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율디자인 Jul 28. 2020

기업의 프로파간다

니콜라스 잭슨 오쇼네시, 박순석(역) 『정치와 프로파간다』 책 리뷰

책 정보


니콜라스 잭슨 오쇼네시의 『정치와 프로파간다 - 대중을 유혹하는 무기』를 읽고 있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프로파간다에 대한 ‘정의와 그 의미 추론’을 이야기하는 데 1부를 할애한다. 결론은 연구자마다 규정하는 범위와 의견이 다르지만, 사회와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으며, 프로파간다가 표현되는 여러 가지 스타일, 호소, 속임수의 유형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파간다는 정치에만 국한되는 개념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사회단체의 운동과 기업 광고에도 흔히 사용된다. 특히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과정은 기업 프로파간다로 볼 수 있다.


두 명의 사회혁명가는 맥도날드를 공격하는 팸플릿을 만들었다. 그들은 맥도날드가 저임금을 주며 직원들을 부리는 것, 우림을 파괴하는 것, 동물을 학대하는 것, 아이들을 망치고 제3세계를 이용하는 것 등을 비난했다. 이후에도 비슷한 맥락의 캠페인이 세계 곳곳에서 등장했다.

이에 맥도날드는 방목하여 키운 닭들이 낳은 달걀로 가득 찬 바구니와 같은 새로운 이미지를 내세워 그들의 브랜드를 선전했다. 프로파간다라는 접근법을 받아들인 것이다.


프로파간다는 또한 비난 받기 쉬운 거대 기업들이 채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를 테면 거대 담배회사나 오염물질 배출로 악명 높은 회사들. 담배 회사들은 니코틴 중독자들을 세상에 늘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선택의 자유를 옹호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브랜드 이미지 구축 때문에 많은 기업계는 프로파간다와 명백환 관계를 맺고 있다. 브랜드는 그들의 가치관, 사회적 스타일, 소망하는 사회적 공동체를 가리키며 정체성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즉, 브랜드는 프로파간다이다.


프로파간다의 핵심 요소

이 책은 프로파간다의 기본 요소를 수사법, 신화, 상징이라 이야기한다. 그리고 프로파간다의 외피로써 다른 핵심 요소들을 함께 설명한다. 


감정

프로파간다의 호소력은 많은 부분 감정적인 기반에서 나온다.

프로파간다가 활용하는 감정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비영리단체와 같은 사회적인 프로파간다는 사람들의 죄책감을 자주 이용한다. 이를 테면 사치(Saatchi) 금연광고는 “임신한 게 바로 당신이라면 더 조심하지 않을까요?”라는 문구와 함께 임신한 남성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데올로기

이데올로기는 프로파간다에 그 틀과 명료함을 부여해준다. 프로파간다 텍스트에서는 제작자가 이데올로기를 주도하며,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소비자 태도가 이데올로기를 결정하는 소비자 마케팅과 비교된다. 그래서 프로파간다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노골적으로 이데올로기적인 미디어 정보 전달이며, 그 전달과정에서 이데올로기는 표면에 노출된다. 


가치관

프로파간다는 이상하리만치 가치를 많이 다룬다. 비물질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관심사, 통제권을 쥐는 것, 높은 자부심, 편한 생활의 추구만이 아니라 정당하고 자유롭고자 하는 바람이 반영되는 것이다. 

프로파간다는 가치들을 파괴하려 하지 않고 그들을 징발하려고 한다. 정치적인 수사에는 가치가 잔뜩 들어 있다. 패트릭 헨리의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토머스 제퍼슨의 “자유의 나무는 애국자와 독재자의 피로 자라난다"라는 표현에서 보듯 논쟁에 참여할 때 가치에 호소하는 요소가 특히 강하다.


과장

프로파간다의 중요한 기능 하나는 자극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향한 이들에게 설교하는 것이다. 프로파간다는 독백이다. 과장은 자기풍자의 가능성을 지니는 기술이자 특징이다. 

저널리즘의 역사에는 명백하게 과장법을 쓰는 순간들이 있다. 영국의 신문들이 일괄적으로 노동당 당수 닐 키녹에 반대해 그를 무식한 시골뜨기이자 불온한 좌파로 묘사한 것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IFAW)이 <더 타임스The Times>(1992년 2월 17일자)에 실은 2면짜리 광고는 감정에 호소하는 과장법을 사용한 프로파간다 텍스트의 좋은 예이다. 빨간색 상자에 큰 흰색 글씨로 “당신의 국회의원이 어떤 종류의 동물인지를 보여드리기 위해 우리는 이름을 지명합니다"라는 설명을 붙였다.


고전적인 프로파간다의 존속

프로파간다는 논쟁적인 외침이며 노골적이 수치심 없는 심한 매도로 전쟁과 혁명을 도발하는 것이라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있다. 선동의 전통적 프로파간다가 지속되는 것은 정치적 힘일 뿐 아니라 사회적인 위협이기도 하다. 


전복

대부분의 프로파간다는 본래 전복을 통해 작동한다. 프로파간다는 개인의 이데올로기적 방어에 넌지시 뜻을 비추는 허위진술을 통해 계속 설득해나가기 때문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특정 개념과 이데올로기적 관점에 대해 동의를 얻는 것이 핵심이다. 그 다음에는 논리적인 주장이 뒤따른다. 이처럼 해석의 방향을 바꾸는 데 사용되는 기술들에는 다음이 포함된다.


1. 상황 재정의

필립 모리스는 담배 문제를 건강에 해롭다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고, ‘선택의 자유'로 정의하고자 노력했다.


2. 질문 던지기

사람들이 현재 지닌 관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누가 지배하는가?”(테드 히스) 등. 히틀러는 연설을 시작할 때 자신을 혹평하는 이들의 질문을 제기하고, 그에 답하는 식이었다. 수사 이론가들은 이것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3. 다른 표현 사용

‘신체장애자'들을 ‘다른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되는 것처럼 특정 개념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


4. 사회적인 지지

뭔가가 사회적으로 적절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 그와 관련된 부정적인 감정을 제거한다. 그래서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은 담배, 약물을 비롯한 위험한 행동들이 건강에 미치는 결과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를 강조한다.

보건복지부 청소년 금연 광고 '담배는 노답, 나는 노담'

최근 보건복지부의 청소년 금연 광고 “담배는 노답, 나는 노담”은 평범하고 활기찬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세 명의 청소년은 스스로 얼리어답터, 뷰튜버, 토론왕으로 자기 소개하며,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광고의 시청자는 자연스레 “이 아이들이 앞으로도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라고 느끼게 된다.


5. 실제이든 만든 것이든 ‘증거'를 가장 유리하게 배치하기

전체 인구의 10퍼센트가 비참한 가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 90퍼센트가 편하게 살고 있다는 주장보다 더 설득력 있다. 어떤 이름표를 붙이는지가 중요하다.


6. 가공의 상호관계

프로파간다는 상호관계가 없는 사건과 특징을 관계가 있는 것처럼 만든다. 특히 광고에서 상품과 사회적인 성공 관계가 그런 것이다. 


7. 우정, 연대, 친선을 이야기하면 설득의 영향력이 커진다.

프로파간다란 메시지를 진실과 객관이라는 자리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프로파간다의 기만

위조

대부분의 프로파간다는 거의 정의의 일부라고 할 만큼 과장을 포함하고 있다. 적극적인 허위진술을 담고 있는 한편, 때에 따라서는 거짓을 만들어내거나 심지어 위조를 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 TV 프로그램에 대해 커져가는 비판에서처럼 위조는 없고 청중은 정말 속은 경우도 있다. <시대의 행진March of Time>은 나치의 커가는 위협을 묘사할 때 실제 기록뿐 아니라 각색된 장면들도 사용했다. 루머는 또 다른 방식의 조작이다.


가짜 경험주의

경험주의 또는 ‘과학주의' 프로파간다는 ‘증거'를 요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증거를 요구하는 기준은 끝없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이는 실현 불가능한 요구이다. 하지만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이성의 편에 있는 것으로 보이게 하는 방법이다.

과학이 표면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상황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과학이 있고 사이비과학도 있다. 사이비 과학이 프로파간다에서 하는 역할은 중요했고, 지금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진실의 직관적 또는 해석적 기준들은 증명할 수도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관련된 ‘증거'는 만들어질 수 있다. 미국의 대중들은 데이터에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성장하는 산업은 정책입장 또는 마케팅 목적을 정당화하기 위한 연구를 한다. 흰 빵은 살찌지 않고 영양가가 있다고 쿠퍼 에어로빅 연구원이 연구 발표를 했다. 후원자는 원더 브레드(Wonder Bread) 사였다. 한편 프린스턴 치아자원센터는 초콜릿이 충치를 억제할 수도 있다고 우리를 안심시킨다. 그들은 초콜릿 회사 마스(Mars)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몇 년 전 길거리 유행 음식으로 반짝 떴다가 사라져버린, 영화 <기생충>에서도 한 서민 가정의 몰락 원인으로 설정되었던 ‘대왕 카스테라’의 해명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방송 <먹거리 X파일>에서는 대왕 카스테라가 “계란, 밀가루, 우유”만 사용하여 만든다고 했는데, 주 재료 중에 식용유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식용유는 버터의 값싼 대용품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밖에도 과장 광고 논란이 덧붙여져 대왕 카스테라는 한국 시장에서 몰락하고 말았다. (대왕 카스테라가 사양길을 걷게 된 이유는 방송 탓만이 아니라는 기사도 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3번째 주 식재료까지만 표시하면 된다고 하며 식용유는 버터의 대용품이 아니라 폭신한 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필수 재료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가정시간의 케이크 만들기 실습 경험으로 제빵에 다량의 식용유가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대왕 카스테라’가 논란이 되자, 분위기에 휩쓸려 으레 ‘논란의 여지가 있겠거니’ 생각했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우리는 얼마나 속기 쉬운가? How Gullible Are We>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일산화 이수소 속임수’가 있다. 

물을 화학적으로 풀어낸 용어인 일산화 이수소(一酸化二水素), 즉 다이하이드로젠 모노옥사이드(Dihydrogen monoxide, DHMO)를 이용한 속임수이다. DHMO에 관한 웹사이트 이야기는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 지(Pittsburgh Post-Gazette)에 "일산화 이수소 금지 연합"(Coalition to Ban Dihydrogen Monoxide)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보도되었다.

디하이드로젠 모노옥사이드 (dihydrogen monoxide) 금지 청원서

‘디하이드로젠 모노옥사이드 (dihydrogen monoxide)’ 화학물질의 사용 전면 금지 청원서를 본 50명의 사람들에게 이 화학물질에 대한 금지 조치를 지지하느냐고 물었는데, 43명이 그렇다고 답했고, 6명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오직 한 명만이 그 화학 물질은 ‘물’ 이란걸 안다고 대답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