 특이하다. 매장에는 각종 뉴 테크놀로지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람들은 마음껏 이 제품들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베타의 직원은 ‘베타 테스터’라고 불린다. 이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판매를 유도하는 일반적인 매장 직원과는 달리, 제품의 특성, 장단점, 가장 좋은 구매처 등을 고객에게 안내하고 추천하며, 동시에 제품에 대한 소감을 질문하고 수집한다. 매장에 설치된 카메라는 제품에 대한 고객의 체류 시간, 행동, 반응, 구매전환율 등 온라인에서는 수집할 수 없는 고객과 제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출처: b8ta


이렇게 수집·분석된 UX 데이터를 입점 업체에게 제공하며, 입점 업체에게는 제품 판매 수수료 대신 매장 이용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B2C가 아닌 B2B 서비스 모델인 것이다. 입점 업체는 베타에 입점함으로써 얼리어답터들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으며, 베타의 고객 분석 데이터를 통해 제품 개발, 타겟 포지셔닝 등을 할 수 있다. 또한 입점 업체는 임대료, 시설비와 인테리어비, 직원 인건비 등 매장을 직접 운영할 경우에 비하여 투입 비용이 적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만 주고받을 수 있는 경험과 데이터를 이용한 베타는 메이시스(Macy’s)를 포함한 투자자들로부터 5,0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하였다.




공간의 현장성을 이용한 '경험' 사례 2. 젠틀몬스터

"상품이 내피라면 공간은 외피라고 할 수 있죠.
 공간에서 브랜드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공유함으로써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강인영 젠틀몬스터 브랜딩팀 팀장


출처: 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는 2011년 창립 이후 현재까지 공간 마케팅을 통하여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이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25일마다 공간 디자인을 새롭게 하는 퀀텀 프로젝트(Quantum Project)를 진행하였다. 이는 마치 설치 미술 갤러리를 보는 듯하며 계속해서 공간이 바뀌었기 때문에 매장 재방문율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또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된 북촌 계동의 배쓰 하우스(Bath House) 쇼룸은 기존에 있던 중앙탕이라는 옛 목욕탕 건물을 일부만 개조하여 감각적인 건물로 재탄생시켰다.



출처: NUDAKE


이외에도 펜디(FENDI),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 블랙핑크 제니 등과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출시하고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방문자들은 제품 구매 목적이 아니더라도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을 즐기기 위하여 팝업스토어에 방문한다. 최근에는 누데이크라는 디저트 브랜드를 런칭하였다. 베이징의 마스 카페(Mars Cafe), 상하이의 오이스터 바(Oyster Bar)에서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디저트를 내보이고 있으며, 곧 서울 도산공원에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렇게 젠틀몬스터는 공간 마케팅을 통하여 다른 아이웨어 브랜드와는 구별되는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며 기업가치 1조 2천억 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간의 현장성을 이용한 '경험' 사례 3. 식스티세컨즈

"일반적인 매트리스 매장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누워보기가 어려운 면이 있잖아요.
짧은 시간에 제품 구매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죠."
-김한정 식스티세컨즈 브랜드 디렉터


출처: 식스티세컨즈


국내 매트리스 브랜드인 식스티세컨즈의 쇼룸인 식스티세컨즈 라운지는 1시간 단위 예약제로 운영된다. 식스티세컨즈 라운지를 방문한 고객들은 실제로 침대 위에서 잠을 자면서 매트리스를 경험할 수도 있다. 가격을 미리 알면 경험이 왜곡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여, 쇼룸의 제품에는 가격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쇼룸의 1층에는 ‘쉼’을 주제로 한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제주도의 숙박 공간이자 복합 문화공간인 플레이스 캠프(PLAYCE CAMP)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플레이스 캠프의 한 객실을 '쉼' 테마의 컨셉룸으로 구성한 것이다. 객실의 제품은 플레이스 캠프 내의 상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여행자의 잠자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숙박시설 운영자가 식스티세컨즈 제품을 구매할 경우 할인 혜택을 상설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쇼룸이나 플레이스 캠프와 협업한 컨셉룸 외에도 다른 숙박 공간을 방문하는 사람이 제품을 경험할 수 있게끔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다.


식스티세컨즈는 매트리스라는 제품의 특성으로 인한 고객의 구매 경험에 대한 한계를 풀어내어 충성고객을 확보하였다.  



요약

○ 공간이 가진 본질적인 특성인 '현장성'을 이용하여 '경험'하라
○ '경험'과 관련된 키워드, 경험 마케팅
○ 베타의 전략: 오프라인에서만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용
○ 젠틀몬스터의 전략: 공간 브랜딩·마케팅을 통하여 독보적인 이미지 구축
○ 식스티세컨즈의 전략: 고객에게 제품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제공



코로나가 리테일에 미친 영향과 오프라인 리테일이 나아가야 할 방향 (3) 마침.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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