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6일은 일본 히로시마에 미군이 원자폭탄 '리틀 보이'를 투하한 날이다. 전무후무한 엄청난 피해에도 일본은 배째라 버텼고 결국 나가사키에 두번째 폭탄이 떨어지고 나서야 항복을 선언했다.
패전 후 원폭피해까지 입었던 히로시마는 말 그대로 초토화됐고, 미군이 주둔하면서 구호용 밀가루가 배급됐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남편을 잃은 상황에서 생계를 위해 시작한 것이 오코노미야키 장사였다.
히로시마에는 제철소가 많았는데 이들은 철판을 이용해 밀가루로 오코노미야키를 구워 팔았다. 반죽에 채썬 양배추를 섞어 굽는 오사카식과 달리 밀전병 위에 양배추와 면을 겹겹이 쌓는 게 특징이다. 거의 때려넣다시피 양배추가 많이 들어가 그 자체로 단맛이 나며, 면이 포함되므로 속이 한결 든든하다.
가쓰오부시와 소스, 마요네즈는 공통으로 올라가는데 짭짤한 소스를 쓰는 오사카와는 달리 히로시마에서는 달달한 소스를 사용한다. 두 지역 사람들에게는 나름 '부심'이 있어 상대적으로 더 유명한 오사카식과 구별하기 위해 타 지역에서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키를 파는 곳은 '히로시마야키'라고 메뉴판에 적어 놓는다.
일본 전역에 알려진 것은 1975년 히로시마 도요 카프가 우승을 하면서부터다. 오사카식이 다양하게 변형되고 있는데 비해 히로시마식은 거의 초창기 레시피와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래도 오사카식이 대세인데 최근에 히로시마식을 파는 '핫쵸(코엑스)' 같은 식당들이 늘고 있다. 요즘 같은 폭염에는 뜨거운 철판을 앞에 두고 먹는게 조금 고역이지만, 뜨끈한 오코노미야키를 베어먹다 차가운 맥주 한잔을 들이키면 극한의 상쾌함이 느껴진다.