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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디자인 Jun 09. 2020

불편한 밈meme

루프 코리안 밈meme 이슈에 대한 가벼운 고찰

본 게시글은 타 플랫폼 게시글 / 뉴스레터 / 아티클을 스크랩하고, 저의 견해를 덧붙인 글입니다.


스크랩

※ '루프 코리안' 밈에 대한 이슈를 다룬 6월 8일자 뉴닉 뉴스레터는 저작권 문제로 첨부하지 못했다.



율소's 코멘트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사건 이후,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와 함께 촉발된 플로이드 시위(Black Lives Matter는 2012년이 되어서야 등장했다고 한다). 이 문장을 작성하면서도 '흑인 조지 플로이드'라고 서술하는 게 어색하다. 인종차별 이슈는 수십 년 전부터 언급되어왔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인종차별을 처음 느낀 건 2000년대 중반, 미국 여행에서 차별적인 시선을 받았을 때다. 당시 중학생이었는데, 친구들과 화장실을 가던 도중 휴게소(마트) 직원에게 경멸의 시선을 받았다. 그런 시선을 처음 받아봤지만, 그게 경멸하는 시선이었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휴게소 화장실을 이용하고, 과자를 계산하던 우리가 뭐가 그렇게 꼴불견이었는지 모르겠다. 약 2주 동안 그곳에 머물며 비슷한 경험을 몇 번 더 겪은 것 같다. 처음엔 다소 충격받은 사건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무뎌져 인종차별을 당하며, 때로는 하며 살아온 것 같다. 


뉴닉은 플로이드 시위가 심각해진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고질적인 인종차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구조

코로나 19 피해마저 차별적


'루프 코리안'이라는 명칭으로 소비되는 1992년 LA폭동 당시 한인타운의 주민 모습

이번 시위와 더불어, 1992년 LA폭동 때, 지붕 위에 올라 한인타운을 스스로 지켜야 했던 한인들의 모습이 '루프 코리안'이라는 이름으로 밈meme이 되었다. 당시 경찰 보호를 받지 못했던 한인타운 주민들이 어쩔 수없이 폭동에 맞서야 했던 사건이었다. 대부분 이민 1세대였던 그들은 군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준전문가의 모습으로 그들의 삶터를 방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 미국 시민(특히 백인)은 "멋있다. 우리에게도 루프 코리안이 필요하다"라며, 겉으로는 한인을 치켜세우는 듯한 트윗을 날리고 있는데, 이는 도리어 흑인의 생명권을 보장해달라는 시위에 유색인종을 군대로 사용하고 싶다는 이야기나 다름 없다. 당시 한인타운의 한인들은 최후의 방어수단으로 총을 들고 지붕에 올랐으며, 그때의 위협은 그들에게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이를 두고 “루프 코리안이라는 밈으로 소수 인종에게 총 한 번 더 쏠 기회를 바라는 게 아니냐”(ma*******), “교묘하게 유색인종 간 갈등으로 비틀어버리려는 태도다. 궁극적으로 백인은 뒤에서 팝콘이나 먹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Re*****)라고 꼬집는 트윗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이번 포스팅은 루프 코리안 밈을 다루며, 인종차별 이슈보다는 "밈이 생성되고 소비되는 과정"에 집중하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짤'이라는 용어로 더 친숙한 개념인 듯하다. '짤'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배경을 비공식적인 자료로 접했는데, 꽤나 흥미로웠다.

2000년대 초반, 초창기 디시인사이드는 카메라 커뮤니티였다고 한다. 디지털카메라를 추천하거나, 자신이 찍은 사진을 올리며 한 두 문장을 덧붙여 게시글을 올리는 성격이었는데, 이때 유저들이 올리는 사진의 카테고리별로 '갤러리'가 나뉘었다. 이 갤러리 분류가 지속, 확장되며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초기 디시인사이드 커뮤니티 게시판

이런 커뮤니티 특성상 사진(이미지)을 올리지 않으면 게시글 작성이 불가능해서, 자신이 찍은 사진이 없는 경우, 인터넷에서 아무 이미지나 가져와 올리곤 했다. 이때 올리는 사진을 게시글이 잘리는(업로드되지 않는) 걸 방지한다 하여 '짤림방지'라고 불렀는데, 이게 '짤'의 어원(?)이 되었다. 그리고 움직이는 gif 이미지는 '움직이는 짤'이라 하여 '움짤'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그외에도 밈과 비슷한 용어 '드립'이 나오기도 했다. 


밈을 주제로 한 디자이너의 작업도 수없이 많이 볼 수 있는데, 그중 공식적인 전시에서 선보여진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100 Daughters 10 Mothers

2017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에서는 온라인상의 '밈meme'을 주제로 한 작업 <100명의 딸과 10명의 엄마 100 Daughters 10 Mothers>(도록 링크)가 공개되었다. 1차로 선정된 디자이너 집단이 생산한 움짤을 2차 디자이너 집단이 자율적으로 해석하며 또 다른 움짤을 생산하고, 이 행위를 3차, 4차 디자이너 군으로 전달을 이어가며 반복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재가공, 재생산되는 밈은 마치 세대를 거듭하며 확산되는 것 같다는 요지의 디자인 작업이다. 


최근, 관짝밈이 세계적인 밈으로 떠올랐다.

아프리카 가나는 연로하여 돌아가신 분들의 장례를 기쁜 분위기 속에서 치르는 풍습이 있는데, 이 모습이 TikTok 영상에 공개되며 세계적인 밈이 되었다.

이 밈을 처음 접했을 땐 누군가의 장례 모습을 밈으로 소비하는 게 한편으로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영상 속 사람들은 오히려 이 유명세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소비해줘야지. 


밈은 이제 통제 불가능한 사회 현상이다.

특정 이미지를 다른 문화권, 혹은 다른 세대가 접하고 '신선함'을 느끼면 이를 온라인의 다른 공간에 소환하며 소비하는 식으로 밈이 생성되는 것 같다. 루프 코리안 밈 역시 미국인들에게 시의적절하게(?) 신선한 이미지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이 밈은 마치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이게 뭐가 인종차별이야?'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처럼 느껴져 달갑지 않지만, 밈이 생성되고 소비되는 흐름은 그저 "하나의 현상"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사회 및 연령 집단에 따라, 미디어 소비 행태에 따라 접하게 되는 밈의 종류는 다를 테지만, 아직은 온라인상에서 큰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단계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2000년대 한국 밈을 총집합하여 마구 섞어놓은 영상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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